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0일은 미국 육군사관학교의 졸업식 날이었다. 생도모자를 하늘 높이 던져 올리는 졸업식의 광경은 육사졸업의 상징으로 미국인들의 인상속에 자리잡고 있다.올해 육사를 졸업하는 생도는 9백29명. 이 가운데 여자가 1백2명,흑인 72명,아시아계 55명,히스패닉계 35명,아메리칸인디언이 7명으로 백인남자의 성역이었던 웨스트포인트가 역사를 따라 변모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계 55명중에는 한국계 16명(여자 3명)도 포함돼 있어 미국에 뿌리내리는 코리안 아메리칸 위상도 느끼게 한다.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듯이 올해 제194기 육사 졸업식은 미국의 군인을 만들어온 웨스트포인트로서는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올해 졸업생들이 입학하던 지난 88년만 해도 세계는 냉전시대였고 이들은 소련으로부터 유럽을 지키는 임무를 생각하며 군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졸업한 지금 세계는 딴 세상이 되어 있다. 베를린 장벽도 허물어지고 소련도 없어졌다.
고든 설리번 육군 참모총장은 치사에서 지역분쟁,이단적 국가,국비확산 등이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며 졸업생들에게 비전을 암시하는 듯 했지만 이 말이 생도들에게 얼마나 자기존재를 확인해 주었는지 알 수 없다. 오히려 미국의 국방비 삭감 논의대상에는 육사도 예외없이 올라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점에 있다는 말이 실감있게 들린다.
뉴욕주의 허드슨강변 웨스트포인트에 성채처럼 서 있는 미국 육군사관학교는 미국 역사의 증인이라 할만하다. 미국이 분열위기에 있던 남북전쟁때는 동기생끼리 서로 적장이 되어 총부리를 겨누었다.
2차대전의 두 영웅,맥아더와 아이젠하워를 배출한 웨스트포인트는 전후 더욱 전성기를 누렸다.
보는 눈에 따라 웨스트포인트는 제국주의적 군사력 확장의 요람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문민통치의 미국 민주주의 2백년사를 지켜온 황홀한 전통을 안고 있다.
얼마전 웨스트포인트의 연병장에 서 있는 맥아더의 동상을 보고는 박물관 전시품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웨스트포인트의 변화에서 세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리우데자네이루서>리우데자네이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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