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교환 뒷전… 외설·잡담 범람/회원가입 남발 청소년 탈선 “온상”/신분 노출안돼 통제 어려움… 규제책 절실컴퓨터에 전화를 연결해 가입자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BBS 대화프로그램이 청소년들 사이에 크게 유행,청소년들의 정서를 해치고 있으나 이를 규제할 대응책이 없어 부작용이 늘고있다.
PC(퍼스널 컴퓨터)통신중 「전자게시판」으로 불리는 BBS(Bulletin Board System)는 퍼스널 컴퓨터에 모뎀이란 장치를 부착한후 이야기용 소프트웨어와 전화선을 이용해 다른 컴퓨터보유자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으로 생활·특수정보제공,전자우편,동호회모임,주제토론 개최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유료회원제로 운영되는 공인 BBS로는 (주)한국 PC의 「코텔」,데이콤의 「천리안」,포스데이터의 「포스서비스」 등이 있으나 최근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BBS가 급증,전국에 5백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제도는 대부분 선의의 정보교환에 사용되고 있지만 최근 일부 가입자들이 음란한 대화나 인신모독성 내용을 주고받는데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폐단을 막을 기술적인 수단과 법적근거는 없는 상태.
지난 14일 S컴퓨터가 개설한 BBS를 통해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자신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내용이 자주 스크린에 찍혀나오자 이를 비관,목매 자살한 이모양(13·서울 Y여중 2)의 경우가 BBS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가족들에 의하면 이양은 지난 4월 S컴퓨터가 고객서비스로 제공하는 「이야기 프로그램」 회원으로 가입한후 매일 방과후 하오 4∼5시께부터 밤 10∼11시까지 컴퓨터에 매달려 회원들과 잡담을 주고받았으며 지난 5월말엔 BBS를 통해 알게된 남자대학생과 여의도 등지에서 만나 사귀어 왔다는 것. 이 사실이 평소 자주 교신하던 회원들 사이에 퍼지면서 적나라한 성적표현으로 이양의 행실을 욕하는 문구가 컴퓨터화면에 나타나자 이양은 이를 심하게 고민해왔다.
이양이 가입한 S컴퓨터의 경우 자사제품 구입자가 회원가입신청을 하면 간단한 신원확인후 회원자격을 부여해 현재 회원수는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인 「대화마당」의 경우 가입자가 가명을 사용,신분이 노출되지않는 상태에서 저질스럽거나 상대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무분별하게 교신해도 규제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 회사의 BBS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시스템 오퍼레이터 이모씨(37)는 『정치,종교 등 민감한 주제를 제외하곤 20명 정도의 발기인만 모이면 동호회구성을 허가하고 있다』며 『특히 「대화마당」 경우처럼 잡담을 즐기는 회원들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문제가 있지만 간섭을 못하고 있다』고 관리의 어려움을 실토했다.
(주)한국 PC 기획실의 문경수과장(35)은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잡담 프로그램은 대화내용이 화면에서 곧 사라지기때문제 규제도 어렵거니와 단속할 법적근거도 없어 「미풍양속이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발언 등을 삼가라」는 등의 회원공지사항을 통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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