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3당 세 후보」 정치스타일(대권가도:2)
알림

「3당 세 후보」 정치스타일(대권가도:2)

입력
1992.06.10 00:00
0 0

◎특유의 색채… 『변신』 노력/정체된 틀 거부… 순리 중시해/김영삼/사변형… 논리적 일관성 추구/김대중/직설적… 밀어붙이기가 특장/정주영대선 고지를 향해 뛰는 여야 후보들은 각각 어떤 정치스타일을 갖고 있는가. 30여년간 경쟁과 정책과 협력관계를 지속해온 민자당의 김영삼,민주당의 김대중대표의 대비되는 행로는 상당부분 알려졌지만 여기에 국민당의 정주영대표가 가세함으로써 3인의 리더십은 더욱더 특유의 색채를 갖게된 느낌이다. 세사람이 걸어온 정치 및 삶의 역정에서 형성된 정치행태와 리더십,그리고 이를 보완하며 대선에서 새롭게 선보이려는 정치스타일을 살펴본다.

○…40년 가까운 정치역정을 헤쳐오면서 영욕과 굴곡을 함께 맛본 김영삼 민자당 대표의 정치스타일을 몇마디로 압축하긴 쉽지않다. 흔히 순발력,돌파력,감각 등의 용어가 김 대표의 대명사처럼 따라붙지만 이것으로 그의 전부를 표현할 수 없다는게 주변의 공통된 얘기이다.

요컨대 70년대초 40대 기수론을 제창할 당시 한 단면이 드러났듯 정체되고 짜여진 틀을 부단히 뛰어넘어온 그의 정치 행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스타일은 낙천적 기질 등에도 연유하는 것이나,보다 크게는 그의 역경시절인 반독재 투쟁과정에서 체득됐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여론과 명분을 증시하며 한번 목표를 설정하면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저돌적 추진력을 발휘해 왔다고 묘사되기도 한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민자당 합당이후에도 김 대표는 야당 투사로서의 잔영을 좀처럼 지우지 못하는 것이지만 측근들은 김 대표의 내재된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로 85년 12·12 총선 전후를 꼽는다. 5공의 억압적 통치하에서 재야마저도 거의 숨죽일 때 단식→민주산악회 및 민추협 결성→신민당 창당→2·12 신당 돌풍→직선제 투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김 대표를 압축묘사하는 한편의 파노라마라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민한당을 공중분해,주변에서 지나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는 것인데 이처럼 여론의 흐름을 읽으며 일단 한 목표가 설정되면 정면 돌파하는 것이 그의 특장으로 돼있다.

하지만 역사와 순리를 강조해온 그의 정치관은 3당 합당후 기존 지지층으로부터 적잖이 의심받고 여당내에서의 그의 돌출적 형태 역시 사시를 받아온게 사실이다. 여권의 대선후보로 확정된뒤 김 대표는 조정과 통합을 앞세우는 또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으나 정치편향의 역정을 걸어온 그가 변화된 환경에 부응하는 뉴리더십을 어떻게 만들지 주목된다.

○…김대중 민주당 대표는 정치에 있어서도 논리에 부합하는 철저함을 추구한다. 그 자신이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어서 예측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치에 있어서 논리적 일관성을 매우 중시한다.

이는 김 대표가 타고난 「사변형 성격」인데다 박해와 탄압으로 점철되어온 정치적 역경을 헤쳐나오는 과정에서 철저함을 추구하는 성격이 강화된 측면도 크다.

그는 대통령후보가 되기전 중진정치인때도 국회도서관을 가장 자주 찾는 정치인이었고 연설원고를 자신이 직접쓰는 몇 안되는 정치인중의 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러던차에 6년의 감옥생활과 3년의 해외망명생활은 그에게 각 분야의 지식을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이는 그가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라는 성장과정과도 밀접한 함수를 지니고 있는 부분이다.

외부에서는 그가 양보와 타협을 모르는 강경투사이며 절대적 카리스마를 구사하는 것으로 투영돼 있지만 김 대표측의 얘기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김 대표는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현실 정치인이지만 절대 권력의 탄압과 이에 저항하는 과정이 그렇게 비쳐졌다는 것이다. 김 대표 자신 역시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서생적 문제의식을 갖는 순수성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는 실질적인 자세가 조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정치판에서 지나치게 논리를 추구하는 그의 정치형태는 때로는 이를 「이중성」으로 보는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사실 김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바꾸려고 할때 자기 자신부터를 설득시키려 한다는게 주변의 한결같은 얘기이다. 이 때문에 정치적 입장변화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고 때로는 명료하지 못하다는 지적까지 받곤한다.

따라서 원칙을 양보할 수 없다는 얘기가 강경으로 비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른다.

○…정주영 국민당 대표의 정치스타일을 과거 그의 기업경영스타일과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다지 길지 않은 정치역정을 통해 벌써 독특한 정치행태를 형성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정 대표 스스로도 자신을 「있는대로」 드러내는 것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와 함께 현대시절부터 일해온 당직자들의 입을 빌리거나 총선 직후에서 지금까지의 당운영방식을 종합해보면 정 대표의 스타일은 우선 「밀어붙이기」로 요약된다고 할 수 있다.

총선전 정 대표는 『올바른 목표를 세우고 합당한 노력을 하면 반드시 이뤄진다』고 주장하여 새벽회의에 이어 하루 6∼7군데의 유세장 순회를 강행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자서전 제목처럼 그는 승리에 대한 자기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는게 주변인사들의 설명이다. 정치권 출신의 한 당직자는 정 대표를 두고 『천부적인 승부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정 대표의 이같은 스타일은 종종 「독단적」인 당운영방식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실제 정 대표는 총선전엔 철저히 기업식 효율성을 바탕으로 당을 운영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탈당사태이후 비로소 다소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정 대표는 『기업과 정치는 다르기 때문에 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해갈 생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 대표의 또다른 특징은 뛰어난 직관력과 적응력. 한 고위당직자는 『고집이 강하지만 문제점을 설득하기만 하면 놀랄만큼 빨리 다른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소개한다.

이밖에 근면함과 성실성을 중요시하고 형식을 따지지 않는 직설적 성격은 그의 기업가적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성격은 정치판에서 때때로 「계산된 실수」 또는 「좌충우돌」 등으로 인식되기도 한다.<이유식·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