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LA성금/이문희(화요칼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LA성금/이문희(화요칼럼)

입력
1992.06.16 00:00
0 0

지난달 LA흑인폭동 피해교포에 대한 성금모금이 한창일때 미국의 한 유력지는 한국민의 모금열기가 매우 저조하다고 보도한 일이 있다. LA사태에 대한 엄청난 보도에 비해 그 반향은 매우 적으며 심지어 많은 한국사람들은 LA교포를 돕기보다 한국내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LA사태에 대한 충격이 절정일무렵 이 신문에 왜 이런 시각으로 문제를 보게됐는지 알길은 없다. 지난날 우리 정치상황이나 인권·언론 상황이 모두 바닥일 무렵 반대자의 말을 듣는 것이 훨씬 진상을 아는데 쉬웠던 외신기자들의 오랜 체질 때문인지,한국인 특유의 핏줄의 의미를 채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것이지,아니면 엄연히 대통령이 있고 정부가 있고 의회가 있는데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한국이 해결이라도 하듯 법석을 떠는 것이 아니꼬워서였는지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이 신문의 「희망」은 여지없이 빗나갔다는 사실이다.

LA 모금에 가장 먼저 참여했던 한국일보사는 지난주 23억2천6백만원(LA한국일보 모금 2백53만달러 별도)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했다. LA사태직후인 지난 5월3일부터 31일까지 한달 못미쳐 모금된 23억원은 본보가 불우한 이웃을 위해 한국기독교 총연합회와 함께 벌이고 있는 「사랑의 쌀」 성금 1년치(1차년 26억원,2차년 22억원)에 맞먹는 액수였다. 다른 신문,TV들의 모금액을 합치면 그 액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LA교포들이 당한 고통을 우리 땅 어느 구석의 동포들이 당한 고통과 똑같이 받아들였던 우리의 끈끈한 동포애가 이 성금엔 깊이 담겨져 있다.

정부의 파악으로는 4백60만명의 재외동포,23만명의 체류자를 합쳐 모두 4백83만명이 해외에 살고 있다(91년 6월 현재). 중국 1백92만명,미국 1백45만명,일본 73만명,소련 43만명 등 만만치 않은 숫자가 나라 밖에서 독특한 한인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모국을 바라보는 자세나 모국이 그들을 바라보는 자세는 늘 한결 같다. 한핏줄,우리 동포인 것이다. LA사태의 충격·성금의 열기가 이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

○교민관 변화 필요

그러나 LA사태의 메시지가 그 일방적인 피해와는 별개로 재미한 인사회의 정착양식,생활양식에 과감한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똑같이 국내에서 교포,교포사회를 내다보는 자세와 정서에도 좀더 적절하고 현실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재미교포 학자 유의영씨는 「미국의 한인사회」란 연구에서 재미 한인사회와 한국의 관계에 점차 변화가 올것이며 그 변화는 양자가 철저히 불간섭의 원칙에서 그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일이있었다.

『어떤 국내인들은 재미 한인사회를 한국의 귀속재산이나 식민지쯤으로 생각하고 말하는데 그들 미국속의 한인공동체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사회,경제,정치체제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과 재미한인 사회 관계는 사랑,관심,상호존경,그리고 불간섭의 원칙에서 유지돼야 한다』

LA사태가 발생했을때 정부는 서둘러 「조사단」을 보내고 정치 지도자들이 다투어 달려가는 등 「충격과 격분」의 일단을 표기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생명과 재산을 순식간에 잃은 교포들에게 위문은 됐을지언정,또 수습을 해야하는 미국측에 시위는 됐을지언정 피해의 원상회복이나 사태해결에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우리가 열정으로 모았던 성금도 「피해액 3억달러」에는 태부족인 액수 「사랑과 관심」의 표현은 됐어도 해결과 복구는 결국 미국과 교포 스스로에게 있다는 현실만을 절감하게 해줬을 뿐이다.

교포에 관한 문제가 나올때마다 거론되는 것이 교민청의 설립이다. 이것을 설립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혹 5백만 교민을 「관장」 해보겠다는 것이면 그것처럼 어불성설은 없다. 보다 교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나라에서 마음놓고 정착해 나가는데 장애가 되는 일을 하나라도 덜어주는 일이 중요하며 이것은 교민청이 아니라 우리 정부,우리 제도의 모든 기능이 떠맡아야할 일인 것이다.

○뿌리내리기 지원을

성공사례로 꼽히는 우리 재미교포 사회가 특유의 유대,근면성,교육열로 개인,가족,사업 등에서는 어지간한 성취에 이르렀으나 이웃과의 관계,타문화의 이해 등 「소속사회와의 공생」에선 매우 미흡한 것으로 되어있다. 특히 「자기 목소리」의 근거가될 시민권 획득­유권자 등록에 소극적이다. 강한 가족유대,귀소의식이 바탕이 된 「개인·가족·한인사회」 위주의 지금까지의 생활태도에 근본 원인이 있지만 한국적의 포기에서 오는 한국내에서의 기회의 상실,재산권 등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에도 적지않은 원인이 있다.

정작 교민정책이 필요하다면 이런 불안과 불이익을 과감히 덜어주어 교포들이 마음놓고 그 사회의 중심권,주류에 뛰어들게 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교민정책의 방향이자 이민 차세대들이 살아가야할 방법이기도 하다. 합리적인 압력단체가 되고있는 일본계 미국 시민권자연맹,유태인 재단 등은 좋은 본보기이다.

LA사태후 들려온 교포 김창준씨의 소식은 매우 흐뭇하다. 이민 1세인 그는 지난해 12월 LA외곽 다이아몬드바시의 시장에 당선됐고 지난 2일에는 연방하원의 공화당 후보로 선출됐다. 그가 오는 11월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한국이민으로는 첫 연방의회 진출이 된다.

그가 봉사해야할 대상은 제41 선거구민이며 공화당이고 미국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1백년 우리 이민사회의 새로운 탈출구를 스스로의 노력으로 열어보였다는 점만으로 그는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기억되어야할 사람이다.<편집담당 상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