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동물 벗어야 정치대국화”/“일식 경영한계” 구조혁신 박차【동경=이상호특파원】 일본 자위대의 해외파병이 일본의 전환점이란 인식은 최근 무성한 일본 경제구조 개편논의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안의 기저에는 막강한 경제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국민의식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최근 지속적으로 강도높게 제기되고 있는 일본 경제구조 개편론은 일본의 정치대국화,더 나아가 군사대국화를 뒷받침 하는데 필요 불가결한 경제력의 강화와 맥을 같이한다.
경제구조 개편논의의 핵심은 「일본식 경영」에 대한 비판과 개선이다.
일본식 경영이란 지난 7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종신고용 및 연공서열제도,기업별 노조주의 등을 일본경제 발전의 「3가지 신기」로 평가할 만큼 일본 경제를 뒷받침 하고 있는 절대적인 지주다.
그런데 올들어 이에대한 비판이 갑자기 활발해졌다. 학자나 외국으로부터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스스로 앞장서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날로 심해지는 세계 각국과의 무역마찰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내세우고 있으나 정치대국과는 어울리지 않는 「경제동물」 「아시아의 베니스 상인」이란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더 강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일본식 경영에 대한 비판,개선논의의 중점은 지금까지 일본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던 「회사중심 사회」에서 탈피,국민 개개인이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다른 나라 사람들과도 손을 잡을 수 있는 국제인이 돼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얼마전 발표한 92년도 통상백서에서 「고성장을 지지해온 일본식 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익분배 및 경제주체의 다양성 등을 인정하는 새로운 기업활동 시스템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일본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속에서의 이같은 방침은 「일밖에 모르는 개미」라는 인상을 빨리 씻어버리자는 속셈이다. 공무원의 주 이틀 휴무제는 이미 5월부터 실시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업들의 행동이다. 일본식 경영의 대표선수격인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풍전장일랑) 사장은 지난 5월말 경단련 총회에서 『일본은 개인에의 배려가 결핍된 「회사인간」의 나라다. 지금부터는 회사중심에서 개인중심 사회가 돼야 한다. 기업도 지금까지와 같은 일본만을 생각하는 편협한 사고에서 탈피,국제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시민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경단련 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매출액 지상주의,효율제일주의 등 도요다식 경영방식을 금과옥조로 여겨 지난해 10월 뉴욕의 강연회서는 『일본식 경영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밝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재계 총수격인 히라이와(평암외사) 경단련 회장도 이날 장시간 노동시간,노동자 및 주주에 대한 낮은 성과배분,경쟁을 지탱해 왔던 일본 사회적 관행 및 제도 등이 이제는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식 경영의 혜택을 그동안 누구보다도 많이 누려왔던 재계의 이같은 「자기비판」은 올들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연초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가운데 하나인 소니의 모리다(성전소부) 회장은 한 월간지에 「일본식 경영이 위험하다」는 논문을 발표,근로자에 대한 더 많은 배분을 주장해 춘투를 앞두고 큰 논란을 일으켰다.
또 경제동우회도 지난 4월 총회에서 「이윤보다는 시장점유율 확대」 「회사를 위해」 등 종래 일본 기업사회에서 당연시 돼왔던 사고방식 등이 이제는 국제사회 및 시민사회에서 통용되지 않게 됐다고 지적,「경영의 자기혁신과 경영자의 의식변화」를 주장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총리의 자문기구인 경제심의회는 최근 21세기를 향한 경제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정부가 각자 기득권과 관행,규제 등 지금까지의 가치관에 입각한 행동양식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정식으로 발표했다.
즉 조직 우선이라는 지금까지의 기업논리 및 행동원리가 국제적으로도 개인의 생활면에서도 모두 여러가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일본식 경영의 개선을 요구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우선 해외로부터의 거센 비판·항의 때문이다.
일본 시장의 구조적 폐쇄성과 해외시장에서의 마찰원인이 되고 있는 일본식 경영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계속될 경우 일본 경제는 얼마안가 난관에 봉착한다는 자기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냉전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중의 이러한 재빠른 변신은 자위대의 해외파병이라는 전후 최대 정책변화와 맞물려 있어 일본이 현재 근본적으로 전환점에 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구조변화가 21세기의 일본을 정치대국화를 넘어서는 군사대국화의 길로 끌고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 역시 적지않다.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자위대 파병 실현이 더 강한 경제력으로 뒷받침될 경우 세계평화 유지라는 국제공헌은 「국제위협」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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