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통치철학/변혁기「국가장래」 지도력이 좌우(민주화시대의 리더십:3)
알림

통치철학/변혁기「국가장래」 지도력이 좌우(민주화시대의 리더십:3)

입력
1992.06.14 00:00
0 0

◎보수적 반공·권위주의 간판 내릴때/정책비전·도덕성·통일신념 갖춰야이승만정권 엘리트에 통치철학이란 것이 있다면 반공과 보수적 민족주의,그리고 현실적 편선주의란 말로 요약될 수가 있다. 반공이나 보수적 민족주의란 것도 철학적 사변적인 셩격의 것이었다기 보다는 거의 육감적 본능적인 충동에 의한 것이었다. 공산주의로 인한 기존 질서의 파괴와 사회적 지위의 상실의 두려움이 정치인들을 당시 가장 두드러진 반공지도자였던 이승만박사 주변에 뭉치게 한 것이다.

근래에 와서도 대한민국 정부가 친일파,친미파들에 의해서 세워지고 지켜져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필자는 이런 주장에 전적으로 동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철저한 반공노선과 보수적 권위주의가 일제의 식민통치를 거쳐서 계승되었으며 미국정책에 의하여 직간접적으로 보호되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반공사상과 세력이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아낸 보루였다. 그것이나마 없었다면 남한은 중국대륙과 운명을 같이했을 것이다.

보수적 권위주의란 말속에는 조선조부터 내려온 왕정의식과 근대적 민족주의,국가 지상주의 요소를 내포하는 독립사상이 혼합되어 있었다.

이 정권 엘리트의 현실적 편의주의는 그들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태도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그들이 자유민주주의를 국시로 받드는 것도 반공적 권위주의의 내용을 포장하기 위한 것 같이 보였다. 또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의 보호와 지원을 받아내는데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신념이나 실천의지를 그 행동에서 찾아 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승만의 장기집권과 독재에 저항했던 야당 지도자나 장면정권은 그들이 내세웠던 자유민주주의에 얽매여서 이 정권과 같이 철저한 현실적 편의주의로 변신하질 못했다. 그래서 집권 10개월만에 군사혁명에 의해 밀려났던 것 같다.

박정희정권에 와서도 반공·보수적 민족주의,그리고 현실적 편의주의의 통치이념이 대체로 지속되었다. 그러나 보수적 민족주의가 내용적으로 근대화 민족주의로 바뀌고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 정책에 대한 집념으로 발전했다. 급속한 산업화와 북한을 능가하는 국력신장의 목표추구가 권위주의 정권을 강화했고 새로운 기능주의와 실적주의를 통하여 두드러진 국가발전을 이룩했다. 전두환정권에 와서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되었지만 조국 근대화는 선진조국의 창조란 구호로 발전한다. 박 정권의 장기집권의 폐단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 단임제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공약되고 민주주의 토착화 방안으로써 실천되었다.

노태우정권에 와서는 종래의 반공과 보수적 민족주의가 권위주의의 청산과 민주화라는 구호에 의해 희석화되는 한편에 현실 적응의 편의주의가 더 두드러졌다. 과거의 반공과 권위주의 체제의 지지세력이 어용으로 몰리는 한편 그동안 억제되었던 야당세력과 언론 그리고 재야운동권 세력이 활개를 칠 수 있었다. 그 결과 정치불안 경제쇠퇴 사회혼란이 계속되어 오늘의 정치적 전망을 매우 흐르게 만들고 있다.

위에서 말한 반공·보수적 또는 근대화 민족주의,현실적 편의주의는 그 나름의 도덕성과 비도덕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공산주의는 물론 반공주의도 자기의 내부집단에 대해서는 도덕성을 강조하지만 투쟁대상에 대해서는 인륜·도덕성에 구애를 받지 않는 속성을 간직한다. 보수적 민족주의와 권위주의를 뒷받침하는 도덕성은 경천숭조·충효사상·가족주의·동족애·애국주의·전통문화와 기존체제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선후배에 대한 의리와 사랑 등등이다. 다만 이러한 전통적 도덕··윤리사상이 해방후부터 들어온 외래사상과 문화에 의하여 흔들리고 희석화되는 가운데 현실적 편의주의에 의하여 휘덮여져 버린감이 있다.

이러한 추세와 문제점을 감안할때 차기정권 지도층은 어떻게 대응·처신해야만 하겠는가. 첫째,반공은 시대적 사명을 거의 다 해가고 있으므로 외면으로부터 내면으로 자리를 옮겨 놓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거의 반세기 동안 내걸어온 구태의연한 간판이나 구호에 집착함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둘째,보수적·근대화 민족주의도 전면에서 후면으로 물러설때가 되었다. 현명한 사람은 겉으로 국제주의를 내세우면서 민족주의의 실익을 취한다. 어리석은 사람만이 민족주의를 원색적으로 내세워 남들의 경계심을 촉발한다. 그러나 북한이 주체사상의 이름으로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현실을 감안할때 개방적 또는 문화적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것도 적절한 조치일 것이다.

현실적 편의주의는 명분론에 구애받지 않는 실리주의 공리주의의 대명사일수도 있다. 그러나 가치관의 혼란으로 정신적 혼미상태가 지속되는 현실 상황에서는 통치의 명분과 원칙을 보다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적 신의가 오간데 없고 인간성 상실,도덕성의 실종이 나라의 존립기반을 위협하는 현실에서 정치목표 뿐만 아니라 정치수단의 도덕성 회복이 많은 국민의 동조와 지지를 얻는 길이 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다가오는 시대는 통일의 시대라는 점에 모든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따라서 통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가진 지도자라야만 우리의 장래를 책임질수 있을 것이다.<한승조 고려대교수·정치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