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카터 만들어낸 롤린스와 조단/선거진영 사기충전… 공화·민주선 당혹텍사스출신 억만장자 로스 페로의 백악관입성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잇달아 실시된 권위있는 몇몇 여론조사에서 「폭발적」으로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로스 페로가 3일에는 미국 제일의 선거 참모 2명을 전격 영입,선거정국을 뒤흔드는 또 한차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페로가 영입한 2명의 선거참모는 에드 롤린스(49)와 해밀턴 조단(47). 이들은 76년과 84년의 두 차례 미 대통령선거에서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의 승리를 이끌어낸 1등 공신들이다.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둔 공화·민주 양당은 마치 포격이라고 당한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에드 롤린스는 지난 84년 로널드 레이건을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에 재선시킨 장본인이다. 당시 레이건의 수석 선거참모였던 롤린스는 이번 선거전에서 페로진영에 합류함으로써 조지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전체 하부조직에 등을 돌렸다.
큰 몸집에 이마가 벗겨진 부드러운 말씨의 보수주의자 롤린스는 지난 90년 예산안 책정때 부시와 결정적인 반목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부시는 앤드루공군기지에서 민주당 지도자들과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세금인상에 동의했는데 롤린스는 인상에 극력 반대했었다.
레이건의 첫 임기 재임시절에는 수석 정치보좌관역을 지내면서 미국에서 가장 유능한 공화당 대변인이자 정치 책략가로 명성을 날렸다.
그는 정계에 입문하기 전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여러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최근에는 런던의 인디펜던트텔레비전 뉴스 등 각종 TV 뉴스프로그램의 상임정치평론가로 활약해왔다.
영입발표직후 텍사스 페로선거대책본부의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나타낸 롤린스는 『내가 하려는 일은 선거 유세가 아니라 거대한 운동』이라면서 『내가 참여한 수많은 선거에서 사귄 모든 사람들이 이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은 페로에게서 새시대의 지도자상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페로가 영입한 또 한명의 선거참모 해밀턴 조단은 지난 76년 무명의 조지아출신 땅콩농장주 지미 카터를 백악관 주인자리에 앉힌 인물.
많은 사람들이 당선을 기대하지 않았던 카터에게 대권을 안겨준 공로로 대통령 비서실장이 된 조단은 그러나 격한 성격탓에 의회와 언론뿐 아니라 심지어 민주당내 의회 지도자들과도 잦은 마찰을 빚었다.
조단은 또 카터 재임시절 워싱턴의 한 술집에서 여자얼굴에 술을 뱉고 뉴욕의 디스코테크에서는 코카인을 흡입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이같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조단은 여전히 워싱턴 정가를 누구보다도 정확히 꿰고 있는 정치책략가이자 특히 미국 남부지역의 정치에 가장 정통한 선거참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페로 진영은 롤린스에게 일상 선거업무 전반을 관장케하고 조단에게는 수석 선거참모 자리를 맡도록 했는데 천군만마를 얻은 기쁨에 그 어느 때보다 사기가 고양돼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일 캘리포니아 뉴저지 등 6개주 예비선거가 끝난뒤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의 46%가 무소속의 페로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한데 이어 3일 LA타임스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페로 후보는 부시와 클린턴의 지지율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페로 진영은 내심 한가지 고민을 갖고 있다.
롤린스와 조단 영입이전 페로 후보의 선거진영이란 것이 친지와 사업관계,정치적 교섭의 결과물로 얼기설기 엮은 붕당의 차원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롤린스와 조단의 가세로 페로는 이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막강한 선거진용을 구축하게 됐다. 롤린스와 조단은 영입 첫날부터 연금술사와 같은 솜씨로 페로 진영을 지휘,명부허전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좌 롤린스·우 조단의 당내 최고 모사를 자기사람으로 만든 페로가 정말로 백악관에 입성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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