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동부지원이 언론과 재야 법조계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자들의 영장취재 불허를 강행키로 했다고 한다. 법리는 물론이고 여론까지 무시하는 이같은 독선이 어째서 가능하고,지원을 감독하는 대법원까지 왜 대국적인 판단을 놓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날 동부지원의 월례법관회의를 열어 앞서 밝힌 불허방침을 재확인하고 영장보관서류함에 자물쇠마저 채움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도 갇혀버렸고 대법원 스스로도 이같은 알 권리의 훼손에 눈을 감고 귀마저 막아버리는 사태가 빚어지기에 이르렀다.그런데 독선의 강행을 주도한 지원장은 여전히 형법 126조와 형소법 47조의 「피의사실 공표죄」 및 「소송서류의 비공개」를 이유로 꼽으며,법관회의에서의 반대의견을 끝내 묵살했다고 한다. 또 법원행정처 관계자도 『동부지원의 조치는 사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고,관할 법원장 책임아래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피고인 인권보호의 조화를 꾀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듯 모를듯한 말을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했다는 것이다.
앞서 본란에서 분명히 지적했듯 피의자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하고 언론이나 국민들도 그걸 결코 반대할 수는 없다. 다만 민주국가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알 권리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피의자 인권과의 상충을 피하면서 조화를 꾀해야 하고,그럴 경우 판단기준은 우리가 누차 강조했듯이 공공의 이익이 우선할 수 밖에 없는게 민주국가의 법정신이다. 그런데도 외곬으로 한쪽에만 치우친 법해석을 동부지원이 고집하는 이유가 어디있는가.
언론 스스로도 반성할 점이 있음을 결코 부인치 않는다. 점점 격심해지는 언론사의 취재경쟁이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을 앞세워 피의자의 인권을 유린하거나 훼손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음을 우리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럴 경우 언론은 사법적 면책특권을 누리는게 아니어서 고소·고발을 당하는 등 누구와 다름없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에 오르는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언론도 윤리위원회 법운용과 중재위원회의 설치 등을 통해 부단히 인권침해를 막기위한 예방·자아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피소당한 언론을 심판하는 것은 물론 사법부이다. 또 사법부의 심판을 불복할 수도 없는 언론이다. 그런 권능과 직분을 가진 사법부가 뭣이 못마땅해 취재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고 주권자의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감내하려고 하는지 그 참이유를 모르겠다. 혹시 당해지원이 감정적 처신을 할만한 특단의 사정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사태가 사법부 스스로의 자발적 시정단계를 벗어나 국민대의 기관인 국회의 개입으로까지 번지는 사태가 오지않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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