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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캄 파병 속셈」/최해운 싱가포르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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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캄 파병 속셈」/최해운 싱가포르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2.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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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기를 쓰고 캄보디아에 군대를 파견하려고 하나.일본이 경제력을 발판으로 정치·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곳이 시기적으로 유엔군의 캄보디아 파병과 연결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대상지역이 캄보디아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본은 기필코 그곳에 군대를 보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일본의 진주만 폭격 50주년이란 역사의 한 매듭을 이루는 시점에서 동남아시아 전역은 거의 일본의 경제 지배구도하에 편입되어 있으나 아직 자신들이 손을 뻗기 어려운 곳이 있다.

바로 2차대전후 사회주의 지배권에 있었던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등 인도차이나 반도이다. 이들 나라는 태평양 전쟁중 일제의 침략으로 참혹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반일 감정이 뿌리깊다. 그래서 일본이 쉽게 파고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에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베트남에서만 일제의 만행으로 2백만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그들의 일본에 대한 반감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캄보디아는 지리적으로 동쪽은 베트남,북쪽은 라오스,서쪽으로는 태국을 접하고 남쪽으로는 남중국해를 끼고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요충지다.

또한 석유 등 많은 천연자원이 묻혀 있어 「진출」에 매력을 느낄만한다.

일본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대한 영향력 강화의 거점으로 캄보디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지 않고서는 동남아시아를 정치대국의 지역적 기반으로 삼으련는 전략에 차질이 오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캄보디아 공략은 총력적이고 입체적이다. 일본정부는 캄보디아 평화 협상을 주도했고 현재 유엔의 캄보디아 임시행정기구(UNTAC) 의장도 일본인이 맡고 있다. 일본은 또 캄보디아 전후복구에 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놈펜의 최고급 호텔인 캄보디아나는 일본의 기업인 언론사 특파원 관리들로 그득하다. 이들이 호텔을 점령한 인상마저 준다.

캄보디아 각 정파회의의 민족최고회의(SNC)에는 주요 유엔중재국의 대표가 옵서버로 참석하고 있는데 지난 3월 각 정파 지도자들은 일본을 경계해서인지 일본의 옵서버 참가를 거부한 적이 있다.

일본은 이에 즉각 캄보디아에 대한 일체의 경제적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이틀만에 이를 번복시키기도 했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파고드는데 경제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느낀 일본은 그간 숨겨왔던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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