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격상·군방문 여 리더상 구축/김영삼/외양까지 온건화·지역탈색 온힘/김대중/시장돌기·큰 차 안타기 근검부각/정주영대권 각축이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등 세 후보 체제로 우선 굳어진지가 10여일이 지났다. 대권레이스의 초반을 세 후보들은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2백여일 후를 겨냥하고 있는 세 후보의 대권행보는 벌써부터 다양한 측면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에 쏠리는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해 이미지 형성작업에 착수했는가 하면 득표력 제고를 위한 묘안찾기에 바쁜 모습들이다.
▷김영삼◁
김영삼 민자당 대표의 대선행보에 점차 탄력이 붙고 있다.
대선 분위기의 조기과열을 앞장서 경계했던 김 후보는 외견상 대권관련 언행을 자제하고 있지만 2백일간의 대권장정 시나리오를 보다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일 대표비서실장의 전격교체는 그 단적인 예로서 최창윤 전 공보처장관의 비서실장 기용은 김 후보 비서실 진용의 확대개편을 전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집권당 후보로서 갖출 것은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서실 진용을 보다 체계적으로 구성키 위해 정무·경제·의전·공보 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인선을 구상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장관급 비서실장에 차관 또는 차관보급 특보를 보강,비서실 진용 자체를 격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나아가 야당측의 TV토론 제의에 언급,『현재는 그럴만한 시기가 아니지만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돌입하면 당연히 해야될 것으로 본다』고 말하는 등 향후 대권경쟁과 관련한 나름의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특히 5일 저녁 을지로의 한 음식점에서 김윤환 전 총장과 김용태총무 남재희 전 의원 신경식 전 비서실장 등 민정계 핵심측근들과 만난데 이어 6일 저녁에도 모처에서 측근 중진그룹과의 회동을 주재하는 등 발빠른 물밑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군부대 방문 등 여권지도자의 이미지 관리에 주력하고 지구촌 현안인 환경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등 순발력 있는 접근자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달말께 「대선기획단」을 공식 발족,본격적인 대선채비에 착수하는 등의 내부적인 대선 시간표를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는 별도로 김 대표는 변모된 자신의 여권내 위상으로 인한 말못하는 고민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기도 하다. 단적인 사례로 매일 20∼30명에 불과하던 새벽조깅 참가인원이 어느새 1백여명으로 불어났고 권력의 향배에 민감한 여권인사들의 소위 「줄대기」 행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경호원들은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비서실의 측근 그룹들은 「차단작업」에 고심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들을 마냥 「즐거운 고민」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때문이다. 즉 김 대표에게 사람이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진 몰라도 자칫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채질 하는 쪽으로 비치는 등 정치적 부담을 상당히 느끼게 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김 대표 주변이 지나치게 민정계 인사들로 포진돼 있는 점 또한 내부적인 갈등요인중 하나다. 「피붙이」와도 같은 민주계 인사들에겐 역으로 소외감을 줄수도 있으며 당장 비서실의 확대개편 문제만 해도 몇몇 민주계 출신 비서들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이처럼 김 대표는 자신의 새로운 입지를 피부로 느끼면서 서서히 대권구상의 각론을 펼쳐 보여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김대중◁
김대중 민주당 대표는 요즘들어 자신의 대권가도에 놓인 현안들을 정면 돌파하려 하고 있는게 두드러진다. 지난 전당대회를 전후로 얼굴에 화장을 하고 양복 윗호주머니에 포켓 치프를 꽂고 다니는 등의 온건이미지 형성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대권고지 점령을 위해 어차피 부딪쳐야 할 문제들을 일찌감치 정리해 놓겠다는 방침도 병행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당직개편에서 과감한 호남색 배제를 시도하고 초선을 당3역에 전격 기용하는 등의 파격적인 인사를 시도한 것이나 후보지명후 첫 방문지로 부산을 선택해 지역감정에 대한 정공법을 취한 것 등이 좋은 예이다. 이와 함께 그가 개원협상은 물론 대선전략 수립에서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자치단체장 선거 관철을 위해 개원을 늦춘다는 비난을 각오하면서도 초지일관의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는 것도 정면돌파와 맥락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또 김 민자 대표에게 TV 공개토론을 앞장서 제의하고 계속되는 여권의 대화제의에 자치단체장 선거 관철을 전제로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온건이미지 구축을 위한 부드러운 외양에 쟁점현안에 대한 원칙있는 자세유지라는 외유내강이 김 대표의 최근 행보이다.
김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문제점을 미리 부각시켜 쟁점의 희석화를 노린다는 장기포석 외에도 자신의 대권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크다는 분석이다.
또 양보할 수 있는 사안과 없는 사안을 미리 분명히 해둠으로써 대권정국을 예측 가능하게 끌고 가겠다는 복안도 숨어 있는 것 같다.
김 대표는 부산의 가야클럽 창립토론회에서 『후보자의 출신지역을 보고 표를 찍는 잘못된 관행은 시정되어야 한다』면서 『지역감정에 의존해 대통령이 될 바에는 차라리 안되는게 낫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당대회 때에도 『지역감정 문제는 극복해야할 과제이지 회피해나갈 사안이 아니다』면서 『나와 함께 이 문제를 극복할 각오를 한 사람만이 오는 대선에서 승리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자치단체장 선거 문제에 대해서는 『법을 지키지 않고 국민에 대한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이 문제』라면서 『법을 지키라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원칙의 문제에 대해서는 완강한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사안의 진행과정에서는 신축성을 보이려 하고 있는게 김 대표의 대선 초반전략이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민주계에 계속적인 양보를 하고 소장 의원들의 개혁요구에 적극적인 수용태세를 보이고 있는 것 등이 신축적인 행보의 예들이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정주영◁
정주영 국민당 대표는 대통령후보 선출 이후 사람들을 부쩍 많이 만나고 있다.
새벽시장 돌기를 비롯,강원도민 체육대회 참석·지역사회 교육협의회 특강,그리고 이번 주초로 계획된 언론사 순방 등 사람 만나는 일정이 매일 빡빡하게 채워져 있다.
정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물론 대통령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기 위한 시동작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시장돌기는 실물경제에 밝은 자신의 특장을 부각시키고 현지 상인들의 지지도를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새벽 4시에 시장을 방문함으로써 근면하다는 이미지를 제고시키려는 생각인 듯 하다.
정 대표는 그러나 이런 식의 일반인 접촉을 통해 무엇보다 나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입관」을 불식시키려 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직접 접촉을 통해 건강을 확인시킴으로써 일반인들이 77세의 노인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의 시각을 바꾸어 놓는다는 것이다.
실제 정 대표가 시장 등지를 다니며 일반인들과 접촉할 때면 시민들로부터 『생각보다 정정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는게 국민당측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이처럼 시민접촉 빈도를 높임과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조윤형의원 탈당 등 「내우」에 시달리며 집안단속에 부심해왔다.
정 대표는 최근 의원들이 불만을 표시한 「독단적」 당운영 스타일을 고치기 위해 기성 정치권 출신 인사들과 의식적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탈당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국민당 「식구」들의 이탈 가능성을 생각지도 않았던 정 대표는 집안단속이 최우선인 정치권의 생리를 뒤늦게 깨달은 셈이다.
정 대표는 이에 따라 거의 매일 소속 의원 및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을 면담,이들의 불만 및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7일 상오에는 당직자 및 서울지역 일부 원외지구당 위원장들과 골프모임을 가질 예정이며 오는 9일께는 강원도지역 위원장들과의 만남도 계획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밖에 자신의 전용 승용차를 그랜저에서 쏘나타로 바꾸고 소속 의원들에게도 쏘나타 한대씩 선물키로 하는 등 「큰차 안타기」 운동에 앞장서며 자신의 「검소한」 이미지를 과시하고 있다.
정 대표는 누가 뭐라해도 자신의 대권도전이 승산있는 게임이라 믿고 있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정 대표가 가장 유리한 득표요소라고 생각하는 것은 역시 심각해지고 있는 경제난. 따라서 정 대표는 「강력한 지도력」과 「부국강병」의 논리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끌어낸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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