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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읽는게 가장 큰낙”/가 오지섬마을 병원장 전용기박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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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읽는게 가장 큰낙”/가 오지섬마을 병원장 전용기박사 부부

입력
1992.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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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있는 곳엔 어디든 배달… “지구촌 신문” 실감/87년 첫 구독… 향수 달래/인구 9천명의 보나비스타만… 66년 정착/“동양의 슈바이처” 명성지구촌 어디든 이제는 한국인이 없는 곳이 없고 한국인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한국일보가 함께 있다.

캐나다 동쪽끝 뉴펀들랜드섬의 대서양연안인 보나비스타만의 외로운 오지마을에도 한국인 전용기박사(62) 부부가 한국일보를 벗삼아 등대같은 삶을 엮고 있다.

전 박사는 뉴펀들랜드 주정부가 설립한 이곳 브룩필드병원의 원장이다. 인구래야 드문드문 떨어져사는 9천명이 고작인 곳답게 병원도 바닷가의 아담한 3층짜리 목조건물에 병상 12개,의사 4명에 간호사가 12명인 작은 규모이다.

26년간 한결같이 사랑의 인술을 베풀고 있는 전 박사는 주민들의 표현대로 「동양에서 온 슈바이처」로 절대적인 존경을 받고 있다.

후덕하고 자상한 인품으로 인생·결혼문제부터 자녀 진학문제까지 상담해 주는 마을의 최고 어른이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58년 도미,뉴욕에서 공부와 진료를 병행하던 전 박사는 66년 당시 월남전 확산으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와 전쟁에 대한 회의 등으로 도시를 떠나 이 곳에 정착했다.

대학시절 병원장이었던 머레이 선교사로부터 이 곳의 수려한 풍광과 순박한 인정 등을 들은 것도 이유였다.

전 박사가 오기까지 브룩필드병원은 의사들이 경력을 쌓기 위해 1년 정도씩 마지못해 거쳐가는 대합실과 같은 곳이었고 한 두달만에 떠나버리는 의사들도 수두룩했다.

원장겸 사환이었던 전 박사도 처음에는 오래 머물 생각이 아니었으나 자신을 믿고 따르는 주민들에 대한 책임감,아름다운 무공해 자연과 인정때문에 떠날 수가 없었다.

외과·산부인과·정형외과까지 두루 공부한 전 박사덕에 응급환자들은 무려 1백40㎞ 떨어진 도시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전 박사가 인근 섬에 왕진을 갔다가 빙산에 막혀 하루늦게 돌아왔을 때 환자가 50명이나 기다리고 있어 진료순서를 정하려고 제비뽑기를 한 적도 있다. 어렸을 때 전 박사의 응급수술을 받아 생명을 건졌던 사람이 10여년후 만삭의 아내와 함께 찾아와 아기의 이름에 전 박사를 성을 따 「Chun」을 넣어 짓기도 했다.

또 눈보라만 치면 불안증세로 병원을 찾아오던 노인이 언젠가부터 발길이 끊겨 알아보니 아들의 권유로 침실에 전 박사의 사진을 걸어두고 있더라는 것이다.

모두 영국계 백인으로 대구·바다가재·게·광어 등의 연안어업으로 생계를 삼는 주민들은 워낙 낙천적인 성격에 살찌는 것을 신경쓰지 않아 고혈압·당뇨·심장병 환자가 많다.

전 박사의 헌신적인 봉사는 캐나다전역에 널리 알려져 있다. 87년에 뉴펀들랜드주 의사협회에 의해 「올해의 가정의」로 선정된 전 박사는 이듬해 동양인 최초로 캐나다 전국의사협회로부터 같은 명칭의 상을 받았다.

그러잖아도 한국인이 없어 늘 외롭던 전 박사는 87년 소중한 고국친구를 얻었다. 서울에서 만들어진 한국일보가 캐나다 토론토지사를 거쳐 들어온 것이다.

『이 먼 곳의 우리 부부를 위해 모국신문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얼마나 고향생각이 나 흥분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2∼3일에 한번씩 우편집배원이 가져다주는 한국일보를 기다려 읽는 일은 전 박사 가족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한국일보로 고국 소식도 듣고 캐나다교민의 얘기도 알 수 있는 유일한 창으로 삼고 있는 전 박사는 『최근 LA 폭동사태 추이를 한국일보를 통해 지켜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매년 방학이면 3남2녀를 번갈아 서울에 보내 연수시키는 전 박사는 88년에 한국인의 위상을 높인 공로로 정부표창을 받았다.

전 박사의 장남 문호씨(29)도 뉴펀들랜드주의 수도 세인트 존스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뉴펀들랜드=토론토지사 김운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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