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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양면성/이영성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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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양면성/이영성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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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아시아 각국에 참기 어려운 고통을 입힌데 대해 깊이 깊이 반성한다』태평양전쟁 50주년(91년 12월8일)을 맞아 미야자와(궁택희일) 일 총리가 발표한 메시지에는 이처럼 「깊이」 「반성」 등의 외교상 최상급 사죄용어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피해당사국인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은 이를 충심어린 사죄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라리 『말보다는 행동으로 사죄하라』 『팽창주의의 야욕부터 거두어라』는 우려섞인 불신이 주조를 이루었다.

일본정부 수반이 기회있을 때마다 온갖 수사를 동원해 사죄하는데도 왜 주위국가들은 믿지 않는가. 소심증과 피해망상 때문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참의원을 통과한 PKO(유엔평화유지)법안이 웅변해 주고 있다. PKO가 일본정부의 분식에도 불구하고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골자로 하고 있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일본이 정신대,강제 징용,원폭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외면하는 대신 자위대 파병을 기를 쓰고 성사시키는 엄연한 현실에서,「말뿐인 사죄」를 믿으라는 것은 쓸개를 빼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세계평화공헌이라는 자위대 파병의 명분 역시 마찬가지다. 아시아침략 당시 일본이 대동아공영,서방제국주의로부터 아시아보호를 내걸었음을 상기하면,그들의 명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의 파병 욕구와 패권주의가 얼마나 강한지는 유엔평화유지군이 활동중인 캄보디아를 상대로한 외교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초 캄보디아정부는 『엔차관,의료,경영지원은 환영하나 자위대는 좀…』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고 브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도 『캄보디아 평화유지군 편성이 완료됐다』고 잘라 말했었다.

그러나 차관을 내세운 일본의 파상공세에 캄보디아정부의 갈리 총장은 얼마안돼 『자위대 파병은 필수적이다』고 물러섰다. 일본의 내심,즉 팽창주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생생한 증거였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위스키를 주는 격』이라는 이광요 싱가포르 전 총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자위대 파병은 아시아 정세의 불안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진정한 반성없이 「반성」만으로 과거를 얼버무리는 일본의 이중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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