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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 모교사랑(대학을 살리자: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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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 모교사랑(대학을 살리자:15)

입력
199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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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 유대강화 학문발전에 “단비”/「한푼의 성금」 장학금·연구비증액 도움/학교시설·실험기자재 확충에도 한몫/학부모·유지들의 「기부금참여」도 끊임없이 유도해야□특별취재반

▲사회부:설희관차장·유승우·김철훈·고태성·남대희·이성철·이태희기 자

▲사진부:오대근기자

「만성적인 재정난으로 궁핍해진 모교에 조그만 정성을 보냅시다」

동문간의 상부상조를 통해 모교의 명예를 높이는 구심체를 자임해온 각 대학의 동창회가 최근 대규모 후원금을 조성하는 등 모교돕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어 동창회의 새로운 역할모색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학측도 재정난 타개를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후원금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어 대학 재정난시대에 동창회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동창회와 대학들은 기업 등의 거액 희사보다 동문들의 「벽돌」 한장을 더 중시,선후배간에 끈끈한 유대관계를 강화,모교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 상경대·경영대학원 동문들은 지난해 7월 「장기발전후원회」를 결성,후배들을 21세기 한국경제의 주역으로 육성한다는 목표아래 3단계의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했다.

후원회는 우선 1단계사업으로 학생 5천명과 교수 1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5천5백평 규모의 건물을 신축할 예정인데 소요예산 1백50억원중 현재 64억원이 동문 1천3백여명의 모금에 의해 확보된 상태.

서울대 동창회는 지난 3월 「과학기술교육진흥기금 1백억원 조성계획」을 세우고 모금에 착수했다.

동문들은 1구좌당 5∼10만원씩을 자발적으로 내고 있는데 이 기금은 자연대 및 공과대,연구소의 진흥기금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정기적모임 계속 추진

한국외대 동창회는 세계 각국의 언어와 관련 학문을 접목시키는 「외국학 종합연구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발기인대회를 개최하고 동문들을 상대로 1백억원의 기금마련에 나섰다.

이 모금에는 동문뿐 아니라 교직원과 학부모들도 호응,지금까지 10억여원을 모았다. 고려대 정경대 동창회도 지난해 동문들의 연례모임인 「정경대의 밤」행사에서 정경대 건물증축을 위한 모금을 결의,1백여명이 1억7천여만원을 내놓았다.

숙명여대 총동문회는 지난 4월20일 개교이후 처음으로 「숙명인 큰잔치」를 열고 7천여동문과 재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흥겨운 하루를 보냈다.

「만남의 장」 「단합의 장」 「발전의 장」으로 구성된 이날 행사에서는 학교발전에 기여한 동문 5명을 시상하기도 했다.

이날 수익금 2억여원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내놓은 동문회는 해마다 이 행사를 열어 재정지원에 일조를 하기로 했다.

대학 당국의 동문후원금 유치활동도 활발하다.

개교 1백주년을 5년 앞두고 있는 숭실대는 올해부터 기금 2백억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재단 동문 학부모 교직원으로 「기념사업회」를 구성,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건국대 안용교총장은 『사학의 형편상 재단의 지원이나 학생들의 등록금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취임직후 「대학발전기금조성위원회」를 구성,동문 학부모들을 상대로 모금을 벌이고 있다.

안 총장은 동문기수별 모임 등에 참가해 모금을 호소,지금까지 2억여원의 기금을 모았다.

서강대는 부족한 강의실 마련과 장학기금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지상 6층 지하 3층의 「장학회관」을 건립키로 하고 지난 4월 「운영위원회」를 발족,국내의 2만여 동문들에게 취지문을 보냈다.

서강대는 총 공사비 35억원을 동문모금 10억,기존장학금 4억,건물임대 보증금 21억원 등으로 충당하고 연간 2억4천여만원의 임대수입을 장학금과 교수 연구비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 탤런트 배우 동문 20여명은 최근 「CF동문회」를 조직,자신들이 출연해 받은 CF출연료를 연극영화과 발전기금으로 내놓고 있는데 현재 1억5천만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이밖에 많은 대학에서 대학 혹은 단과대,학과동창회 등의 재정후원 활동이 활발해 대학의 재정난 극복을 위한 하나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동창회의 주요 역할은 동문들 사이의 친목도모와 모교발전에의 기여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 각 대학과 동창회가 대학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그동안 이 부문에 대한 인식이 부족,소홀히 해왔음을 반증한다.

외국대학의 경우 스웨덴 괴텐부르그대학의 대학 재정수입중 기부금의 구성비가 36.2%,영국 버밍엄대학이 19.1%,일본의 와세다대학이 7.9%를 차지하는 등 기부금 구성비가 높은 반면 우리나라 사립대의 기부금 구성비는 2% 내외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명인 중심 운영 탈피

K대 이모교수는 『그동안 소수의 유명인사 중심으로 뭉친 우리사회의 동창회는 이들의 사회적 입지강화의 발판으로만 이용돼 온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동창회가 친목도모를 넘어 배타적인 「학연」의 파벌을 형성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동창회 모금도 유명인사 중심의 일과성 행사로 진행돼 대다수 동문의 참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안병만부총장은 『「동문이 모교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명제는 오늘의 자신을 있게한 대학에 대한 보답적 차원』이라며 『동문들이 이러한 인식속에서 모교의 재정지원에 관심을 쏟을때 대학은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커다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위해 대학은 동문들에게 참여의식과 유대감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연세대 송재교수(경영학)는 『미국의 경우 대학이 동창회 후원금 등 기부금을 유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에 의하면 미국의 대학은 모금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낸다.

이들은 동문,학부모,지역유지 등에게 지속적으로 모금을 위한 편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각종 재단을 찾아가 기부금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을 한다.

이들은 『일본의 기업들은 미국대학이 일본유학생들을 교육시킨 대가로 기부금을 내야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조셉 알루토 경영대학장이 건물 증축기금 9천만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내한,한국 동문을 상대로 모금활동을 벌인 것도 이들의 적극성을 보여준 예이다.

연세대 박흥수 기획실장은 동문에 대한 대학의 서비스도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졸업증명서 등 제반서류 발급의 무료화,학교사업의 홍보강화,동문 재상봉의 날 추진,학교시설 이용개방 등을 통해 동문들에게 소속감과 유대감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도 졸업생 신경을

한국외대 안 부총장은 『우리 대학의 경우 동문주소록을 이제야 만들고 있을 정도로 동문관리를 충분히 해오지 못했는데 최근 뜻있는 동문이 많이 생겼으나 이를 결집시킬만한 구심점이나 아이디어가 없어 고민』이라며 『앞으로 동창회 지원을 조직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동창회모금은 대학이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민간재원인만큼 대학이 재정난 타개책의 일환으로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대학인들간에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동창회모금이 비록 소규모이지만 그 의미는 크며 이같은 활동을 기반으로 기업가들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요청할 수 있는 명분도 되는 것이다.

1백억원의 과학기술 연구기금을 모금중인 최주호 서울대 동창회장은 『이번 모금은 몇몇 대기업으로부터 큰 돈을 받는 것을 지양,모든 동창들의 「푼돈」에 의존할 예정』이라며 『20만동문이 5만원씩 기부해 만든 1백억원이 재벌들의 거액희사보다 모교의 발전을 위해 더욱 의미있게 쓰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 상경대·경영대학원 동창회/작년 「모교발전위」 구성… 후원금 64억 모금

각 대학의 단과대학별 모교 후원사업도 활발하다. 이 가운데 연세대 상경대 동창회와 경영대학원 동창회의 경우 다른 대학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활동이 조직적이다.

양 동창회는 지난해 7월 본교 경영관 3층에 「연세대 상경대학·경영대학원 장기발전위원회」 사무실을 내고,오는 97년까지 계속될 3단계 발전계획안을 마련,이에 필요한 3백여억원 규모의 기금모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창회가 추진하고 있는 1단계 사업은 오는 93년 완공예정의 상경관 건물신축. 연 건평 5천5백여평의 상경관에는 강의실·도서관은 물론 완전 전산화된 통신망까지 구축하게돼 컴퓨터 보급률만해도 현재 1대당 학생 80명에서 10명 수준으로 높아지게 된다. 동창회측은 건물 신축에 필요한 경비 1백50여억원을 전액 동문출연을 통해 확보한다는 방침으로 지난해부터 모금운동을 벌인 결과 현재 1천3백여 동문들로부터 64억여원을 약정받아 놓고 있다.

동창회측은 1인당 연간 최소 10만원 기부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체 2만여 동문에게 발송했으며,기부참여를 유도키 위해 참여자의 이름을 건물로비에 새겨 영구보존하고 고액기부자의 이름을 부속시설물 명칭에 넣을 예정이다.

동창회는 이와함께 제2단계 사업에서는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본격적 도약을 위해 연구인원 확충과 연구비 증액에 필요한 1백억원 규모의 기금을 오는 95년까지 마련키로 했다.

동창회는 이 기금으로 국내외 유명 석학을 초빙하는 석좌교수제,박사후(post­doctor) 과정 등을 신설하고 연구비를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 또 장학금 수혜율을 현재 학부생 24%,대학원생 25%에서 각각 50%와 80%로 끌어올리고 박사과정 연구생 모두에게 장학금과 생계비 일부도 보조해줄 계획이다.

동창회는 3단계에는 남북통일시대의 경제·경영정책의 체계적 연구에 대비키위해 종합경제연구소를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양 동창회의 이같은 모금사업은 유명기업인 등 몇몇 동문들의 기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동창회측은 전 동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모두가 벽돌 한장을 쌓는 정성으로 후배들에게 사랑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별·직장별·지역별 동문모임을 통해 모금운동을 확산해 가고 있다.

연세대 상경대 동창회 윤기중 명예회장(61·현 상경대학장)은 『열악한 사학 재정난문제는 등록금이나 재단 전입금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동문 스스로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며 『단과대학·학과 등 소단위 동문지원을 통해 학교발전과 모교사랑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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