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개 재벌·「TK전맥」 새 인물/김영삼/중기등 소액헌금자들 십시일반/김대중/개인주식등 매각 “대선준비 완료”/정주영조직과 자금,그리고 홍보를 3위1체로 하는 정치에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부분이 바로 자금이다.
세 후보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선거 인플레에다가 금권정치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많은 돈이 소요되는 현실에서 어떻게 「정치살림」을 꾸려가고 있을까.
정치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데 비례해 은밀성이 강조되는게 후보들의 자금관리이다.
○…민감한 정치자금의 성격상 김영삼 민자당 대표의 회계장부는 좀처럼 내용과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며 김 대표 본인은 물론 측근들도 이 대목에 질문이 이르면 버릇처럼 입을 다문다. 다만 야당시절 김 대표의 자금줄이 중소기업가 중심의 「소액다수형」이었다면 합당후엔 L,S,D 기업 등 6∼7개의 재벌그룹이 주요 후원자라는 관측이 나오는 정도다. 또 하나의 새 양상으로 구연을 가진 부산·경남쪽 돈줄이 「TK전맥」과 접목하는 경향을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대선과정에서 김 대표의 씀씀이는 이같은 개인적 자금원으로 충당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여권의 총체적 「자금프리미엄」으로 뒷받침돼야할 성질의 것이어서 그만큼 가변적이다.
상도동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엮어보면 후보이전까지 김 대표의 월 경상지출은 대강 2∼3억원 정도로 알려져 왔다. 여기엔 계파관리 비용,사조직 운영비,당이 주관하지 않는 김 대표 개인차원의 지지그룹 모임경비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후보확정이후 행보가 더욱 빨라진 김 대표의 요즘 씀씀이는 종전 규모보다 훨씬 커졌을 것이라는게 지배적 견해다. 또 이같은 경상경비는 총선과 대선 등 사활적 이벤트를 위해 조달되는 자금에 비하면 「폭포수 속의 물방울」에 그친다는 해석이 정설이다.
돈에 대한 김 대표의 철학은 통상 「돈은 써야 모인다」는 것으로 말해진다. 어장을 경영하는 유복한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나 정치 입문시절부터 돈의 어려움을 거의 느껴보지 못한 김 대표의 이같은 돈 개념은 오랜 정치역정을 통해 체득한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또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쓰는 성격으로 유명한데 측근들은 『좀 과장하면 김 대표가 돈을 세어서 주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그의 돈에 대한 「무심」함을 표현한다.
김 대표는 또 68년 현재의 상도동 자택에 정착하기까지 부친 김홍조옹이 사준 4채의 집을 선거비용 마련을 위해 차례로 판 일화도 갖고 있다. 따라서 김 대표에겐 돈에 관련된 개인 스캔들이 크게 없다는 장점도 있으나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충분히 살피지 못하는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와함께 김 대표는 야당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입과 지출 등의 돈 관리를 소수의 핵심 측근들에게 위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 김 대표의 개인 재산은 시가 약 4억원 상당의 자택(대지 1백2평)과 고향인 거제도 전답(1만1언평) 및 임야(2만6천평),창원 어장막터 등 10억여원으로 주장되나 부친 소유의 어선 6척 등 이것저것 합치면 2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감대중 민주당 대표는 『정치 지도자는 돈을 만들줄 몰라도 안되고,부정한 돈을 만들어도 안되며 돈을 갖고 있어서도 안된다』라고 말한다.
이와함께 『난 평생 한푼도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도 잊지않고 덧붙인다.
그러나 현역 의원만도 96명이나 되는 덩치 큰 야당을 별 무리없이 이끌고 나아가 연말의 대회전을 준비해야 하는 김 대표가 이에 상응할 자금동원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지구당을 방문하면 기백만원의 격려금을 내놓아야 하고 최근 잦아진 재야·노동계·종교계 인사들과의 접촉에도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지난 5·6일 부산·경남지역 중견언론인 모임인 가야클럽 토론회에 참석하고 지역당원들과 이해증진 모임을 갖는데 2천여만원이 소요됐듯이 수십명이 함께 움직이는 지방 나들이는 특히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수 밖에 없는데도 김 대표가 자금을 조달하는 경로나 정확한 규모,사용내역 등은 철저한 비밀로 돼 있다. 측근들조차도 대략적으로 추정하는 정도가 고작일만큼 자금관리는 전적으로 김 대표의 전결사항이다.
한 측근은 『총선을 계기로 자금수요가 부쩍 늘어났고 대선준비에 엄청난 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대부분의 돈이 중소기업인 등의 소액 헌금자로부터 오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가끔 대기업에서 뭉칫돈을 건네오기도 했지만 3당 통합이후엔 대기업으로부터의 자금제공이 전면 중단된 상태라고 덧붙인다.
결국 다수의 중소기업인들이 부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자금과 각종 후원조직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아주는 성금,아주 드물게 절대 지지의 졸부들이 다소의 자랑을 섞어 기부하는 큰돈,당내의 유력인사들이 내는 「공금」 등이 김 대표의 돈줄을 이루고 있다. 다수의 소액기부자들이 대종을 이루는 「개미군단」 식의 자금줄인 만큼 추적도 힘들고 쉽사리 끊어지지도 않는다는 것이 김 대표 주변의 설명이다.
김 대표의 이같은 자금조달 방식은 그의 오랜 정치탄압 경력과 여당에 집중되는 정치자금의 속성 등으로 보아 유일하게 가능한 방식이지만 공개되지 않는데 따른 의혹도 많다.
따라서 『유사시를 대비해 늘 독을 채워놓고 넘치는 물만 뿌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이 지적은 자금원과 규모에 대한 의혹으로 증폭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모든 재산을 공개할 것이며 당선된다면 매년 재산을 공개할 것』이라며 『조건없는 자금을 받아 정치활동에 전액을 쓰고 있다』고 강조한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정주영 국민당 대표의 자금줄은 물론 그 자신이다. 정 대표가 정치활동을 시작한 직후 현대의 자금이 흘러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로선 그같은 가능성은 생각하기 어렵다. 일련의 현대 관련 사건에서 보듯 정부가 현대의 자금흐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추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자금동원 방식과 규모는 국민당내에서도 「극비」에 속한다. 돈줄은 곧 목줄이라는게 정 대표 진영의 생각이다. 다만 정 대표는 평소 기자간담회 등에서 『대선을 치를만큼은 준비해 놓고 있다』고만 말해왔다. 측근들도 자금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입을 떼지 않으면서 『대선까지는 총선보다는 많이 들지 않겠느냐』고 말해 어느정도의 자신감은 표출하고 있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해볼때 현재 정 대표가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가용자금은 최소한의 2천억∼3천억원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정치참여를 선언하기 전에 이미 모든 자금을 확보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전 사용한 자금중에 90년 발행의 수표가 포함돼 있었으나 측근들은 그때부터 정치자금을 준비해온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정 대표가 정치를 위해 미리 확보해둔 「탄환」은 주로 주식과 유가증권을 매각한 자금.
그러나 국민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가 정부의 견제때문에 상당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정 대표 측근들은 개인 대주주의 주식매각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에 주식처분을 할 수 없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정 대표의 돈쓰는 방식은 독특하다. 평소에는 거부답지 않게 「구두쇠」이면서도 돈을 써야할때는 깜짝 놀랄만큼 「큰손」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지금도 10년전에 산 바지를 짜집기해 입는다. 2∼3년전만해도 오래된 와이셔츠의 소매와 깃만 바꿔달아 입고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정 대표는 예전부터 부하들이 회식에 사용하는 돈은 아끼지 않았다는게 측근들의 얘기이다.
정 대표는 지난 2월 공천자 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들은 나를 보고 피와 땀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나는 피는 한방울도 안흘렸지만 땀은 많이 흘렸다. 그래서 내돈은 짜다』
정 대표는 이같은 생활철학때문인지 총선전후 당소속 후보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자금지원을 하지 않았다. 최근 일부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은 상당부분 재정지원과 관련된 불만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남의 돈을 쓰는 정치인들과 자기돈을 써야하는 정 대표의 생각엔 아직도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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