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사찰협의 기피로 남북관계가 차츰 교착되고 있는 가운데 연형묵총리가 남측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경고전통문을 보내온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더욱이 전통문에서 『남측이 계속 핵소동을 벌일 경우 8·15 노부모 교환방문 사업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데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연 총리는 남북 기본합의서에 대해 북한은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나 남한은 전혀 실천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핵사찰 협상도 결렬된 것이 아닌데 미국과 일본까지 끌어들여 공연히 핵소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북한 어느쪽이 핵사찰협의실천을 기피하고 있는가는 너무나 자명하다. 사실 지난 2월19일 남북이 서명·발효시킨 「한반도의 비핵화 공동선언」대로 실천하면 핵사찰 절차를 길게 논의할 필요가 없다.
이에따라 남한측이 제한적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만으로 실효가 없는 만큼 신뢰구축과 평화확보를 위해 남북이 수시로 상호 특별사찰을 하자고 한 제의는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비핵선언에 합의하고도 「IAEA 사찰만으로 충분하다」 「의심 동시해소 원칙에 따라 북의 영변과 남의 모든 미군기지를 1회에 사찰하자」 「사찰관련 이행합의서를 먼저 작성하자」는 등으로 지연작전을 펴다가 이젠 앞서 7차 총리회담에서 합의한 5월말 사찰규정 마련6월 사찰까지 외면하고 있지 않는가. 게다가 북한은 비무장지대(DMZ)에 무장병력을 침투시키고 대남 교란을 위해 범민족대회를 기도하는 등 검은 저의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합의이행에 대해 정원식총리가 조속이행을 촉구하는 전통문을 보내고 이동복대변인이 『핵상호사찰이 이뤄지지 않는 한 교역 등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중지했던 팀스피리트 훈련의 재개여부는 북의 핵사찰 이행여부에 달려있다』고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나 미국도 핵사찰이 미국북한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임을 또다시 통고했고 이 문제에 일본도 수교의 기본요건으로 내세운 것은 하나도 새로운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북한이 극으로 치닫는 외화난 물자난으로 경제적으로 얼마나 위국에 처했다는 것을 이해한다. 문제는 북한이 핵생산보유 위협으로 체제유지에 안간힘을 쓰면서 미·일과의 관계개선 및 남한으로 부터의 경제협력으로 난국을 극복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긴 얘기 할 것 없이 완전한 핵사찰 없이 북한에 차관공여 등 경제협력을 할 나라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북한은 더 이상 주저할 것이 없다. 김일성의 말대로 「핵을 만들지도 갖고 있지도 않다」면 훌훌 벗어 「무핵」을 확실하게 보여준뒤 경제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8·15 노부모 교환방문의 취소위협이 결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산가족의 재회는 민족의 피맺힌 한을 푸는 인도적인 사업이다. 만에 하나 북한이 이를 무산시킬 경우 온민족의 원성과 지탄을 면치 못할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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