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선 수정 헌법안 하원부결【워싱턴=정일화특파원】 11일 하루동안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두번이나 비참한 패배를 맛봐야 했다.
부시 대통령이 스스로 「정의의 전쟁」(Just Cause)이라고 이름붙인 89년 12월의 파나마 침공작전이후 그는 「해방자」로서의 환영속에 파나마를 방문하려 노력해왔다.
그러나 막상 11일 파나마에 들어가 「시내광장」이라는 곳에 연설하려 들어갔을때 그가 맛본 광경은 우렁찬 박수소리가 아닌 『살인자 물러가라』는 구호와 함께 이를 저지하는 경찰의 최루탄가스 세례뿐이었다.
이날 미 전국에 TV생중계된 부시 대통령 일행의 파나마 방문광경은 비참해 보였다.
부시 대통령이 시내 광장에 설치된 연단에 막 들어간후 파나마 시장 메이인 코레아 여사가 부시 대통령을 소개하려하자 갑자기 사방에서 총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이어 최루탄가스가 날아와 모두 코를 막고 피할 자리를 찾는 소동이 벌어졌다. 부시는 대통령 리무진에 올라 급히 자리를 떠났는데 그 주위에는 기관단총을 빼든 정사복 경호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TV화면을 꽉 채웠다.
지난 1989년 12월 파나마 대통령 마누엘 노리에가를 체포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침략군을 보냈던 부시 미 대통령은 그동안 이 「정의의 전쟁」아닌 「침공」을 파나마인들에게 「독재로부터 해방」 「경제발전의 가속」 등 한없는 축복을 파나마 국민들에게 선물한 것으로 선전해왔다.
부시 대통령의 파나마 방문 하루전인 10일 백악관에서는 한 고위관리의 주재 아래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부시 업적을 재강조하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지 못하게 돼 있는 배경설명(Background) 기자회견에서 이 고위관리는 「정의의 전쟁」 결과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는 파나마 침공이 첫째 파나마 주둔 미국인에 대한 테러를 종식시켰으며,둘째 파나마의 민주주의를 방어하게 됐고,셋째 마약거래 행위를 효과적으로 근절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파나마운하 조약을 성실하게 지키도록 만들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어 노리에가 독재 당시 외국부채에 쌓인채 형편없는 성장밖에 보이지 못하던 파나마 경제가 「정의의 전쟁」이후 9.6%의 성장을 보였고 동결된 국제금융신용도 회복되는 등 큰 진전을 보였다고 말했다.
파나마 국민은 이같은 대미 신뢰관계의 회복,민주주의 회복,경제성장 등의 「눈부신」 발전에 대해 대부분 기쁨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이 고위관리는 덧붙였다.
파나마가 군대를 갖지 않기로 헌법을 고친것도 「정의의 전쟁」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1일 부시 대통령의 리무진이 무장경호원에 둘러싸인채 파나마 중심부를 떠나는 모습은 부시 대통령의 파나마서의 업적이 꼭 환영일색으로 평가되고 있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반증했다.
파나마 침공 당시 3백25명의 파나마인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수십배가 많다는 얘기도 있다. 또 전쟁중 한 마을을 완전히 불살라 버리기도 했는데 이 마을 거주민에게는 그뒤 6천8백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이날 데모대에는 배상금이 적다고 항의하는 주민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부시 대통령이 파나마에서의 반미 데모대에 의해 파나마 광장을 떠나 또 다른 반 부시 데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리우데자네이루로 날아가고 있을때 미 하원은 균형예산 수정헌법안을 2백80대 1백53으로 부결시켜 부시 대통령에게 또다른 쓴잔을 맛보게 했다.
부시 대통령은 4조달러에 이르는 연방예산 적자해소를 중요한 차기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이를위해 헌법을 수정해 강력한 법적 뒷받침을 얻은 후 강한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파나마 출발직전까지도 민주·공화 양당의 수정법안 지지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당신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강력한 전략에도 불구하고 그는 헌법 수정에 필요한 3분의 2 선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수정헌법 통과에 실패하고 말았다.
부시 대통령은 리우데자네이루의 지구환경 회의에서도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게 돼 있다. 그는 이번 회의중 대기중 탄산가스 규제 및 환경보호를 위한 대후진국 경제지원안에 반대의사를 표명해 『적어도 환경문제에 관한한 세계 지도자가 되기를 스스로 포기한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아직 대통령후보 출마를 정식으로 선안하지도 않은 로스 페로가 부시를 앞서고 있다는 결과를 종종 내놓고 있다.
11일 하루동안에 당한 부시 대통령의 고난은 11월 선거를 앞두고 내우외환에 빠져 휘청거리는 그의 현주소를 함축적으로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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