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환경파괴… 인류 삶의 터전 구하자(신음하는 지구:6)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환경파괴… 인류 삶의 터전 구하자(신음하는 지구:6)

입력
1992.06.04 00:00
0 0

◎리우회의 남북대립/환경볼모 국가이기주의 팽배/재원·기술이전등 이해싸움/「오염책임자」가 비용부담을… 기득권 집착 말아야/개도국/개발자제 요구속 지원 소극적… 무역제재 압력도/선진국이번 회의 개막전부터 선진공업국과 후발개도국은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여왔다. 명분상으로는 환경파괴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개도국의 주장이 기선을 잡고 있지만 회의의 실질성과는 기술과 돈줄을 쥐고 있는 선진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

환경과 개발중에 어느쪽에 비중을 둘 것인가. 이번 회의를 바라보는 양쪽의 인식차는 현격하다. 선진국은 지구환경의 물리·생태학적 위기에 대처하는 회의로,개도국은 개발을 위한 회의로 보고 있다.

선진국은 개도국이 현재 「개발지상주의」 기치아래 산림파괴 등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대해 개도국은 선진국들이 이미 저질러 놓은 환경파괴의 책임을 외면하고 개도국의 탈 빈곤노력에 족쇄를 채우려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방세계가 오늘날 부국이 된 원동력이 되었던 산업혁명 당시만 해도 환경문제는 제기된 적이 없었다. 그런 서방세계가 이제 개발이 급선무인 후진국의 발목을 붙잡고 엄격한 환경규제를 가하려 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사실 이번 회의는 환경회의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이면에는 선진국의 추악한 국가이기주의가 깔려 있으며 그들의 일방적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많은 개도국에 있어 깨끗한 환경이라는 구호는 한낱 배부른 자의 사치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지난 5월 중순 발표된 「92 세계 개발보고서」는 『적절한 환경보호 없이는 경제개발의 후유증이 따를 것이지만 경제개발의 뒷받침이 없으면 환경보호는 공허한 소리에 불과할 것』이라고 환경보호를 위한 개발의 일방적 희생주장을 경고하고 있다.

개도국의 주장은 지구환경 문제가 과거 선진국의 과도한 개발과 현재의 지나친 소비패턴이 주범이므로 결자해지의 원칙에 따라 선진국이 솔선해야 한다는 「선진국 책임론」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즉,온난화·오존층 파괴 등 최근 환경문제의 주범은 바로 선진공업국이라는 주장. 개도국들은 세계인구의 20%밖에 안되는 북부지역이 지구에너지의 70%,금속의 75%,나무의 85%를 소비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한다.

환경협약의 대부분이 선진국의 기득권만을 보호하는 불공정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 리우회담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인 「온난화방지협약」만 해도 각국의 탄산가스 사용량을 90년 수준으로 일방적으로 못박아 이미 많은 양을 써온 선진국에만 유리하게 돼 있다.

선진국들은 미가입국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강력한 무역보복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몬트리올의정서」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한국 등 개도국은 프레온가스가 사용되는 자동차,냉장고,반도체칩,카메라 등의 수출이 전면 봉쇄된다.

개도국 모임인 「77그룹」의 전 의장국이었던 가나의 에드워드 쿠푸오르씨는 『1년에 1만달러 버는 사람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하기 위해 1년에 2백달러를 버는 사람에게 돈을 내라는 격』이라고 분개한다.

중남미 41개국은 현재 4천2백억달러라는 살인적인 외채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국의 진정한 환경개선 의지가 있느냐도 문제다. 유럽의 한 환경보호단체는 아프리카 태평양지역 69개국에 대한 산업폐기물 수출이 EC차원에서 금지되고 있는데도 실제로는 많은 회원국들이 은밀히 수출을 계속 하고 있다고 폭로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국가이기주의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나라는 세계 최대 환경파괴국인 미국. 미국은 기술이전에서는 지적소유권 보호를 주장하면서도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인 자금문제 및 「기후온난화 방지협약」에서는 무성의한 태도로 「이중적 모습」을 보여 각국의 비난을 사고 있다.

미국은 당초부터 기후온난화 방지협약중 이산화탄소의 규제량 설정에 반대해 왔는데 부시 대통령은 만약 목표가 설정될 경우,회의에 불참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아왔다. 미국이 강경한 이유는 경제침체와 대통령 선거라는 요인이 중첩돼 있기 때문.

이러한 양진영간 논란의 귀착점은 결국 자금 마련과 기술이전 문제이다. 돈이 없으면 환경보전도,개발도 공염불이다. 환경보전을 위해서는 매년 1천2백50억달러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자금문제에서 개도국들은 선진국이 솔선해야 한다는 예의 「선진국 책임론」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자금협력은 다분히 「보상적」 「비상업적 베이스」의 성격을 지녀야 하며 종전의 정부 개발원조(ODA)나 지구환경 퍼실리티(GEF)라는 환경기금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기금으로 「그린 펀드」의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선진공업국들이 주무르는 기존 제도는 자금 배분방법을 미끼삼아 선진국이 약소국의 내정을 간섭하는 이른바 「황금줄로 옭아매는 격」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선진국은 자금협력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독립기금의 창설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대신 세계은행 등이 관리하는 기존의 GEF를 확대,운용하고 그외에 국제개발협회(IDA),지역개발은행 등의 메커니즘을 통해 공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보조성격의 자금으로서 ODA를 확대 하는 한편,환경오염 물질의 배출을 억제시키는 직접적인 수단으로 환경세 도입을 추진중이나 석유업계 등의 반발이 거센 상황. 지구온난화 등으로 해수면 상승을 우려한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4개국은 90년부터 탄소세를 도입 시행중이다.

자금문제와 함께 기술이전 문제는 넘어야할 양대 산맥의 하나이다. 한마디로 선진국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개도국들에 자신들이 개발한 「대체기술」 내지 「청정기술」을 사용할 것과 이는 공짜가 아니며 값비싼 특허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이러한 환경보전 노력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무역제재를 가하겠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개도국들은 부유한 선진국들이 「은전」이나 「자선행위」로 빈곤한 국가를 돕는다는 식의 발상을 버려야 하며 환경투자는 궁극적으로 잘 사는 선진국 자신,그리고 지구인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생물다양성 보호협약의 핵으로 식량증산이나 의료품 개발과 관련,유전자 치환기술 등의 생명공학 분야이다. 특히 백혈병·말라리아 치료약 등 열대 식물에서의 의약품 시장은 이미 수십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대체물질은 단순히 가격이 비싸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령 프레온가스만 하더라도 선진국에서 현재 개발중인 대체물질의 가격은 기존 물질보다 3∼4배 비쌀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물론 사용물질이 달라지면 자연 사용시설도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대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즉 환경보호 제품을 생산하는 서방세계의 다국적 기업은 계속 「적정기술」의 제공으로 개도국의 경제구조 조정에 깊이 개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도국이 성장을 늦출 수는 없다. 어떠한 환경정책도 기본적인 경제원리를 존중하지 않는 한 실질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환경파괴와 관련,무조건적으로 발전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보다 기술의 도입,이전으로 문제를 최소화 하는 가운데 환경보존과 경제개발을 양립시키면서 개도국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선진국의 압력은 갈수록 분명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지구와의 공생을 위한 남북협조 못지 않게 대체기술 개발 등을 위한 개도국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조상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