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서 파고들기” 『외양』 대결/「여권 지도자」 부각… 용모에도 신경/김영삼/온건한 노선·언행등 「뉴DJ」 표방/김대중/「경제통」 강조… 새벽운동 건강과시/정주영사실상의 대선기간이 유난히 길어서인지 각 후보진영은 무엇보다도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 작업에 정성을 쏟고 있다. 이는 우리의 대선전이 정치구호의 차원을 벗어나 선진형을 지향하고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내실보다는 외양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김영삼 민자당 대표의 이미지 홍보전략은 여당의 대통령 후보에 걸맞는 인상을 국민정서에 뿌리내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야권의 불투명한 2인자에서 명실상부한 차기 대통령후보로서의 색채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여권주자로서의 「정제」된 김 대표를 소개하는 이미지 전략은 김 대표 중심의 각종 이벤트 기획에서부터 변모된 「외양」을 자연스럽게 부각시키는데 이르기까지 치밀하고도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
지난달 후보선출 직후부터 김 대표가 범여권 결속작업에 치중하는 정치행보를 재촉해온 것도 그 일환인 셈이다.
이는 김 대표의 이미지 보강책이 내부적 필요에서부터 출발해 결국 대내외적 효과를 동시에 괴하는 쪽으로 강구되고 있음을 엿보이게 한다.
야당 후보들이 후보선출직후 즉각 대국민 상대의 홍보·선전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를테면 기존의 여권지지층에 대해 김 대표의 새이미지를 선보인뒤 이의 연장선에서 대국민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시키자는 복안이다.
김 대표의 이미지 메이커들은 『카리스마·의리·가신의 시대는 가고 전문인의 시대가 왔다』 『선명·투쟁의 정치에서 조정과 통합의 정치를 지향한다』 『명분과 감의 정치에서 합리적 과학적 정치를 추구한다』는 등 나름의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 「여권지도자 YS」를 국민속에 투영시키려 하고 있다.
이와함께 이미지 고양을 위한 김 대표 개인의 노력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의지력을 강조하기 위해 이마가 훤히 내보이도록 헤어스타일을 바꾸는가 하면 어색한 사투리 발음을 교정하려 애쓰고 있고 화려한 색상의 넥타이는 가급적 점잖은 색상으로 바꿔 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본격적인 대선정축에 돌입하면 야당 후보와의 TV토론에도 참여할 것에 대비,경제정책 등을 중심으로 이론무장에 치중하는 등 상대적인 취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김 대표의 보좌팀들은 그러나 무조건 「새로운 상품」을 내세울 목적으로 이미지 전략을 짜지는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지니고 있는 고정화된 대국민 이미지 중에서 적절한 취사선택을 통해 가급적 대중정서에 폭넓게 주합되도록 「재포장」하는 일에만 치중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자질시비」 등에 지나치게 얽매인 나머지 갑자기 달라진 김 대표를 선보였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
김 대표 개인의 품성과 자질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가운데 정치적으로 한차원 높아진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부각시켜 간다는 홍보전략이기도 하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김대중 민주당 대표는 요즘들어 부쩍 웃음이 늘었다.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우세를 보여 대선승리를 낙관하기 때문이거나 자치단체장 선거와 관련한 여당의 대응이 흐뭇해서는 아니다.
그의 웃음은 지도자가 응당 갖춰야할 미래지향형 이미지,민주사회에 어울리는 딱딱하거나 권위적인 것이 아닌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반쯤은 「의도적인」 웃음이다.
식목일 행사나 모심기 행사에는 산뜻한 남방이나 점퍼차림으로 나서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넥타이와 조화된 양복 윗 주머니에 포케치프를 꽂은 노신사의 모습을 선보인다. 목소리의 톤을 부드럽게 하고 특기인 대중연설때도 과거와 달리 손을 들어 자르듯이 아래로 반복해 내리찍는 제스처도 드물어졌다.
TV카메라를 의식,가볍게 하는 화장까지 시작했다.
이제는 거의 습관이 되다시피한 이같은 언행은 바로 민주당 기획팀이 3·24총선 유세를 통해 실험하고 그 효용을 나름대로 검증한 「뉴DJ플랜」의 행동요령이다.
그렇다고 「뉴DJ플랜」이 단순한 연출만은 아니다. 당 기획팀은 수차례의 설문조사를 통해 「대권3수생」 DJ의 개선점을 추출해냈고 그 결과에 따라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조해 이같은 행동요령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다가 김 후보 스스로도 국제적인 냉전체제의 와해와 화해분위기,탈산업화 시대에 들어선 대중들의 연성지향,국내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러 투쟁적 이미지가 갖는 부작용 등을 감안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치구호 대신 물가문제 등 경제현안을 부각시킨 것이나 지난 총선에서 견제세력 형성을 호소한 것 등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같은 외양의 변화는 DJ노선 자체의 온건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데올로기를 떠난 정치 경제의 중도통합을 반복해 외치고 있고 「개혁적 보수」 또는 온건개혁 노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군출신을 영입하고 이기택대표와 김정길 최고위원 등 영남권 인사에 대한 지원을 다짐하는 것 등도 새로운 이미지 형성노력과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외양상 온건한 이미지의 표방이 곧바로 원칙의 굴절을 묵인하는 것과 통하지는 않는 것 같다.
최근들어 지자제 단체장 선거에 대해 보이고 있는 완강한 태도가 좋은 예이다.
그러나 「뉴DJ플랜」이 내실을 기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나치게 이미지에만 신경을 쓸 경우 김 대표의 고정적 지지기반이 잠식될 수 있다는 얘기도 그중 하나이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정주영 국민당 대표 진영은 다른 어느 후보보다 이미지 메이킹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기업가로서의 정 대표 이미지는 확고한 편이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아직 유동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앞으로 남은 6개월의 대권장정 기간이 정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국민당은 대권홍보 전략을 크게 두갈래 방향에서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득표유인 요소가 될 수 있는 긍정적 이미지를 확대,제고하는 것이고 다른 하는 「정치신인」인 정 대표의 부정적 이미지를 최소화하는 작업이다.
국민당측이 이번 대선에서 집중 활용하는 무기는 물론 「경제통」이라는 정 대표의 고정적 이미지. 대선이 가까워질수로 경제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는 반면 기업경영에서 얻은 성가를 유권자들의 경제부흥 심리에 투영시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펴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탈정치의 시대적 사조와 경제중심의 국제질서 개편 등 상황변화를 강조하며 「부국강병론」과 「강력한 지도력」을 슬로건으로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의 당 운영방식을 「독단적」이라고 비난하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 국민당이 최근 민주적 협의의 모양을 갖추기 위해 애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민주적으로 의견을 수렴한뒤 입장정리를 단호하게 하는 것이 잘못이냐』라는 주장을 펴는 배경도 「추진력」을 지도자의 미덕으로 인식시키려는 계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와함께 국민당은 정 대표의 근검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방안을 강구중이다. 정 대표 스스로 승용차를 그랜저에서 쏘나타로 바꾸고 소속 의원들에게 쏘나타를 선물키로 한 것은 그같은 전략의 일환인 듯하다. 이같은 홍보전략은 자수성가로 대기업을 일으킨 정 대표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자영업자 및 서민층의 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 진영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정적 이미지는 나이와 건강에 대한 유권자들의 일반적 인식. 국민당측은 나이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 대표가 새벽에 테니스 등 운동하는 모습을 공개하거나 후보간의 TV토론회 등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이밖에 현대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인적자원의 활용 등 현실적 연결고리는 인정하되 현대에 정치적 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주영=현대회장」의 이미지를 조속히 탈피해 나간다는 전략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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