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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언·식언…“저마다 특장”/「3당 세후보」 말(언)(대권가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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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언·식언…“저마다 특장”/「3당 세후보」 말(언)(대권가도:9)

입력
1992.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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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명료… 어눌함에 친근·신뢰감/김영삼/논리적인 다변형… 사전준비 치밀/김대중/앞뒤안잰 솔직담백함이 큰 무기/정주영○…김영삼 민자당 대표는 요즈음 「즉석연설」을 가급적 삼가고 있다.

당공식 회의석상이나 각종 행사에서 행하는 짧은 인사말 정도도 미리 준비한 원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주변에서는 이를 격상된 위상에 걸맞도록 김 대표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책임성과 신뢰성의 무게를 더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김 대표는 흔히 말솜씨나 연설실력이 부족한 정치지도자로 인식돼왔으나 이 역시 절대적 평가는 될 수 없다는게 측근들의 얘기.

정치와 인연을 맺게된 계기가 다름아닌 전국학생웅변대회 입상이었고 9선의 역정을 거치면서 말과 연설에 관한 노하우 또한 상당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대표에게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친근감과 신뢰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나름의 「말재주」가 있다. 그의 화법은 한 마디로 단순명료한게 특징이고 결코 빙빙 돌려가며 얘기하는 법이 없다. 남을 설득할 때도 목적을 적시하고 요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비교적 빠른 판단을 유도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특유의 낙천적 성격과 형식논리에 얽매이지 않는 행동력 위주의 정치스타일로 인해 종종 식언과 실언에 따른 구설수를 타기도 한다.

이른바 내각제 합의각서 파동의 와중에서 김 대표는 『각서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가 이 것이 물증으로 확인되자 『무리한 개헌시도는 엄청난 국민적 저항과 국가적 혼란만 야기한다』며 「행동」에 의한 역공을 시도,여권 내부의 저항감을 적잖이 촉발시키기도 했었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대중연설에서 곧잘 「아차 실수」를 범해 청중들이 배를 움켜잡는 경우도 있는데 「아름다운 지하자원」 「군정 종식척결」 「역사의 아이노리」 「전술핵과 원자로」의 혼동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 하지만 이같은 실언은 대부분 「애교」로 넘어가는 편이고 김 대표 자신도 실수를 범할 때마다 『이래야 분위기가 덜 딱딱할 것 아니냐』고 말해 또 한 차례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김 대표의 말의 특징중에는 역시 경상도 사투리가 입에 배 복모음 발음이 수월치 못한 점이 자주 지적된다. 『갱제』(경제) 『학실』(확실) 등의 표현은 유행어가 돼버렸을 정도인데 김 대표는 최근 발음교정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중이란 후문.

또 강조하고 싶은 얘기를 할 때는 『엄청난』 『가장』 『대단히 중요한』 등의 수식어가 반드시 따라오고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나올 때는 『씰데(쓸데) 없는 소리…』라며 어물쩍 넘긴다. 그런가하면 친근감의 표시로 『싱거운 소리』 『문제야 문제』라며 곧잘 웃고 쑥스럽거나 기분이 좋을 때는 금세 얼굴이 붉어지기도 한다.

이밖에 상도동 자택 거실에 내걸린 「대도무문」 「철혈남아」의 휘호는 결단력의 상징처럼 김 대표의 정치적 이미지를 대변해 주고 있고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은 김 대표가 민주화투쟁시절 즐겨쓰던 경구이다.<정진석기자>

○…김대중 민주당 대표는 말을 커다란 정치적 무기로 삼아왔다. 대중연설과 토론,세미나 발제,담소 등 말로 하는 모든 행위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역대 독재정권이 투옥과 가택연금,정치규제 등으로 묶고자 했던 것은 그의 발이라기 보다는 말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그의 말이 화려한 수사로 치장되거나 매력적인 음색을 가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동안 그의 음색은 쇳소리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이 쇳소리는 「거부감을 느끼기도 전에 힘있는게 가슴속으로 파고든다」는 평이 있다. 말의 형색과 달리 담고 있는 속알맹이가 옹골차기 때문이라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어떤 면에서 원칙론자인 그는 특별히 다듬지 않아도 논리적인 언어를 구사한다.

그리고 연설의 사전준비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몇분을 연설하기 위해 몇시간을 준비한다는게 김 대표 주변의 얘기다. 사실 지방에 갔을 때 연설문을 다듬느라 그의 방에 새벽까지 불이 켜져있는 것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최근들어 그는 『…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라고 되물어 보는 화법을 자주 구사한다. 친근감을 높이고 요점을 확인하는 효과를 위해서인듯하다.

또한 주제를 확실히 전달할 적당한 비유를 만들어 내고 다소 익살스런 풍자를 들이댄다. 총선 유세당시 그는 『우리나라는 지금 술취한 운전자를 태운채 비탈길을 굴러내려 가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라며 『이번 선거로 튼튼한 브레이크를 달아 연말의 대선에서는 아예 운전사까지 갈아 치우자』고 주장했다.

또 수서비리를 두고 『떡쪄서 시루째로 청와대로 들여가고 떨어진 고물 주워먹은 국회의원 몇명만 희생됐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김영삼 민자당 대표와 장단점을 비교해달라는 주문에 『나에 대한 것은 김 대표에게 물어보는게 좋을 것』이라고 발을 뺀뒤 『김 대표의 단점은 잘 모르겠고 장점은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을 만큼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목적을 달성하는 점』이라고 밝히는 대목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김 대표가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말은 「행동하는 양심」이란 명구로 남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같이 만발하며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 오르는」이라는 비유도 즐겨 인용된다.

좀체 실수가 없는 그이지만 말을 많이 하다보니 실언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86년 가을 『직선제개헌 관철을 위해 필요하다면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한 불출마선언은 대표적인 식언의 예로 꼽힌다. 또 6공들어 중간평가 문제를 놓고 노 대통령과 관계개선을 의식한 나머지 여러차례 말을 바꾸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황영식기자>

○…정주영 국민당 대표의 「말」을 놓고 요즘 말이 많다. 「공산당」 관련 발언이나 최근의 핵관계 발언을 둘러싸고 여야간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고 국민당은 여론의 화살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처럼 말로 초래된 파문은 정 대표의 평소 성향과 국민당의 해명 등으로 곧 진화됐지만 그같은 파문이 있게 된 배경에 대해 또다시 설왕설래가 많다. 계산된 발언인가 실언인가,정치 초년생으로서의 솔직함인가,아니면 수업부족인가.

정 대표의 첫 정치적 발언은 금년초 기자회견에서 밝힌 「청와대 정치자금 제공」 폭로.

이후 정 대표는 총선에서 직설적인 표현으로 정부·여당을 공격해냈고 그 후에도 『현대는 정부탄압으로 망하고 말 것』 『재벌해체』 등 충격적인 발언을 계속해왔다. 총선전 그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다니니 피곤하지 않고 정치가 재미있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정 대표 말의 특징은 직선적이라는 점.

정 대표는 돌려 말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측근들은 설명한다. 현대시절 상담을 할 때도 곧바로 핵심에 접근하는 방식을 좋아했다는 것. 한번은 미국인과의 상담에서 그들이 불쾌해할만한 얘기를 꺼냈으나 동생 인영씨가 우회적으로 통역을 하자 즉석에서 동생을 호되게 야단쳤다는 일화도 있다.

정 대표는 또 연설문을 그대로 읽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편. 가끔 준비된 원고를 읽는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메모만 보거나 또는 즉석 연설을 한다. 정 대표는 또 원고가 미리 준비될 경우에도 반드시 자신이 사전에 읽어보고 뜯어 고치거나 직접 초안을 작성한다. 최근 일련의 발언파동으로 스피치라이터를 따로 두자는 당내 의견도 나왔으나 정 대표는 『솔직한 것은 내 단점이자 장점』이라며 『남이 써주는 것을 읽는다면 내가 아니지 않느냐』라고 거부감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정 대표의 연설은 깔끔한 문어체라기 보다는 투박한 구어체이다. 강원도 사투리가 섞인 서민층의 언어로 청중 등을 설득해간다. 정 대표의 연설이 때때로 논리적 일관성의 결여로 비치기도 하지만 동시에 청중들과의 높은 친화력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대표는 자신은 결코 식언을 않는다고 믿고 있으나 『총선당시 현대지원은 헬기뿐』이라는 등의 「자기 합리화」 발언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연설도중 「순수한」 실언도 심심치않게 나온다. 총선 유세때 정 대표는 자신의 당명을 곧잘 「통일민주당」으로 불렀다. 정 대표는 이내 『워낙 민주주의를 하려다 보니까』라고 둘러댔지만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비슷한 실수담이 적지 않다.

정 대표가 좋아하는 문구는 맥아더 기도문과 「진인사대천명」 「청정」 등. 또한 「담담한 마음을 가집시다. 담담한 마음은 당신을 더욱 굳세고 바르고 총명하게 만들 것입니다』라는 구절을 즐겨 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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