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초선 의원들의 새바람/유권자의 이해·협조 따라야(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초선 의원들의 새바람/유권자의 이해·협조 따라야(사설)

입력
1992.06.04 00:00
0 0

한국정치가 깊은 속병을 앓은지는 오래됐다. 정치불신,정치냉소,정치무력증이니 하는 말들은 오늘날의 한심한 정치현실을 고발하는 심각한 표현들이다. 현재로 보아 개선의 징후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특히 일반국민의 눈에 비치는 정치인상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우리 정치풍토의 현주소가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국민의 대표라고 금배지를 달고 다니는 선량들이 국민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의원으로서 해야할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의원으로서 지녀야 할 품격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풀이하면 의정활동을 게을리 하고 공사생활에서 도덕성을 결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13대 국회에서 각종 부조리와 비리사건에 관련된 현역 의원이 14명이나 나왔다는 사실을 재차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거의가 뇌물 등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쇠고랑까지 찼던 선량이다. 그러나 그들중 상당수가 자신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그정도의 수뢰는 으레 있는 상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정부패의 속병이 우리 정치에 얼마나 깊숙히 그리고 넓게 퍼져 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우리정치의 고질을 뿌리 뽑아야겠다는 결의가 일부 초선 야당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12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비리성 자금을 거부하고 청렴의무를 지키며 회기중 국회를 떠나지 않고 원내활동을 충실히 하겠다고 국민앞에 다짐한 것이다.

비록 소수이긴 하나 스스로 정치풍토 개선을 위해 자정의 용기를 보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 앞으로 초지를 얼마동안이나 지켜갈지 어디 두고 보자고 처음부터 의아스런 눈으로 보려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구태의연한 정치풍토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겠다는 정치초년생들의 개혁의지를 우선 순수하게 보고 싶다. 나중에 가면 그들인들 때묻지 않고 배길 수 있겠느냐고 결과를 지레 짐작해서 나무랄 수는 없다. 숱한 유혹이 있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겠지만 초지일관으로 박진감있게 밀고 나간다면 반드시 그만한 국민적 보상이 뒤따를 것이다.

이러한 정풍운동은 소수의 주창자들만의 힘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은 비록 12명의 민주당 의원들의 호소와 다짐에서 출발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감에 따라 민주당 전체 의원들에게 번지고 또 나아가서는 다른 야당이나 여당 의원들에게까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됨으로써 국회 전체가 검은 돈으로부터 인연을 끊고 깨끗해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꼭 필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이해와 협조이다. 경조사에 의원들의 봉투가 오지 않고 그들의 화환이 없더라도 섭섭하게 생각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은 돈을 받아서 충당할 수 밖에 없는 정치비용을 줄이려는 애타는 노력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