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북핵보고서』 최대 “갈림길”/사찰결과 “6월중 상호검증”여부 관건/의혹해소 안되면 「핵겨울」 도래 가능성남북한이 5월말까지 상호사찰 규정을 만들어 6월중에 핵사찰을 실시한다는 당초의 합의를 지키지 못하는 등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따라서 꾸준히 진전되어오던가 싶던 남북관계전반 역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남북고위급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정원식 국무총리는 북한측의 소극적 태도로 핵사찰 규정마련 시한을 넘기게 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과 경고의 뜻을 담은 전통문을 북측에 보냈다. 또 한미간에는 북한이 상호사찰을 기피할 경우 일시 중단됐던 팀스피리트 군사훈련의 재개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북한이 벌써부터 반발하고 나서는 등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남북한이 끝내 한반도 비핵화 검증을 위한 효과적인 사찰규정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대립을 계속할 경우 모처럼 남북이 힘들게 쌓아온 대화의 성과가 열매를 맺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그만큼 남북화해와 통일의 길이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협상 경과
남북의 핵문제는 당초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여 핵무기 개발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우리측 주장과 남한에 배치되어 있는 주한미군 보유 전술핵무기의 철수 및 북한에 대한 핵 불사용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북한측 요구의 대립으로 시작됐다.
북한은 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라는 국제적 압력에 대해 주한미군기지의 핵배치 여부를 함께 사찰해야 한다는 동시사찰 주장들을 들고 나왔으며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IAEA 사찰수락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서 당연한 의무이고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사찰주장은 무리라고 맞섰다.
그러나 부시 미 대통령의 전술핵무기 폐기선언에 이어 노태우대통령의 핵부재선언과 함께 우리측이 북한의 동시 사찰요구를 일부 수용함으로써 남북한은 지난해 12월31일 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타결지었다.
남북한은 이 선언에 근거,7차례의 대표접촉 끝에 지난 3월19일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를 발족시켰으며 이로부터 2개월 정도내에 사찰규정을 마련,규정마련후 20일내에 최초로 남북상호사찰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우리측은 한때 본격적인 사찰에 앞서 북한의 영변과 군산 미군기지를 포함한 시범 사찰실시를 요구하기로 했으나 북한측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핵통제공동위도 사찰규정에 앞서 비핵화공동선언 이행합의서를 먼저 채택해야 한다는 북측의 주장과 이행합의서가 필요없다는 우리측 주장이 맞서 공전을 거듭했다. 지난달 12일 열린 제4차 회의에서는 북측이 이행합의서와 사찰규정을 일괄 타결한다는 전제아래 사찰규정을 먼저 토의하겠다고 양보, 한때 돌파구가 열리는듯 했다.
그러나 사찰문안 작성을 위한 3차례의 위원 접촉에서 남북은 조금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며 지난달 27일 열린 5차 회의는 다음 회의 일정조차 정하지 못한채 끝나고 말았다.
○양측 입장과 쟁점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북측이 요구하는 이행합의서 채택이다.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실천적인 세부규정이 필요하다는 전제아래 핵무기위협 가담 및 공모·군사훈련금지,외부 핵위협에 대한 남북공동대처 등을 명시한 이행합의서 채택을 고집해오고 있다. 우리측은 이에 대해 북측의 이행합의서 내용은 비핵화공동선언의 내용을 반복하거나 지난해의 선언 채택시 북한측이 이미 철회했던 비핵지대화론을 다시 제기하는 것으로 지금 단계에서는 전혀 채택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
그러나 북한이 사찰규정에 먼저 합의할 경우 한미 상호방위조약 등에 저촉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검토가 가능하다는 양보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
사찰규정에서의 가장 큰 쟁점은 북측의 의심동시해소 원칙과 핵무기·핵기지 사찰규정 및 우리측이 주장하는 상호대칭적인 동수주의 원칙과 특별사찰제도. 북측은 북한에서 문제가 되는 곳은 영변 핵시설뿐이고 남측의 경우는 주한미군기지내의 핵무기 배치여부가 관건이라고 본다. 따라서 북한은 영변핵시설 한 곳만 보이면 되고 남측은 모든 미군기지를 동시에 사찰받아야만 똑같이 의심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의심동시해소의 원칙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남한의 군사기지가 사찰대상이면 북한의 군사기지도 반드시 사찰대상에 포함되어야 하며 이같은 상호주의원칙은 국제적 관례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측안은 연간 사찰이 실시되는 장소와 횟수를 일정한 상한선내에서 융통성있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군사기지의 1대 1대응 사찰에 대한 북한의 부담을 고려하고 있다.
특별사찰제도 역시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쟁점사항. 우리측은 정기적인 사찰에만 의존할 경우 비밀핵무기 개발을 위한 핵시설 핵물질의 은닉이 가능하므로 이를 봉쇄하기 위해 의심지역을 일방적으로 선정,24시간 정도의 단시간내에 불시 사찰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북측은 사찰은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에 대해 실시토록 이미 규정했기 때문에 별도의 특별사찰제도 도입은 비핵화공동선언 규정에 위배된다며 거부하고 있다.
○전망
남북핵문제의 고비는 현재 북한에서 진행중인 IAEA의 임시사찰 결과가 IAEA 정기이사회에 보고되는 15일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측은 IAEA 사찰과는 별도로 남측 상호사찰이 반드시 실시되어야만 북한의 핵 의혹이 해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일단 IAEA 사찰결과를 보고나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북한 역시 지난 핵통위 5차 회의에서 다음회의 일정을 16일로 제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IAEA 사찰결과를 본뒤 새로운 제안을 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현 단계에서 북한의 의도를 명확히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한은 IAEA 사찰결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핵무기개발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판단할 경우 비밀핵무기 개발봉쇄를 전제로한 우리측의 군사기지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사실 군사기지에 대한 사찰은 당사자간 상당한 신뢰구축을 전제로 한 검증이어서 현재의 남북 상황에서는 이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IAEA 사찰결과 북한의 비밀핵무기개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우리측의 군사기지 사찰방안이 융통성있게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군사기지에 대한 특별사찰을 강력히 희망해온 미국측의 입장변화가 큰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IAEA 사찰후에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혹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팀스피리트훈련 재개 등 초강경대응책이 강구되고 전반적인 남북관계도 얼어붙는 「핵겨울」의 도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이계성·신효섭기자>이계성·신효섭기자>
◇남북 핵관련 일지
▲85·12: 북한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
▲91·9·12: 부시 미 대통령 전술핵무기 폐기선언
▲91·11·8: 노태우대통령 한반도 비핵선언
▲91·12·13: 남북한 제5차 고위급회담서 남북합의서 채택.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 정원식총리 북측의 남북 동시사찰 수용 및 시범사찰 제의.
▲91·12·18: 노 대통령 핵무기 부재선언.
▲91·12·31: 남북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채택
▲92·1·30: 북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전조치협정 서명
▲92·2·19: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발효
▲92·3·14: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 채택. 남북핵통제공동위 제1차 회의후 2개월정도 기간안에 사찰규정 채택,이로부터 20일안에 최초 사찰실시 합의
▲92·3·19: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발족 및 제1차 회의
▲92·4·9: 북한 최고인민회의 핵안전조치협정비준
▲92·4·10: 북한 핵안전조치협정 서명발효
▲92·5·4: 북한 IAEA에 핵물질·핵시설에 관한 최초 보고서 제출
▲92·5·11∼16: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 방북,북한 재처리시설 언급
▲92·5·25∼: IAEA 사찰단 대북 임시사찰
▲92·5·27: 남북핵통제공동위 5차 회의,사찰규정합의 실패
▲92·6·1: 정원식총리,북한 연형묵총리에게 남북상호사찰촉구 전통문 보냄
▲92·6·4: 북한 연 총리,정 총리 전통문에 대한 답신통해 핵문제 교착은 남측탓이라고 주장.
□남북한 협상 주요 쟁점
●우리측
이행합의서: 불필요하나 사찰규정 채택후 검토가능
사찰규정구분: 일반사찰과 특별사찰로 구분
사찰대상 및 횟수: 상호 대칭적 동수주의 원칙. 남한의 군사기지 대상일 때 북한의 군사기지도 반드시 포함. 사찰횟수와 대상지역 수를 묶어 연간 일정한도를 제시
특별사찰: 핵시설·핵물질 은닉방지위해 반드시 필요. 일방이 지정하고 통고후 24시간내 사찰
●북측
이행합의서: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실천대책으로서 필요. 핵무기 위협가담,공모,군사훈련금지,외부 핵위협 공동대처 명시
사찰규정구분: 핵무기·핵기지와 핵물질·핵시설로 구분,핵무기·핵기지의 경우 과거의 자료까지 제시
사찰대상 및 횟수: 북측이 의심하는 남한내 모든 미군기지와 남측이 의심하는 영변을 동시사찰해 의심 동시해소. 북의 군사기지는 사찰불가
특별사찰: 불필요. 비핵화 공동선언 제4항에 따라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에 대해 사찰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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