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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 허사”… 증시 붕괴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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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 허사”… 증시 붕괴위기

입력
1992.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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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 1년 빼곤 계속 침체늪… “빈사직전”/정책 실수가 화근… 금융공황 우려까지6공 증시가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 특별융자 지원을 비롯한 각종 증시안정대책과 올들어 본격화된 외국인에 대한 개방조치로 간신히 명백을 유지해오던 증시가 마침내 붕괴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8일 종합주가지수는 5백63. 88년 1월11일(5백52)이래 4년6개월여만의 최저치다. 88년 1월은 6공 출범(88년 2월25일) 전인 5공말. 주가가 5공으로 회귀한 것이다.

6공 출범 하루 전날(2월24일)은 종합지수 6백56이었다. 출범 당시보다도 17%(93포인트)나 떨어져 있다.

89년 4월1일의 사상최고치 1천7에 비해선 44.2%(4백44포인트)나 폭락한 수준이다.

6공 증시는 출범직후 1년여동안 강한 상승세를 탔던 것을 제외하곤 6공 내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발권력을 동원,무제한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12·12조치나 인플레 위험을 감수한 한은특융 등 백약이 무효인 상태로 증시가 시름시름 빈사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거래는 활황기의 3분의1 수준으로 뚝 떨어져 주식의 「환금성」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투신사 예금인출(환매)사태 역시 진정은 됐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를 상태다.

이러다간 당국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증권­투신­단자­은행을 연결하는 연쇄 금융공황이 현실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주식은 6공 출범을 전후로 해서 여당 대통령후보의 슬로건대로 「꿈과 사랑」의 상징이었다. 1백억달러의 국제수지 흑자로 대변되는 3저 호황의 단물 그 자체가 주가였다. 88년초 5백50대인 주가는 1년후인 89년 4월초 1천까지 치솟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에 도시 샐러리맨들은 물론 산간벽지의 농어민조차 주식투자에 나섰고 한때는 엄청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이상과열징후」를 진정시키려 하기보다는 「6공」의 경제 치적이 반영된 것으로 오판,국민주를 팔고 대대적인 기업공개를 유도하는 등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고 말았다. 이제 주가는 6공 최저치를 뚫고 내려가 5공말로 뒷걸음질쳤다.

국민주 포철과 한전주식은 반값으로 쪼그라들었고 금융주는 액면가에 접근,쭉정이가 됐다. 피땀흘려 모은 재산을 「깡통계좌」로 다 털리고는 자살하는 투자자도 생겼다.

6공 주가는 「개미군단」의 꿈을 빼앗고 그 자리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만 남겨 놓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가폭등과 이에 따른 엄청난 시세차익은 부동산 투기에 불을 지르고 흥청망청 써대는 과소비를 불러 일으켜 국토를 광란의 투기장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증시침체가 본격화된 90년부터는 증시 본래의 직접 금융기능이 사실상 정지됐다. 기업들이 매년 수십조원씩 조달하는 자금줄이 꽉 막히자 1년내내 고금리가 지속되고 중소기업들은 미증유의 연쇄 부도사태를 빚고 있다.

실물경제의 윤활유여야할 증시가 호황기에는 투기와 과소비를 조장하고 침체기에는 불황을 가속화시키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6공 주가는 개미군단에 상처를,한국경제에 멍에를 안겨준채 시름시름 꺼져가고 있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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