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라주기 대만판매/불,「중국암초」로 고민(특파원리포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라주기 대만판매/불,「중국암초」로 고민(특파원리포트)

입력
1992.06.15 00:00
0 0

◎“성사땐 외교관계 격하” 반발/중/“이스라엘제 대체” 결정 재촉/대/“군수산업 회생” “무역보복 우려”/국내 여론도 이해따라 엇갈려/“군비경쟁 촉발” 미도 반대 복잡양상【파리=한기봉특파원】 프랑스가 개발중인 최신형 전투기 미라주 2000­5의 대만 판매 여부를 두고 프랑스와 중국 및 미국 이스라엘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외교적 관심을 끌고 있다.

걸프전 이후 단일무기 거래로는 최대 규모가 될 미라주전투기 1백20대의 인도가격은 대략 1백억달러.

침체일로인 프랑스의 군수업체로서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대만 정부가 프랑스 전투기의 구매의사를 밝힌 이후 진행되던 양국간 협상이 벽에 부닥치게 된 것은 지난 3월 전기침 중국 외교부장인 프랑스 정부에 대해 미라주 전투기의 대만 판매가 성사될 경우 양국 관계에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 하면서부터 였다.

중국과의 외교·경제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프랑스로서는 경제적 실리와 외교마찰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고 국내 의견도 분열됐다.

국방비 삭감으로 군수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족스 국방장관은 전투기 판매를 적극 추진하는 반면 뒤마 외무장관은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고려,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미라주 전투기 제조업체인 다소사 등 군수업체들과 중국의 무역보복을 두려워하는 농산물 업체간에도 찬반이 갈렸다.

프랑스가 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주춤거리자 대만 정부는 프랑스가 중국의 압력을 굴복한다면 구매선을 바꿔 이스라엘 공군의 크피르 전투기를 사겠다는 입장을 흘렸다. 이스라엘 전투기에 자국산 엔진을 장착시키고 있는 미국은 이를 환영했다. 미국으로서는 또 미라주 2000기종의 개량형으로서 95년에 실전배치될 미라주 2000­5 기종의 첫 해외진출인 대만 판매는 두 중국간에 군비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과는 80년대 중반부터 은밀한 군사협력을 해왔고 지난 1월 외교관계를 공식수립한 중국은 대만의 이스라엘제 전투기 구입은 본토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크피르 전투기는 미국산 엔진을 달고 있으나 미라주Ⅲ 전투기를 발전시킨 기종으로서 프랑스 언론은 두 전투기의 경쟁을 빗대 「운명의 장난」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물론 내심으로는 이스라엘 전투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미라주 전투기의 구매를 계속 희망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이를 승인할 경우 대북­고웅간의 TGV(고속전철) 참여와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을 발주하겠다는 언질을 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와 중국간에도 광동성의 지하철 건설과 원전 건립,시트로앵 자동차의 현지조립 등 만만찮은 대규모 사업이 계획되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를 돈으로 환산,대만이 제공하려는 건설사업은 3천억달러 규모에 달하지만 중국은 프랑스에 대해 무역보복을 한다 하더라도 그 피해액은 1백50억프랑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대만이 전투기 구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미국이 F16 등 전투기 판매를 거부하는데다 자체개발중인 자국산 전투기가 속도와 엔진에 문제가 있어 중국과의 공군력 격차가 자꾸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이에 따라 기존의 F104와 F5를 대체할 전투기 2백40대의 조속한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로서 대만 정부가 어떤 기종을 선택할는지는 프랑스 정부의 확실한 태도 여하에 달려있는 것 같다. 중국은 미라주전투기가 대만에 판매된다면 프랑스에 대한 외교관계 격하와 무역보복을 단행할 것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빠른 결정을 재촉하는 대만 정부와 미라주 전투기의 대만 판매를 막으려는 중국과 미국의 압력,자국 군수산업체의 판매 승인압력,정부 각료간의 이견 등 복잡하게 얽힌 요인 사이에서 프랑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