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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범」의 울분/하종오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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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범」의 울분/하종오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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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범대원들은 할 말이 많다.민생치안의 맨 앞장에 서 경찰과 한몸이 되어 시민의 잠자리를 지켜야 할 파수꾼들이 스스로를 『꽃도 아닌 것이 나무도 아닌 것이』라고 자조하며 처우개선을 위한 집단행동을 강화할 태세다.

16일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서장주재로 열린 17개 파출소장·방범반장 교양교육에서 교육내용에 반발한 방범반장들이 도중에 집단 퇴장소동을 벌인데 이어 이날밤 다시 경찰서로 몰려와 농성한 것은 그간 내연해온 방범대원들의 처우개선문제가 풀리지 못한채 엉뚱하게 동반자격인 경찰과 빚은 마찰이었다.

서울지역 2천8백명,전국적으로는 7천여명에 달하는 방범대원들의 신분은 현행 법규상 지방공무원법 2조 「공무원구분」조항에 따른 고용직 공무원.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경찰단과 함께 순찰·경비업무를 하는 방범대원들은 「민생치안의 숨은 파수꾼」이라는 긍지와는 달리 단순 고용직이라는 신분상의 한계와 경찰관보다 5년이나 짧은 정년 등 열악한 처우를 감수해 왔다.

규정과 달리 경찰관없이 혼자 순찰하던 서울의 한 동료가 강도에 폭행당해 식물인간이 되고,부산에서는 방범원을 폭행한 피의자가 『방범원에 대해서는 공무집행 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되는 등 우울한 소식이 잇따르자 방범원들은 오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 규모의 「처우개선 촉구대회」를 갖기로 했다.

바로 이 행사를 놓고 경찰과 갈등을 겪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들의 집단행동이 「경찰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보고 집회를 불허하는 한편 주모자와 가담자를 형사처벌하겠다며 제지에 나섰다.

전무후무한 방범원들의 집단행동을 공권력의 힘으로 억누르려고만 하다 문제가 확대된다면 치안일선에서 힘을 합쳐온 양측이 싸움질을 하는 것으로 비쳐질 것이다.

꽃(공무원)도 아니고 나무(민간인)도 아니라면 뿌리깊고 무성한 풀로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주는 합리적인 대안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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