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정태적이 아니라 동태적이다. 항상 움직인다. 균형을 이루기가 어렵다. 언제나 과·부족의 문제가 있다. 지난해 한때 경제정책의 방향을 놓고 성장과 안정사이에 논쟁이 있었다. 결국 경제의 안정화에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는 연이어 이 정책을 끌고가고 있다.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4월말 현재 3% 상승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수지 적자도 43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11억달러가 감축됐다. 지난 1·4분기중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의 같은 분기(8.7%)보다 낮은 7.5%,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과 거의 맞먹는다. 경기과열이 분명히 진정됐다. 생산측면에서 보면 석탄 등 광업이 인력난 등으로 감소했고 건설업도 주택건설을 50만호로 묶어두겠다는 과열 진정책과 이에따른 지역별 건축허가 쿼타제의 도입 등에 따라 성장이 4.3%로 크게 둔화됐다. 그러나 농림어업과 서비스업이 각각 11.8%,9.0%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문제의 제조업도 지난해와 같은 7.9%의 착실한 성장을 나타냈다. 한편 수요측면에서는 소비와 투자가 지난해 만큼은 열기를 뿜지 않더라도 8.5%,8.6%의 높은 신장세를 나타냈다.놀라운 것은 상품수출이 중화학 공업제품의 신장에 힘입어 13.6%나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상품수입은 투자수요의 진정과 과소비 열기의 진정에 따라 지난해보다 크게 둔화된 9.2%의 증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국제수지의 개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러한 국민경제의 지표들을 보면 우리경제는 올해들어서 절식과 운동 등으로 체중감량 조절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가 외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남은 기간에도 총통화 증가율을 18.5%로 묶는 등 현행 금융 긴축기조를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건축규제도 경기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계획으로는 물가를 지난해보다 1∼2%가 낮은 8% 내외로 안정시키고 내년에는 5∼6%로 끌어내린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수지 적자도 지난해보다 약 10억달러가 개선된 80억달러 선으로 감축하고 내년에는 50억달러로 줄인다는 것. 정부는 경제의 군살을 떼어내고 힘과 근육을 붙여 다시 한번 뛰어보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량에 의한 체질개선에는 고통이 따르고 인내가 요구된다. 감량하는 과정에서 엄살이 있을 수 있고 잘못하면 정말 탈진하여 탈락할 수도 있다. 지금 재계,학계,언론계의 일부 등에서는 경기가 이제는 「진정」이 아니라 「불황의 조짐」이 있다고 주장,금융긴축의 완화 등 총수요 관리정책의 이완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부동산의 거품이 계속 꺼져가고 있고 제조업체들도 재고가 늘어 불황을 모르던 일부 업종에서까지 조업시간을 줄이고 있다. 경기를 선도하고 있는 주력업종의 하나인 자동차의 경우 5월말 현재 재고가 6만대를 상회,적정재고의 약 배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과 내수의 부진 때문인데 매년 30% 이상씩 신장해온 내수가 올해에는 13.5%의 증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자·철강·조선·석유·화학·기계 등 다른 업종들도 재고증가,수주감소,내수 및 수출부진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구조적인 취약업종인 섬유·신발·완구류 등 경공업 업종들은 원가고와 판매부진의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업종의 부도율이 높다. 『요즈음 잘 되는 것이 있느냐』는 반문이 『사업 잘 되느냐』는 인사말에 대한 업계의 답변이다. 증시가 투신사 정상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요사이 연일 6공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증시의 「위기」다. 긴축을 지속할 것인가,풀 것인가. 긴축기조는 지켜져야 한다. 우리경제가 「냄비체질」을 극복하는 것이 중대한 과제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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