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로 고사위기에 놓여있는 서울 방학동 은행나무가 치명적인 위기에 놓여 주민들이 다시 나무 되살리기 투쟁에 나섰다.서울 도봉구 방학3동 이응규씨(55·전 단국대 교수) 등 주민 50여명은 15일 하오 3시께 서울시 지정보호수 1의15호인 수령 8백년의 방학동 은행나무 앞에 모여 신동아건설측이 아파트담벽 기초공사를 시작한데 항의하는 모임을 갖고 아파트 현장 사무실로 몰려가 농성했다.
주민들은 『신동아건설측이 땅소유권을 내세워 지난 12일부터 은행나무에서 불과 3∼4m 떨어진 곳에 아파트담을 쌓기 위한 기초공사를 하는 바람에 나무뿌리가 1m 가량 잘려나갔다』며 『공사가 계속돼 외벽이 세워질 경우 일조량이 크게 줄어드는데다 콘크리트벽의 복사열로 수분공급이 끊겨 말라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리우 환경회의에 참가,바로 이 「방학동 은행나무」를 예로 들어 한국의 환경오염 실태를 고발해 국제적 관심을 모았던 「자연의 친구들」 대표 차준엽씨(43)도 15일 하오 귀국하자마자 이 소식을 전해듣고 곧장 현장으로 달려와 농성에 가세했다.
이번 회의에서 은행나무 살리기 운동에 WCC(세계 기독교 교회협의회) 등 30여개 단체 대표들로부터 지지서명을 받았다는 차씨는 『국제회의에 참가한 사이에 슬그머니 공사를 강행한 건설회사의 처사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마을 주민들이 마을 방송으로 이 사실을 알려 힘을 모아 공사를 저지한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박학동 은행나무는 지난해 4월 아파트 신축공사로 시들어가자 차씨가 천막농성을 하는 등 되살리기 운동을 펴 아파트를 나무로부터 25m 띄워 짓게하고 높이도 14층에서 2층 낮추는 등 양보를 얻어냈었다.
그러나 건설회사측은 『담벽공사는 당국의 사업승인에 따라 실시한 것』이라며 『4개 주택조합의 공동소유로 돼있는 부지를 건축업자 멋대로 변경해서 시공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국환경운동의 상징적인 시금석으로 떠오른 은행나무의 안위가 기로에 서 있다.<이은호기자>이은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