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수준”이 지배적 평가/안전지원으로 “무기화 차단”【빈=강병태특파원】 15일 개막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의의 전체흐름이 북한의 핵안전협정 이행자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함에 따라 정부는 북한에 대한 그동안의 강경자세를 바꿔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최초 국제사찰결과가 보고될 이번 이사회를 계기로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우리 정부의 정책변화 조짐은 북한 핵문제 논의가 앞으로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진전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15일 시작된 IAEA 이사회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기본목표에 대해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시영 주오스트리아 대사는 『IAEA 사찰을 보완하는 남북한 상호사찰이 실시될 수 있도록 국제압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사는 이와 함께 북한의 독자적 원자로 개발에 따르는 안전성문제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북한의 평화적 핵개발을 지원하는 문제를 거론했다.
특히 이시영대사는 『그동안 중국·영국과 미국 일부 학자들이 지적해온대로 북한은 핵무기개발을 시도하다가 기술과 재원 한계로 중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리 정부의 기존 시각과는 다른 유화적 자세를 보였다.
이 대사는 또 『현 시점에서는 핵문제와 관련,대결보다는 협력을 지향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북한이 사찰까지 수용한 상황에서 계속 대결양상을 보인다면 제3국들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자세는 정부가 북한측의 핵재처리시설 포기를 조건으로 평화적 핵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설득외교」로 전환했음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한편 이 대사는 『북한 핵문제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재처리시설 폐기 대가로 경수노건설을 지원하는 문제와 관련,미·영·불·캐나다 등 원전수출국들의 치열한 판매경쟁속에 재정부담은 한국에 돌아오는 형국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이번 이사회를 앞두고 새로 임명된 정근모 원자력협력대사도 『북한의 핵무기개발 가능성도 그렇지만 원자로 안전문제가 한층 우려된다』면서 우리측의 원자로 안전기술을 제공할 용의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이사회에서의 우리측 기본 목표는 『북한 핵개발 의혹이 해소돼 더이상 현안이 아니라는 분위기를 시정하는데 있다』고 이 대사는 밝히고 있다.
이 대사가 간접적으로 시인했듯이 IAEA 이사국들 사에에는 북한 핵개발문제가 현 단계에서 더이상 심각한 논의의 대상이 못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IAEA측은 『북한 당국의 사찰협조자세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어 이사회서는 사찰 진행과정을 보고받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의 유연한 정책시사와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우리 정부가 북한 핵개발의혹 대응에서 보여온 「고민」을 상당부분 벗어나는듯한 기미가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계획이 「허세」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의 강경대응자세와 대북 관계개선 필요성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외부의 분석이 있었다. 이같은 분석에는 복잡한 고려요소들이 있지만 북한 핵문제가 기본적으로 정치적 고려로 인해 상당부분에서 「허구적 논란」이 덧붙여진 사안임을 지적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제 북한 핵문제를 계속 「현안」으로 부각시키되 일반적인 분위기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키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구체적 대응은 이번 IAEA 이사회에서 우리측이 「평화적 핵개발의 안전성」을 새로운 이슈로 강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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