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사장 「밥집 아줌마」/수익금 학교 발전기금 희사

◎조연희씨,어제 총장에 예금통장 전달/10개월 모은 5백만원/“기초과학분야 써달라”/실험용쥐 파묻는 자연대학생 보고 결심대학교 공사장 밥집 아주머니가 수익금 전액을 대학발전 기금으로 희사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건립중인 정밀기계연구소 공사장에서 10개월째 밥집을 하고 있는 조연희씨(55·여·서울 관악구 신림10동 328의749)는 9일 하오 4시 본관 4층 총장실에서 김종운총장에게 「서울대 발전을 위한 기초과학 관련 육성성금」으로 써달라며 5백만원을 전달했다.

지난해 8월부터 연구소 시공업체인 (주)중견 건설현장 소장의 알선으로 인부들을 상대로 밥을 팔고 있는 조씨는 오는 15일 준공식을 앞두고 『그동안 신세를 진 서울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며 『특히 경제발전의 디딤돌이 될 기초과학분야 고급인재 양성을 위해 써달라』고 말했다.

조씨가 이날 전달한 예금통장에는 지난 10개월 동안 쏟은 땀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공사장이 위치한 관악산 중턱 방 1칸이 딸린 가건물 식당서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20∼40명의 인부들에게 한끼 2천원씩의 밥을 지어주고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매달 40만∼50만원 정도.

식구들이 먹고사는 최소한의 비용만 제외하고 다달이 모은 돈에 이날 아침 마지막으로 수금한 40만원을 보태 5백만원을 꼭 채웠다.

조씨가 특히 기초과학분야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실험용 쥐를 파묻으러 관악산에 자주 올라오는 자연대 학생 및 연구원들을 만나면서 부터.

5남매에게 대학교육을 제대로 못시킨게 늘 마음에 걸렸던 조씨는 이 학생들을 친자식처럼 여기고 국수도 말아주며 자주 얘기를 나누다 실험기구 및 실습실이 부족하다는 딱한 실정을 알고 작은 정성이나마 보태기로 결심했다.

충북 청주가 고향인 조씨는 지난 57년 당시 공무원이던 남편(현재 60세)과 결혼했으나 박봉으로 생계가 어렵자 62년말 상경,서울 종로구 창신동 판자촌에서 조그마한 식품가게를 하며 집안을 꾸려왔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잦은 병치레로 형편이 기울자 가게를 처분하고 낮에는 봉제공장에 다니고 밤에는 봉투붙이기 삯바느질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도 남모르게 동네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도 싸주고 학비도 내주곤 했다.

89년 신림동에 방 두칸짜리 전세를 얻어 일본인회사에 다니는 남편,국악원에 다니는 둘째딸(34) 막내 쌍둥이형제(28)와 살고 있는 조씨는 지난해 지방에 있는 맏아들(30)을 방송통신대학에 진학시키는 등 교육에 대해 남다른 열의를 갖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형편이 닿는대로 서울대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조씨는 『내가 전달한 기금으로 학생들이 기자재를 구입해 실험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고 말했다.<남대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