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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초선의원(한국일보 월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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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초선의원(한국일보 월요포럼)

입력
1992.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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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벗기」 한마음… 「의정 새바람」 기대/백 18명중 거물 상당수… 행보·역할 주목/대선후 「색깔」따라 「그룹화」시도 가능성14대 국회가 채 개원이 되기도 전부터 초선의원들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역대 어느때 보다 새 정치와 정치권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데다 연말의 대선이 끝나면 정치질서가 어떤 형태로 든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주변상황 때문이다.

14대 초선의원은 2백99명의 당선자중 39.5%인 1백18명(지역구 80 전국구 38). 이 숫자는 역대 국회중에서 그리 높은 편이 아니지만 질적으로 다양한데다 이들의 정치적 입지가 시대적 흐름과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점 등은 유의해야할 대목이라는게 중론이다.

이들은 벌써부터 기성정치권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조심스럽게 내는가하면 계파를 초월한 자정선언을 하는 등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운의 꿈을 지닌 이들의 면면과 이들이 정치라는 모진 풍파를 어떻게 헤쳐나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지 등을 미리 알아본다.

▷면면들◁

○…민자당의 14대 초선의원은 지역구 30명,전국 17명 등 모두 47명으로 전체 1백56명중 29%.

이들은 비록 정치 초년생이지만 여당의 특성상 자신의 출신분야에서 확고한 기반을 이미 닦은 「중량급」 인사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이들은 정권교체기라는 「특수상황」속에서 모종의 정치적 「임무」를 부여받은 거물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노태우대통령의 친인척으로 등원전부터 정치권 핵심에 자리잡았던 김복동 금진호의원과 박세직(전 안기부장) 노재봉의원(전 국무총리) 등이 대표적 중량급 초선.

또 안무혁(전 안기부장) 이영창(전 치안본부장) 김영일(전 청와대 사정수석) 허삼수( 〃 ) 정상천(전 서울시장) 김동근(전 핀란드 대사) 김영진(전 내무차관) 서수종(전 안기부장 비서실장) 민태구(전 충북지사) 임사빈(전 경기지사) 나오연(전 재무차관보) 김형오(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영훈의원(전 교통부 기획관리실장) 등은 고위공직자 출신으로 전문성을 갖춘 경우들.

재계 출신으로는 전국구의 이명박 전 현대건설 회장을 비롯,김채겸(전 쌍용그룹 부회장) 이승무(전 봉명그룹 부회장) 강신조(동양투자금융 회장) 김동권(쌍용건설 회장) 이현수(유원건설 부회장) 오장섭(대산건설 회장) 남평우의원(경남여객 대표) 등이 포진해 있다.

이와함께 강선영(전 예총회장) 주양자(전 의보공단 이사장) 최상용의원(전 노총 부위원장) 등이 각각 직능 대표 케이스로 금배지를 달았고 서울의 노승우 이순재 박명환 박주천 박범진의원은 모두 13대때의 실패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경우.

○…민주당에는 지역구 27명 전국구 16명 등 43명의 초선의원들이 다양한 배경을 자랑하며 입성해 있다.

이들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재야운동권 출신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한 얼굴들. 당내 소계보인 민련의 상임의장이자 최고위원으로 선출한 이부영의원을 비롯한 제정구 이길재 유인태 장영달 박계동 신계윤 원혜영의원 등이 진보성향과 제도정치를 잇는 교량역할을 자임하며 신선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농민운동·빈민운동·학생운동 등 출신은 다양하지만 정치개혁이라는 공동과제로 뭉쳐있으며 조만간 당내의 새로운 세력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비서 출신인 이석현의원이나 연청 출신의 문희상,민정계 청년국장 출신의 김원웅의원 등도 참신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반면 주택은행장 출신의 장재식의원 불 소르본느대 경제학 박사인 박은태 교보 부사장 출신의 박태영 전 중앙증권신문 사장 김원길 전 대우 상무 박정훈의원 등은 실물경제에 밝아 경제시대를 맞아 역할이 기대되는 얼굴들.

또 강창성 임복진 나병선 장준익 황의성의원은 군장성 출신으로 야당의 전통적인 군 콤플렉스를 극복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철선 정기호 강수림의원 등 변호사 출신들도 활발한 의정활동을 다짐하고 있다.

전 최고위원 이우정,노총 회장 출신의 김말룡,당료 출신의 박광태,김대중대표의 측근 출신인 한화갑 김옥두 최재승의원,그리고 이규택 최두환의원 등도 오랜 야당 생활 끝에 꿈을 이뤄 넘치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국민당은 신생정당답게 전체의원 32명중 초선이 24명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정주영대표를 비롯,김동길 최고위원 문창모고문 등 당 지도부부터 대부분 초선이다.

여기에 조순환대변인,정장현 제1 사무부총장,윤항렬 수석 부총무 등 당 3역을 제외한 상당수 주요당직이 초선으로 채워져 있다.

국민당 초선의원들의 정치 경력은 과거 그들의 소속정파 만큼이나 다양하다. 9번째 도전 끝에 당선된 김두섭의원 같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주일·최영한의원 등은 연예인 출신으로 정치와는 전혀 인연을 맺지 않고 있다가 배지를 달았다.

정치와 무관하던 초선의원으로는 이밖에도 정 대표와 김동길 최고위원,문창모고문(전 세브란스 병원장),이건영 안보위원장(전 3군사령관),정장현 제1 사무부총장(전 금강개발 사장) 등이 있다.

윤항렬(전 농수산부 차관보) 이학원(전 울진 경찰서장) 차수명(전 특허청장) 차화준의원(전 경제기획원차관보) 등은 고위공직자 출신들.

이밖에 언론인 출신의 조순환의원,치과의사인 이호정의원,30년간 야당 당료생활을 해온 박희부의원,최연소 당선자이자 농촌문제연구소장인 조일현의원 등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가 많다.

○…무소속 초선의원은 총선당시 7명 이었으나 이승무 이헌기 정필근의원의 민자당 입당으로 4명이 남은 상태.

이중에도 2명 정도는 추가입당이 사실상 확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수가 더욱 줄어들 전망.

현 무소속 잔류파 가운데는 5공초기 실세인 허화평의원의 향후 행보가 관심거리고 유세장 현금살포 혐의로 구속된 후 옥중 당선한 이강두의원의 신병처리 향배가 주목된다.

▷기대되는 역할◁

○…민자당내 초선의원들은 과거 초선의원들이 그랬듯이 자신의 출신 분야에서 얻은 경륜과 전문지식을 살려 국정심의의 깊이를 더해줄 것으로 우선 기대된다.

그러나 이들중 일부는 올 연말의 정권교체기를 전후해 초선답지 않은 비중있는 정치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이점이 역대 초선의원들의 경우와 다른 특성으로 꼽히고 있다.

예컨대 다수 「5공 출신」을 비롯한 여권내 중량급 인사들의 대거 등장은 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범여권 결속작업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노태우대통령 주변인사 및 「직계사단」의 포진은 차기정권에서 노 대통령의 「위상」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들.

이들은 따라서 초선의원으로서는 미증유의 역할과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셈이며 그 성패가 그들의 정치적 장래와도 밀접한 함수관계를 갖게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역할은 밖에서 보는 것 보다 막중하다.

야당에선 파격적 인사의 결과,장재식의원이 당 3역의 하나인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으며 유인태의원도 정치 연수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강창성의원을 비롯한 5명의 군 출신 의원들도 전문성과 관련,앞으로 예상되는 남북 군축협상 등을 겨냥한 정책수립에 돋보이는 역할을 할것으로 기대되며 그 가능성은 이미 군 부재자 투표부정 진상조사과정에서 입증된 바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부영 제정구 이길재 장영달 박계동 신계륜의원을 위시한 이른바 개혁그룹의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초선의원들의 독특한 자리매김을 벌써부터 받고 있다. 이들은 중도보수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민주당에 끊임없이 개혁의 목소리를 불어 넣는 등 당에 생동력을 주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재야와의 접촉을 통해 사회현실을 보는 구조적인 시각교정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당에서는 초선의원이 전체의원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발언권이 다른 어느 당보다 세다. 특히 전체의원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재선 이상 의원들이 대부분 당직을 갖고 있는데 반해 당무에서 소외된 상당수 초선 의원들이 이에 따른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국민당이 최근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소속의원 전원을 당무위원에 포함시킨 것도 초선의원들의 이런 불만을 반영한 결과이다.

국민당의 일부 초선의원들은 상임위를 배정하는데 있어서도 다른 당에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희망상임위를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초선 의원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은 당 전체에 신선한 분위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과 신생정당의 취약한 정치력을 더욱 약화시킬지 모른다는 부정적 측면을 함께 안고 있다.

▷전망과 과제◁

각 당의 초선의원들이 앞으로 원내외 활동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이부영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의 초선의원 12명이 최근 보여준 「깨끗한 정치」 선언과 실천노력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성 정치인들과 구별되는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날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새바람은 윤리적 당위이기도 하지만 재선을 위한 현실적 대안일 수도 있다.

다만 새바람이 충격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이 아니라 각 당내의 기성세력과 적절한 조화를 통해 거부감 없이 추진돼 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노선상의 차별성이 눈에 띄는 민주당의 재야 출신 초선의원들의 경우와 여당의 독특한 생리속에서 생존의 길을 찾아야하는 여당 소속의 초선의원들은 정치권 접목을 위한 자기노력이 부족할 경우 엉뚱한 「견제」에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으로 대선이후 예상 가능한 정계개편의 회오리속에서 각당의 초선의원들이 성향에 따라 집단적인 신흥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정광철·황영식·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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