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자본 체코에 편중… 실업률도 3배/독 언론 “독자생존 어려워 타협 필연적”【베를린=강병태특파원】 지난 5∼6일 이틀간 실시된 체코의 연방 및 구성공화국 의회 총선결과는 연방유지 및 경제개혁 방향을 둘러싸고 대립해온 체코공화국과 슬로바키아공화국간의 갈등의 깊이를 확인시켰다.
40여개의 정당이 난립한 이번 선거결과 체코공화국에서는 급진개혁노선의 중도우파세력이,슬로바키아공화국에서는 독립과 개혁완화를 표방한 좌파민족주의 세력이 집권하게 됐다. 특히 이 두 세력은 연방의회에서 상호 비토력을 지닌채 양립하게 됐다.
이에 따라 두 세력이 타협하지 않을 경우 연방붕괴위기가 초래되리란 극단적 우려마저 있는 가운데 당면한 연방정부 구성과 대통령선출 등에 적잖은 파란이 예상된다.
8일 상오(현지시간)까지의 개표결과 연방과 개혁을 주도하는 체코공화국의 우파민주시민당(ODS)이 공화국 의회의 제1야당이 되면서 3백명정도의 연방의회에서도 가장 많은 80석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연방 재무장관으로 급진경제개혁을 이끌어온 클라우스 ODS 당수가 하벨 대통령에 의해 차기연방 총리로 지명됐다.
한편 슬로바키아공화국에서는 좌파민족주의 세력을 대표하는 민주슬로바키아운동이 HZDS 제1당이 되는 좌파정당과 민족주의정당이 공화국 의회를 장악했다.
HZDS는 연방의회에서도 56석을 차지,강력한 경제세력으로 대두했다. 특히 공화국 총리로 집권하게된 메치야르 HZDS 당수는 선거전에서 슬로바키아의 독자 헌법채택 등 독립과 사회주의 경제요소 유지를 주장해온 카리스마적인 대중 정치가여서 그의 향후 선택에 체코정국과 연방의 장래가 걸린 형국이 됐다.
슬로바키아 민족주의 세력의 대두는 다수 체코인(1천만명)에 대한 소수 슬로바키아민족(5백만명)의 뿌리깊은 열등감이 체코공화국이 주도하는 급진경제개혁에 대한 불만과 상승작용을 한 결과다.
슬로바키아인들은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왕국의 붕괴에 따라 인접 체코민족과 함께 체코슬로바키아 연방을 구성,독립한 이후 줄곧 경제적 낙후와 체코인들의 연방주도에 저항감을 갖고 있었다. 이같은 의식은 공산체제하에서 잠재했으나 민주화이후 시장경제개혁과 함께 다시 고조됐다.
국영기업 민영화와 가격 자유화 등 개혁의 진통속에서 농업과 군수산업이 집중돼 있는 슬로바키아는 소비재공업 등이 발달한 체코공화국에 비해 훨씬 격심한 경제적 침체를 겪고 있다. 체코쪽의 실업률이 4%선인데 비해 슬로바키아쪽은 12%나 되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여기에서 지난 2년동안 유입된 서방자본 8억달러의 96%가 체코쪽에 집중되는 등 슬로바키아인들은 개혁의 혜택에서도 배제돼 불만이 높다.
또 소련쪽에 가까운 슬로바키아는 전통적으로 사회주의적 의식이 강해 체제전환에 따른 사회보장 등 사회주의 요소의 상실에 대한 반발심리도 강한 것으로 지적된다. 사유화제한 정부통제유지 사회보장 강화 등 급진개혁에 반대하는 좌파구호를 내건 메치야르 HZDS 당수의 성공은 이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메치야르는 선거직후 내년초 국민투표를 거쳐 독립을 선언하고 독자헌법을 채택할 것이라는 등 선거공약 실천을 다짐했다.
특히 다음달 3일 연방의회에서의 대통령선출과 관련,체코출신으로 우파세력의 대부격인 하벨 현 대통령의 당선을 봉쇄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대통령 당선에는 의회전체의 5분의 3의 지지가 필요,슬로바키아진영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당장 클라우스 총리 중심의 연방정부 구성자체가 곤란한 형편이다.
그러나 체코에 정통한 독일 언론들은 연방붕괴 등의 극단적 가능성은 일단 배제하고 잇다. 슬로바키아는 독자적 생존이 불가능한 처지이고,메치야르 총리는 지극히 현실적인 정치인으로 타협은 필연적이란 분석이다.
메치야르는 실제 독립을 외치면서도 국가조약체결을 통한 국가연합 구성을 제안하는 등 타협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는 7일 기자회견에서도 클라우스 총리 지명자의 타협자세를 칭찬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슬로바키아공화국의 권한 확대 및 경제개혁 과정에서의 배려 등을 조건으로 연방정부 구성에 타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양측이 협상의 최대 고리로 삼고 있는 대통령직과 관련,두 공화국간의 권위배분을 위해 클라우스 연방 총리와 같은 체코출신인 하벨대신 두브체크 등 슬로바키아 출신을 대통령으로 추대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두브체크 자신이 선거전 대통령 불출마를 선언했고 하벨의 도덕적 권위와 대중적 인기를 따를 다른 인물이 없어 하벨 재추대가 현재로선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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