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모토롤라사 개발 착수/「별들의 전쟁」 준비한 전략연구소와 제휴/2천년까지 상용화목표… 경쟁국들 긴장/성공땐 경제전쟁 결정적 승기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일본에 빼앗긴 미국이 대반격전을 시작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모토롤라 등 미 반도체업계의 양웅은 일본 업체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인 극초대형 용량의 기가비트급(10억비트) 반도체 메모리를 오는 2000년까지 개발,상용화시킨다는 세기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최고수준의 반도체는 16메가비트(1천6백만비트)이고 일본의 반도체업계가 90년대 후반에 상용화시킨다는 목표로 64메가비트(6천4백만비트)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기가비트급과 메가비트급의 싸움은 마치 어른과 어린아이의 싸움과 같다.
TI와 모토롤라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미국이 세계반도체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쥘 수 있을 뿐아니라 갈수록 치열해져 가고 있는 경제전쟁에서 결정적 승기를 잡을 수 있어 일본은 물론이고 EC(유럽공동체) 등 여러경쟁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세계 반도체업계의 패잔병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TI와 모토롤라가 이같이 분에 넘치는 야무진 게획을 추진하게 된 것은 냉전체제의 종식으로 「할 일」이 없어진 미국 유수의 국방관련 연구소 덕분. 이들 연구소들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별들의 전쟁」을 준비할 만큼 민간부문이 감히 넘볼수 없는 고도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향후 5년간 방위예산을 5백억달러 삭감키로 하는 등 군비경쟁을 지양하면서 최첨단의 군사기술을 민생기술로 전환,경제전쟁에서의 우위확보에 주력키로 했다. TI와 모토롤라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국방관련 연구소들과 제휴,기가비트급 반도체 메모리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우주 및 핵관련 군사기술의 민생기술화는 무척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만든 뉴멕시코주의 로스앨라모스 연구소와 역시 가장 먼저 수소폭탄을 제조한 캘리포니아주의 로렌스 리파모어연구소 등과 같은 미국의 최정상급 방위전략 연구기관들까지도 자체보유기술의 민생기술화에 앞장서고 있을 정도. 이 두 연구소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유력기업의 기술진들이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TI 모토롤라 GM 등 반도체 및 자동차회사 관계자가 많다고 한다.
로렌스리파모어 연구소의 경우 장사속도 밝아 민간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특허료 수입이 지난해 42만달러에 이르렀고 올해는 이를 60만달러로 높일 계획. 방위전략 연구기관은 돈벌이가 되는 새로운 일거리를 구할 수 있고,민간업체는 일본 등 경쟁국을 능가하는 비장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어 누이좋고 매부좋은 공생공존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것.
TI와 모토롤라가 추진하고 있는 회심의 프로젝트인 기가비트급 반도체개발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미국의 군사기술이 순조롭게 민생기술로 전활될 경우 미·일간을 포함한 세계경제전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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