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제기한 경기침체 경계론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요즈음 문화계도 전반적으로 불황에 허덕이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어 체감경기의 실상을 보는듯하다. 한때 그림값의 이상폭등 현상을 보여왔던 화랑가에선 최근 예정된 전시회가 연기되는 경우가 적지않고 아예 취소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고 한다(한일보 13일자 석간 1면).음악계에서도 기획공연의 경우 지난해 비해 절반수준에 머무르고 있는데,대개 공연비용의 3분의 2 정도를 스폰서가 부담해온 상황에서 요즘 같은 경기하강 국면에선 스폰서가 좀체 나서기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풀판의 경우도 최근 일부 출판사의 도서출고량이 작년동기에 비해 근 20%나 격감했고 판매되지 않은 분량의 반품도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 책을 안 읽는다던 풍토에서 자생적으로 열기가 오르던 독서의욕이 경기침체에 옆구리를 찔려 동반침체 하지만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영화제작 편수도 90년 95년,91년 82편에서 금년 상반기에는 30편에 머무르고 있고 관객수도 지속적으로 줄어 올들어 36곳의 극장이 문을 닫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그림값의 폭등으로 투기의 온상같은 지탄을 받아오던 화랑가는 최근 부분적으로 전속작가제 도입 등 구조조정을 하는 단계에서 불황을 맞아 개점 휴업상태에 빠지고 심한 경우 호당 30만원하던 중견작가의 작품을 20만원으로 낮춰도 좀체 거래가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인 경기침체는 대응 경제시책으로 다시 회복할 수도 있고 기업이나 국민이 내핍으로 감내하는 등 가시적인 대비가 가능하지만 문화계의 침체가 장기화돼 창작활동이 위축되고 고객이 등을 돌리면 문화후퇴의 후유증을 겪게된다. 이 후유증은 쉽게 회복되지도 않고 정신문화의 공백사태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몹시 안타깝고 두려운 일이다.
사실 문화계에 대한 지원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지 않는다. 증시나 중소기업 자금난 같은 난제는 수조원대의 자금책정이 불가피 하지만 문화계는 몇십몇백억원대의 도움만으로도 침체의 늪을 벗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일찍이 6공 정부는 문화의 창달을 소리높여 외쳤지만 실은 예산배정이나 지원에서 인색한 정부였다. 문화계의 불황이 국민의 정서적 좌절로 연결되는 것을 바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의 성의있는 지원대책을 촉구한다. 아울러 문화계도 오늘의 불황을 계기로 삼아 그림값 같이 과소비 풍조에 편승했던 터무니 없는 모순구조 등도 과감하게 시정하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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