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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 발언의 진의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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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 발언의 진의는…(사설)

입력
1992.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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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의 결성을 막을 수 없다」 「공산주의 사상을 갖고 있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한 정주영 국민당 대표의 발언은 충격적이다. 운동권 학생이나 진보적인 학자도 아니고 정권을 담당해 국가를 지키고 경영하겠다고 나선 공당의 대표가 그렇게 말할 수가 있을까. 아무리 이데올로기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고 하지만 한반도에는 아직 해빙이 오지 않았다. 북한의 대남적화 전략이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6·25의 상흔을 잊지 못하는 국민정서와 맞지도 않는다. 정 대표가 국민에게 놀라움을 줄 그런 발언을 왜 하게 됐는지 진의를 해명해주기 바란다.공산당이 어떠한 정당인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지상으로 삼고 프롤레타리아(무산자)의 전위로서 계급투쟁을 이끌어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통해 착취없는 공산주의사회 건설을 목표로 삼는 정당이다. 더구나 계급투쟁과 프롤레타리아 독재 확립의 수단은 어디까지나 폭력혁명이며 공산주의의 제1의 공적은 자본주의체제인 것이다. 물론 2차대전후 이태리 프랑스 등 서구와 일본에서는 공산당 활동을 합법화 했다. 그것은 각국 헌법이 정당결성의 자유를 규정한 것도 그렇지만 좌익 정치세력이 폭력혁명대신 의회활동을 통한 목표추구로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예로 든 일본 공산당만 해도 50∼60년대의 격렬한 폭력적 활동에 국민이 등을 돌리자 평화적 혁명을 내세우고 토지와 기간산업의 유상국유화,도박·마약 등 사회악 추방,그리고 북한과의 관계단절 등의 수정노선을 채택했었던 것이다.

정 대표는 「공산당 결성의 근거」로서 헌법상 사상과 결사의 자유를 내세웠으나 폭력혁명으로 적화해방을 노리는 북한의 노동당과 공산사회 건설을 획책하는 공산당까지 허용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아닐줄로 안다. 아마도 분단이래 우리나라와 국민처럼 공산주의­공산당의 온갖 악행과 폐해를 체험한 나라와 민족도 없다.

정 대표도 그러한 점들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공산주의­공산당을 누구보다도 혐오하고 배척하고 있으며 그들이 있는 한 통일은 무망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오늘날 북한을 꼼짝 못하게 장악하고 있는 김일성의 노동당은 어떤 자세인가.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남조선 적화해방을 당규약에 버젓이 명기하고 있고 틈만 있으면 대남 무력침투는 물론 남한의 일부 시민과 극렬학생들을 선동하여 내분을 조장하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보안법은 북한의 도발과 남침이 가져온 우리의 자구적인 방벽이다. 우리도 장차 보안법은 마땅히 철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북한이 대남 적화야욕을 완전히 포기하고 평화체제와 자세로 전환됐음이 확인되어야 하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정 대표의 발언내용을 국민당의 강령이나 기본정책은 물론 지난 14대 총선때 제시된 선거공약에서도 본 기억이 없다. 그렇다면 정 대표는 발언하기전에 당의 폭넓은 공론과정을 신중하게 거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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