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 지지율 73% 확보여부에 관심/중산층·젊은세대선 변화물결 파급기대【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 정치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9일 총선을 실시했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쿠데타로 집권한 지난 66년이후 무려 26년간이나 1인 장기집권이 계속돼온 인도네시아 정치체제에서 총선은 요식행위의 의미밖에 없었다.
이번 총선도 요식행위의 범주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나,경제성장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중산층과 젊은세대의 민주화 요구가 변화를 잉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도네시아 의회격인 국민입법회의(MPR) 의원 5백명중 1백명은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군부 몫으로 배당돼 임명되게 돼 있어 이번 총선에서는 나머지 4백석을 뽑게 된다.
인도네시아는 70년대 초부터 난공불락의 막강한 집권 골카르당과 회교에 기반을 둔 연합개발당(PPP),그리고 민주화세력을 자처하는 민주당(PDI) 등 3당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중 제일 야당격인 PPP당은 집권당의 「들러리」 정당이란 비판을 받을 정도로 애매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같은 구도는 지난 87년 총선에서 약간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총선에서 집권골카르당은 73%의 득표율을 보인대신 PPP는 16%, PDI는 11%를 얻었다. 당시 야당 불모지에서 PDI의 선전은 놀라운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총선의 관심은 골카르당의 인기가 어느 정도일 것이며 그 결과각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대체적인 견해는 이변이 없는한 골카르당의 승리쪽으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골카르당이 지난 총선의 73%선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며 10% 내외의 하락 가능성마저 엿보인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만약 골카르당이 퇴조한다면 PDI가 부상할 것이다. 지난주 자카르타에서 열린 PDI의 마지막 유세장에 1백만∼2백만명(경찰추산 3백만명)이라는 인파가 몰린 사실은 인도네시아 정치의 변화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많은 국민들은 수하르토 대통령의 경제개발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빈부격차의 심화,관료의 부정부패,경제의 일부계층 독점현황 등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1억7백만명의 유권자중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1천7백만명의 젊은이들은 PDI의 주요 지지기반이다.
이번 선거에서 골카르당이 상당한 퇴조를 보인다고 해도 수하르토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골카르당의 열세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통치권에 약화를 초래,내년 3월 의회에서 간접적 선출될 대통령선거에서 그의 연임전략에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
올해 71세인 수하르토 대통령은 내년 선거에 출마할 것인지를 아직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집권당과 PPP는 이미 그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어 수하르토가 다시 5년간 연임할 의사를 가지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차기집권 프로그램을 염두에둔 군부가 상당히 미묘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변화의 한 요인이다.
군부는 이번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한후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 것으로 평가받았고 이런 군의 중립은 PDI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PPP는 차기 부통령후보로 현 최고사령관인 트리 장군을 지명했고 PDI는 차기 대통령후보로 내무부장관인 루디니 예비역 장군을,부통령 후보로는 트리 장군을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회교지식인 연합은 과학기술부장관인 교수출신의 하비비에씨를 대통령후보로 추천했다.
따라서 수하르토 대통령이 내년 연임카드를 던질 경우 인도네시아는 그의 집권 26년만에 처음으로 경선을 치르는 변화를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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