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보수파 대응 「개혁파 단결」 전략/반체제인사 잇단 석방등 화해 제스처【홍콩=유동희특파원】 중국의 최고실권자 등소평이 직접 나서 개혁의 가속화가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맞게 되는 중국의 천안문사태 3주년은 표면상의 긴장상태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주년 때에는 볼 수 없었던 변화의 조짐을 발견할 수 있다.
북경당국은 나름대로 반체제 인사들에 대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고 해외에 망명한 반체제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도 1,2주년때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당국의 화해제스처가 경계활동의 완화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계활동은 기술적으로 강화된 느낌이다.
지난 5월 말부터 사복 공안요원들이 천안문 광장을 눈에 띄지 않게 봉쇄하고 있고 북경대 구내에는 공안당국이 사무실을 개설,공공연한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3주년을 맞는 북경당국의 태도가 경화 일변도만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직 형기를 남긴 6·4 시위 관련자들을 속속 석방한 사실. 반체제 인사를 외국으로 탈출시키려 한 죄로 복역중이던 홍콩인 2명을 병보석으로 석방했는가 하면 형기 산정규정을 선고일자부터 계산하던 방식에서 구금된 날부터 계산하는 방식으로 고쳐 천안문사태 당시의 학생지도자 한명을 조기 석방하기도 했다.
또한 홍콩의 친 중국계 언론을 통해 그동안 근황이 알려지지 않았던 위경생·왕단 등 저명한 반체제 인사와 학생지도자들의 옥중생활을 담은 사진을 공개,고문설·옥사설 등의 소문을 불식시키려 노력하기도 했다.
이같은 당국의 자세변화는 중국 해외유학생 사회의 반체제적 분위기를 크게 누그러뜨렸고 이에 따라 천안문사태 3주년을 앞두고 세계 각지에서 전개된 항의집회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그 열기가 식어버렸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이중적 자세는 금년초 남순강화로 시작된 등소평의 개혁드라이브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등소평이 호요방·조자양 등 「대리인」을 내세웠던 과거의 방식과는 달리 개혁드라이브를 위해 직접 전면에 나서야 했던데는 몇가지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택민이라는 3번째의 대리인과 차세대 지도자감으로 주용기를 택해 물심양면으로 후원했지만 이들만으로 보수파를 누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지난 3년 동안에 충분히 드러났다.
또 한가지는 지도층과는 별도로 보수화된 당 조직자체가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이를 전면 개편하지 않고는 개혁을 심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는 등소평의 카리스마가 없고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결국 등소평은 남순강화를 계기로 전면에 직접 나섰고 그 결과 이붕은 물론 진운에게도 표면상의 항복을 받아놓은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고령의 등소평은 이를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천안문사태 이후 지리멸렬한 개혁파를 단결시킬 필요가 있으며 당조직을 올 가을로 예정된 14차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피로 수혈」하는 세대교체를 단행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다.
학생세력과 천안문사태로 정치권에서 밀려났던 급진개혁파 세력은 적어도 등의 입장을 곤경에 처하게 하지는 말자는 일종의 컨센서스를 이룬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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