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놀고 쓰고 살것도 없다”/돈많은 외국인 안온다/90년대 들어 시설투자 한건도 없어/관광객 소비액 해마다 8%씩 감소국내 관광산업에 관한 통계자료를 뒤적이다보면 아주 의미심장한 대목이 발견된다.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아와서 쓰는 1인당 평균소비액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관광산업이 처한 위기의 실체는 무엇이며,그 위기는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또 위기를 풀어나갈 해법은 무엇인지,그 모든 단서가 여기에 송두리째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계기관의 관광통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외국 관광객수는 지난 80년대 후반에 비해 증가율은 크게 둔화됐지만 그래도 연 8% 가량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관광객들의 지출로 벌어들인 연간 총관광수입은 오히려 줄어들어 관광객 1인당 평균소비액이 급격한 감소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8년까지 꾸준히 늘어나던 관광객 1인당 소비액은 이후 하강세로 역전돼 지난해에는 전년도(90년)보다 10.6%가 감소했다. 지난 88년 1천4백10달러를 기록했던 것이 89년 1천3백4달러,90년 1천2백2달러,작년에는 1천78달러로 푹푹 떨어져 지난 87년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외국 관광객 한사람당 돈씀씀이가 최근 3년간 연평균 8%씩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관광객 1인당 소비액을 절대액수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 호주 등을 제외하곤 아직까지는 세계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가 세계추세와 거꾸로 가고 있다는데 있다. 관광선진국들은 물론 후진국 조차 관광객수도 늘고 1인당 소비액수도 최소한 평년수준은 고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그 반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 관광객들이 제아무리 많이 찾아와도 돈을 뿌리지 않는다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우리 관광산업은 한마디로 생산성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점이 국내 관광산업이 처한 위기의 요체이다. 그렇다면 외국 관광객들의 한국내 돈 씀씀이가 왜 줄어들고 있을까.
이에대해 관광전문가들은 『80년대말 이후 우리 관광산업 부문에 투자가 뚝 끊겨 대외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외국 관광객들을 유인하고 돈을 쓰게 하기 위해 초현대식 대규모 위락단지,숙박 휴양시설 등 관광상품 개발 및 기반확충에 대대적인 투자를 기울여 경쟁력을 증강하는 동안 우리는 90년대 들어 투자가 완전히 「중단」돼 상대적으로 뒷걸음질한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일부 국가들처럼 천혜의 원시경관을 갖춰 자연 입지조건이 빼어난 것도 아니고,역사 문화유적이 관광상품으로 잘 가다듬어진 것도 아니며,그렇다고 쇼핑상품이 특별히 좋을 것도 없는 마당에 인위적 관광위락시설마저 빈약해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고서도 막상 제대로 놀곳도,쓸곳도,살것도 찾지못해 호주머니돈을 고스란히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다. 한국관광의 매력이 이처럼 상실되면서 관광객 수준은 날로 저하되고 그에 따라 관광객의 구매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 각국은 『씨를 뿌려야 거두지 않겠느냐』며 관광산업투자에 박차를 가해 이제 효험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 그사이 우리는 투자의 공백만이 이어졌을 뿐이다. 최근 몇년간 이렇다할 종합관광 위락시설이 단 1곳도 세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우리 관광산업의 위기는 투자부진에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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