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중핵 공격임무를 맡은 전략 공군사령부(SAC)는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최강의 파괴력을 지닌 최정예 부대로서 동서진영의 대결이 첨예하고 긴장이 고조되었던 냉전의 상황하에서 서방세계를 지킨 방패이자 창의 임무를 수행하였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2발의 원자폭탄으로 2차대전이 조기에 종전되자 SAC는 가공의 신무기인 원자탄을 적진까지 운송하여 투하시키는 최초의 핵무장 부대로서 종전 7개월 뒤인 46년 3월에 창설되었다. 당시에는 핵무기라고 해야 미국이 보유한 20KT급 원자탄 뿐이었고 프로펠라 추진식인 구형 B29 중폭격기가 유일한 운송수단이었다. ◆이후 미·소간의 군비경쟁으로 초음속 장거리 폭격기,유도탄 등 운송체가 속속 개발되고 핵무기 역시 종류가 다양해지고 파괴력도 메가톤급으로 수백배나 늘어나면서 SAC는 하늘의 무적군단으로 위치를 굳혔다. 냉전의 와중에서 SAC는 장거리 폭격기,대륙간 탄도탄 등 전략핵무기 운반체 4천47대를 갖추고 28만2천7백23명의 병력을 거느리며 미 국방 예산의 47%를 집행하였다. ◆57년 10월부터 SAC는 비상 대기상태에 들어가 핵무기를 적재한 전략 폭격기와 급유기가 24시간 공중초계비행을 하면서 유사시에 대비하였고 61년 3월부터는 공중관제장비를 완벽하게 갖춘 통제 항공기가 역시 24시간 초계비행하며 로키산맥의 지하벙커에 자리한 지상의 지휘본부가 완전 파괴되어 통제기능을 상실했을때 통제임무를 대신 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소련의 붕괴로 냉전상황이 해소되면서 SAC의 효용도 차츰 빛을 잃어 91년 9월에는 비상대기가 해제되어 핵무장기와 통제기의 24시간 초계비행이 중단되더니 국방예산 절감계획에 따라 SAC가 해체되고 2개의 공군사령부와 1개의 통합군사로 개편되었다. 핵무기 경쟁이 치열했던 냉전시대 허큘리스로 통했던 SAC가 창설 46년 3개월만에 단 한차례도 주먹을 휘둘러 보지 못하고 조용히 날개를 접은 것은 인류를 위해서는 퍽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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