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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O법안의 역설/김영작 국민대·국제정치학(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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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O법안의 역설/김영작 국민대·국제정치학(목요진단)

입력
199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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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집권자민당은 공명·민사 두 야당과 공조하여,이른바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안」을 이번 국회회기중에 성립시키기 위해 강행·통과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법안이 성립되면,일본은 무장한 자위대를 해외에 파견할 수 있게 된다. 제2차 대전이후,반세기 가까이 여러차례의 상처를 입으면서도 그럭저럭 지켜온 「평화헌법」의 마지막 보루인 「해외군사불관여원칙」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일본 국체의 중대한 변화일 뿐만 아니라,사태의 진전여하에 따라서는 군국주의 부활에로의 길을 열 수도 있는 첫 조치인 것이다.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수정된 PKO법안은,평화유지군(PKF)에의 참가동결,전투행위의 금지 등 몇가지 제약조건이 있어,이 법안만으로 「군국주의 부활」 운운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주장도 성립됨직하다. 그러나 PKO법안의 본질은 이러한 수정 내용이나 제약조건에 있는 것이다. 이 법안이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바는,이미 일본정부·자민당이 누차 표명하였듯이,「경제력에 상응하는 정치적 영향력의 증대를 위해,군사분야에서의 역할을 키워 나가겠다」는 데에 있다. 이번 법안에 첨가된 제약 조건은,미쓰즈카 히로시 자민당의원 스스로의 표현을 빌리자면,「일본 국민여론이 군사활동을 묵인하기까지의 몇년동안」을 위한 잠정적 무마책에 불과하다. 「평화유지활동협력법안」은 그 명칭과는 반대로 일본의 평화헌법체제를 붕괴시키는 역설적 법안인 것이다.

○시대역행적 발상의 산물

설사 이 법안의 제약조건으로 보아 「군국주의 부활」 운운하는 것을 일단 유보한다 하더라도,그것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발상에서 나온 위험한 선택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일본이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 참가하는 것 그 자체를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왜 그것이 스스로의 평화헌법 국시를 파괴하면서까지,자위대의 파견이라는 「군사적 형태」의 활동이어야만 되는가하는 점에 있다.

PKO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예컨대 미쓰즈카 히로시씨에 의하면 『냉전이 끝났으므로 일본은 종래와는 다른 새로운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바로 그러한 논리가 세계사의 조류에 역행하는 잘못된 발상의 핵심인 것이다. 탈냉전시대에도 분명 지역분쟁은 지속되고 있지만,대국적으로 보아,냉전의 종결로 국제정치에서 군사적 수단보다 비군사적 수단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같은 세계사의 대조류를 생각하면,이제부터야말로 일본은 종래의 평화헌법체제를 더욱 굳건히 지키면서,일본 특유의 형태로 평화유지활동에 공헌을 해야하고,또 그러한 기능이 국제적으로 요구되며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가고 있지 않는가. 예를 들면 경제개발원조,기술이전,지구환경보호에의 주도적공헌 등 세계가 바라고 있는 일본의 역할분야가 넓고도 다양하다.

또한 일본의 보수정치지도자들은 PKO 법안성립을,그들의 당면외교목표중의 하나인 유엔안보리 임이사국 지위확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군사적대국과 군사적 헌병역할을 하는 나라만이 안보리상임이사국이 될 수 있다는 발상도 냉전시대의 유물이다.

○아사아의 신뢰회복부터

아마도 일본의 보수세력은 「미국의 압력과 지지」라는 것을 내세워,자국내의 반대세력과 한국,중국,동남아 여러나라의 반대가 국제적으로 온당치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나,야예 몇몇 작은 나라들의 반대쯤은 개의치 않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사 제 아무리 강대국인 미국의 압력이 있고 소련의 찬성이 있다손 치더라도,그것은 정도가 아니며 아시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바로 그러한 잘못된 「압력과 지지」에,탈냉전시대의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의 빈곤과 혼란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미국의 압력과 지지」를 내세우거나,경제원조를 무기삼아 군사파견에 동의를 끌어내는 신제국주의적 방법을 쓸 것이 아니라,PKO의 강행에 앞서 아시아 관계국가들의 의혹과 불신을 제거할 수 있는 「신뢰구축조치」들을 취해나가야 할 것이다.

○적극적 대응책을

일본 내외에 수많은 반대의견이 있음에도,PKO법안은 강행·통과될 전망이다. 이제까지 이렇다할 태도표명이 없던 우리정부는 PKO법안에 대한 「유감성명」을 발표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표명」의 일시적 성명만으로는 충분한 현실적 대응책이 되지 못한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한걸음 더 나아가,구체적 대응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하기 까지는,일본의 평화유지군(PKF)은 물론,자위대로 구성된 평화유지활동(PKO)도 한반도에서는 수용치 않겠다는 결의 표명과 함께,아시아 제국과의 연대확산 및 미국 등 우방과의 입장조정 등,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통해 실질적으로 PKO법안 특히 일본의 군국화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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