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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창간 39돌 특집/3당 대선후보 첫 지상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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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창간 39돌 특집/3당 대선후보 첫 지상유세

입력
1992.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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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레이스의 주요 주인공인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후보들은 갈수록 자신들의 출사표를 구체화 시켜가고 있다. 따라서 선거는 2백여일이 남았지만 이들의 유세원고는 이미 작성된거나 다름없다. 이들 세사람은 이번 대선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으며 왜 자신이 국가운영의 방향타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구체적으로 그들의 국가 운영 청사진과 비전,역점 정책 등은 무엇인가. 세 후보들로부터 미리 들어보는 대선유세전을 지상에 펼쳐본다.◎김영삼 민자 후보/작고 강력한 중앙정부 실현/경제민주화·인사쇄신 단행

집권당의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이후 나는 우리의 역사와 국민 앞에 실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공명정대한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함으로써 민주·번영·통일의 시대적 과제를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번의 선거는 사실상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를 준비하는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선거이다. 그런만큼 우리 국민들도 과연 누가 이 시대에 필요한 국가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현명한 판단을해 주리라고 기대한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안정속의 개혁을 바라고 있다. 나는 그간 오랜 민주투쟁의 경력에다가 지난 2년간 국정 전반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위치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았으므로 앞으로 역사의 단절과 모험없이 국민의 변화에의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처지에 있다.

우리사회도 이제 급격한 산업사회의 결과로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사회세력도 다양해졌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면서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이견을 조정하여 사회적 통합력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그간 축적해온 성장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서로 양보하고 희생하면서 사명감을 갖고 함께 다시 뛰는 분위기가 필요한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민주적 지도력이다. 중앙정부는 작으면서도 강력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고 또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나갈때 국민은 이를 믿고 따를 것이다. 이로써 얻어지는 정치적·사회적 안정이야말로 제2의 경제도약의 기틀이 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의 하나라는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경제성장 잠재력의 회복에 큰 역점을 둘 생각이다. 가능하면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줄이고 경제민주화를 위해 개혁조치를 단행함으로써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가를 3% 이내로 안정시키는 가운데 사회간접자본과 과학기술 부문에 획기적인 투자를 함과 동시에 중소기업을 더욱 육성하여 수출경쟁력을 제고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인사정책의 쇄신이다. 전쟁의 승패는 용병에 있고 정치의 요체는 인사라는 말이 있듯이 공정하고 획기적인 인사정책의 개선으로 지역간·세대간 갈등을 극복하고 사회의 조화와 균형을 회복할 수가 있다.

우리 사회와 경제의 활력이 회복되고 우리 국민간의 화합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역사적인 통일의 과업은 여유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우방국들과의 협력아래 남북한간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가운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꾸준히 확충해 나가야 한다. 남북한 이산가족의 재회 등 분단의 고통을 줄이는 실질적인 사업을 획기적으로 늘려나가면서 통일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 독일에서 보는바와 같이 갑작스러운 통일에 따르는 충격과 혼란을 극소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으로 지금 우리나라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고 할 일도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확고한 방향감각을 가지고 우선 순위에 따라 국가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기에는 대통령이 어느 특정분야의 전문가일 필요도 없고 또 특정한 문제의 구체적이고 자세한 부분까지 관여하는 것이 반드시 좋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건전한 양식과 판단력,그리고 목적의식에 따라 올바른 결단을 내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나는 지난 40년 동안 정치일선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중요한 결단을 내려왔고 그런대로 역사의 중요한 고비에서 기여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이제 해방후 한국정치사를 총정리하는 기분으로 진정한 민주정치 시대를 열고 우리 국민의 지혜와 힘을 모아 위대한 한국을 건설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것을 국민 앞에 굳게 다짐한다.

◎김대중 민주 후보/대화합의 깨끗한 정치 펼터/중기육성 수출 2천억불로

지금 이 나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 걸친 민자당 정권의 실정과 부패와 그리고 무능으로,선진국으로의 도약은 커녕 남미의 처지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참담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다시 5년을 민자당에게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40년을 일관해서 독재를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왔으며 관치경제를 반대하고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주장해왔다. 그리고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중산층과 서민의 편에 서서 노력해 왔다고 믿는다.

나는 40년에 걸친 나의 정치생활 전기간을 통해서 『우리가 집권을 했을 경우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해 수없이 자문하고 연구해왔다.

때문에 나는 한번도 대안없는 비판을 한 적이 없다. 만일 나에게 집권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그동안 준비해온 계획과 포부를 실천에 옮겨 건국이래 44년 동안 한번도 정치다운 정치를 맛보지 못한 우리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치,국민이 행복을 느끼는 정치를 보여주고 싶다.

나는 지금 오늘의 경제난국을 극복하고 희망과 번영의 새 조국을 만들 결의에 차있다.

이를 위하여 민주당이 집권하면 첫째로 「대화합의 정치」를 펼 것이다. 인사와 지역개발에 있어 차별을 없애고 지역화합을 반드시 이룩해서,집권 1년안에 망국적인 지방색을 일소하겠다.

각 지역,각 정당,각계 각층이 고루 참여하는 거국내각을 구성하여 확고한 정국안정을 실현하겠다. 내각에 여성과 청년대표들을 대폭 참여시키겠다.

어떠한 형태의 정치보복도 사라질 것이며 군과 경찰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의 신분도 보장될 것이다.

둘째,우리나라를 세계경제 8강 대열에 진입시키겠다.

건전한 통화관리와 긴축재정,투기와 과소비의 억제,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생활물가의 안정정책을 단행하여 물가를 연 3% 선에서 잡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적절한 역할분담을 실시하겠다. 대기업은 기술과 자본집약의 중화학공업 분야에 전력케해 가장 우수하고 값싼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도록 해야할 것이다.

더불어 중소기업 우선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 중소기업이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의 수출전선에 주역을 담당토록 하고 세계시장에 대거 진출토록 하겠다.

그리하여 다음 임기 5년안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 수출 2천억불 고지를 달성하도록 만들겠다.

그리되면 우리나라는 미·일과 EC에 이어 세계경제 8강대열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의 화합과 과학기술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셋째,다음 정권은 모든 부패를 일소하고 청렴한 정치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내가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모든 공무원들에 『내가 부정을 저지르면 여러분도 같이 해도 좋소. 만일 내가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도 부정을 저질러서는 안됩니다』라고 단호하게 선언할 작정이다.

과거 독재정권의 공작정치는 나를 용공으로 몰고 과격한 사람으로 매도해왔다. 그것이 통하지 않으니까 이제와서는 마치 내가 부정한 방법으로 큰 재산을 모은 것처럼 꾸며대고 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푼의 돈도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한 일이 없다.

나는 대통령후보로 등록할때 내가 가진 모든 재산을 낱낱이 국민에게 밝힐 것이며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도 매년 이를 공개할 것을 약속한다.

유리창처럼 투명하고 깨끗한 정부를 갖고 싶은 것은 온국민의 일치된 소망이며,나는 이를 실천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민주당 집권아래서는 도덕정치,대화합의 정치,세계경제 8강과 정의사회의 실현,단계적 통일의 성취,그리고 후진국과 더불어 발전하는 도덕적 선진국가의 실현 등을 통해서 「위대한 한민족시대」가 열리게 될 것을 확신한다.

그리하여 우리 국민,특히 젊은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조국을 선사하겠다.

이것이 내 필생의 소망이다.

◎정주영 국민 후보/소득 2만불의 선진국으로/민간주도 경제 확대에 역점

내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키로 결심한 이유는 첫째 고질적인 부패 구조에 흠뻑 물들어버린 기성정치인들에게 더이상 우리의 미래를 맡기고 있을 수만은 없기때문이다.

나는 내가 평생 동안 모은 사재를 내놓고 이를 바탕으로 유능한 인물들이 깨끗하게 정치를 할 수 있는 정치의 틀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

둘째,기성정치권의 무능은 지난 20여년간 국민들이 피땀흘려 이룩한 경제적 성과와 민족적 자긍심을 빼앗아갔다.

나는 그동안 쌓아온 경제경영의 경륜과 조직 통솔력이 우리 현실과 민족의 장래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정치에 나선 것이다.

셋째,망국적인 지역색의 극복이야말로 우리정치가 통일에 앞서 당면한 가장 시급한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호남의 갈등구조를 바탕으로 정치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양 김씨가 대통령이 될 경우 우리민족은 앞으로 수백년 동안 쉽게 치유될 수 없는 큰 상처를 안게 될 것이다.

나는 사람이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민주사회라고 소박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더 잘사는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내 소신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회복은 물론 치안회복에 의한 범죄의 퇴치,교육·입시제도의 개선,환경과 교통문제의 해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당은 집권 5년이후에 우리나라를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의 경제 선진국으로 만들어 후유증 없는 통일을 이룩하고 아시아 주역으로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필코 실현해낼 것이다.

내가 역점을 두는 정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줄여서 시장경제원리를 경제운영의 주축으로 하는 민간주도 경제를 확대해 나가야한다.

이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구조적으로 단절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

실물경제운용에 있어 생산수치에 알맞은 통화를 가감공급함으로써 금리를 경쟁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이는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물가를 안정시켜 국민생활을 보호하고 저소득층의 고용기회와 국민복리를 증대함으로써 소득분배의 형평을 기해야 한다.

또한 금융실명제를 즉각 실시해서 지하경제를 제도권으로 흡수시켜야 한다.

조세체계를 개편하여 불로·음성소득에 대한 세원을 발굴하며 근로소득 공제액을 현실화하여 조세행정에 공정성을 이룩한다.

개인의 토지소유권을 인정하되 토지공개념을 합리적으로 보완하고,현실적 토지실명제를 확립하여 부동산투기와 불로소득의 근원을 제도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창업절차를 간소화하고 자금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으로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의 중추가 되도록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만약 「재벌당」이라고 불러야 마땅한 당이 있다면 그것은 민자당이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모든 재벌기업들의 목줄을 틀어 쥐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고,재벌로부터 자금의 혜택을 음성적으로 지원받고 있는 정당이 민자당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당을 정경유착이라는 말로 비난하는 정치인이 있는데 이는 크게 두가지 점에서 잘못됐다.

우선,정경유착이란 권력과 기업의 유착관계를 말하는데 우리 국민당은 권력을 가진 정당이 아니라 오히려 권력으로부터 핍박당하고 있는 정당이라는 점이다.

다른 한가지는,나 정주영이야말로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권력에 맞서 정치에 나선 사람인 것이다.

어떤 이들은 나의 정당운영방식이 독단적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정치지도자란 토론과 여론수렴이라는 과정 뒤에 결단을 내려야하는 사람이며 언제까지나 우물쭈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충분히 느껴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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