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학생혁명으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지 5개월이 지난 1961년 1월말. 이른 아침 코르덴 복장을 한 20∼30대 초반의 청년 20여명이 빗자루를 들고 국회의사당(현 서울시의회 의사당) 앞을 쓸었다. 마침 출근길의 시민들은 낯선 풍경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야당인 신민당과 민정구락부 소속의 초선 의원들의 중심이 된 청조회 회원들이 소위 청조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이보다 며칠전인 26일 상오 의원 휴게실에서 박준규 이상신 조윤형 황인원 서태원 전휴상 강재양 김용성 백남억 등 민·참의원 18명은 청조회의 발기를 선언,『…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개척정신과 횡대를 짓는 한편 3·1 및 4·19 독립민권혁명 정신의 겸손하고 패기에 찬 계승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천사항인 「맹서 7장」을 통해 자가용승용차 안타기를 비롯,외래사치품 안쓰기,요정 및 고급사교장 안가기,이권개입 안하기 그리고 생활혁명과 반부패 구국운동의 전개 등을 내세웠다.
같은날 하오 여당인 민주당의 이철승 김재순 홍영기 조윤하 박주운 조일환의원 등 32명은 종로예식장에서 ①국정쇄신을 위한 신풍을 전개한다 ②새세대의 창의와 정열을 국정에 반영시킨다 ③강력한 정치를 뒷받침 한다는 등 3개항의 행동강령을 천명했다.
여야의 소장초선 의원들이 깨끗한 몸가짐과 깨끗한 정치를 실천하겠다는 기치를 든 것이다. 오랫동안 정계장로들이 지배해온 낡은 정치 구태정치 부패한 정치를 정화 개혁하겠다는,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선언이며 국민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이다.
신조회 의원들은 버스나 택시합승으로 등원하고 요정대신 대폿집과 참새구이집을 찾았으며 국회 개의시간에 정시 출석 등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고 이같은 새운동에 장면내각도 2월1일 국무회의에서 청탁 안받기를 결의했다.
당시 온국민의 박수와 기대속에 전개됐던 신조·신풍운동이 4개월도 안돼 5·16 군사쿠데타로 무산된 것은 지극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시 반부패 반이권 생활혁명을 전개했던 소장 엘리트 정치인들이 그뒤 저마다 어떻게 처신·변신의 길을 걸어 갔는가는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지난주 민주당의 이부영 제정구 유인태 이길재 신계륜 이규택 김원웅 등 초선의원 12명이 「돈 안드는 정치」 「깨끗한 정치」 「희망을 주는 정치」를 목표로 정치 정화를 다짐하고 나서 국민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실천사항으로 일체의 비리성자금 배제와 정치비용 공개,경조사에 화한 안보내기,청렴유지와 함께 고급승용차 안타기,결혼식 주례 삼가기,국회 회기중 자리지키기 등을 내세웠다. 오늘날 정치발전은 커녕 정치인의 도덕성과 신뢰가 땅에 떨어져 국민이 등을 돌리고 있는 이때 이들의 외침은 참신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참으로 31년만에 다시 듣게 되는 신선한 목소리다.
필자는 이 뜻깊은 운동에 몇마디 소견을 제기하고자 한다. 먼저 이 운동은 12명의 의원 뿐만 아니라 여야당을 떠나 신·고참 의원들 모두가 참여토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14대국회 개원벽두에 윤리강령의 실천사항 격으로 일체의 정치비용 공개 이권개입 안하기 경조사에 화환 및 부조 안하기 등을 결의문으로 채택해서 국민에게 널리 시켜야 한다. 다음 단계로 이 운동은 밀실정치 흑막정치와 청탁·이권에 한눈팔지 않고 공부하는 의원이 되고 국민의 편에서 바른 정치를 펴나가도록 승화시켜야 한다.
필자는 이번 운동을 반기면서도 일말의 우려를 지을 수가 없는게 솔직한 심경이다. 지난날 새 정치를 외쳤던 참신한 신인 의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파쟁에 열심히 앞장서고 이권에 신경을 쓰고 뒷거래의 고수가 됨으로써 낡은 작태에 오염됐던 사례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끈기와 의지가 열쇠다.
아울러 국민에게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의원들에게 각종 청탁과 돈봉투를 기대하는 근성을 청산하는 일이다. 사실 의원들의 비리와 부패는 유권자들의 금품기대와 청탁 등 「의원 괴롭히기」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이제 모처럼 켜진 자정의 횃불이 꺼지지 않도록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봄으로써 좌절됐던 31년전의 신조·신풍운동의 재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운동은 「마지막 정화운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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