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상오 10시 연세대 신학관 지하강의실에서는 오는 8월말로 39년의 강단생활을 마감하는 신학과 김찬국교수(65·부총장)의 「마지막 강의」가 열렸다.두툼한 강의노트와 낡은 성경책을 끼고 강의실에 들어선 김 교수는 평소처럼 7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감사기도를 올린뒤 구약성서 시편23편과 롱펠로의 「생명찬송」을 읽어 내려갔다. 김 교수는 지난 53년 피란지 부산에서 첫 강단에 선 이래 줄곧 이두편의 시낭송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이날 강의는 신학과 1학년 필수과목인 「구약개론」중 성서의 예언자들에 관한 것이었다. 기원전 8세기경 분열된 북이스라엘 왕국의 부패와 타락상을 고발한 예언자 이사야의 삶을 논한 이날 강의는 「시대의 양심」으로 통하는 이 노교수의 삶의 역정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불의에 항거하는 예언자의 자세만이 역사의 감시자가 될수있다』는 노교수의 열강을 학생들은 시종 진지하게 들었다.
김 교수의 삶이 광야에서 불의에 맞서 진리를 외치던 이사야의 모습을 닮았다는 것을 제자들은 잘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60년 4·19혁명 당시 김 교수는 부상학생을 위한 가두모금 활동에 나섰고 6·3사태때는 학생처장 신분으로 3천여 학생을 이끌고 도심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74년 유신반대서명운동을 벌이다 고 윤보선 전대통령 김동길씨 등과 함께 민청학련 배후조종 혐의로 투옥된데 이어 강제해직되 김 교수는 타의에 의해 10년간의 「장기외도」를 경험했다.
복직후 88년부터 교학부총장직을 맡고난 뒤에도 김 교수는 각종 인권·사회정의활동에 주력해왔고 지난 4월엔 KNCC인권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런 학외활동으로 한때 「과격한 지식인」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학생들에겐 항상 웃음을 잃지않는 자상한 스승으로 존경을 받아왔고 그의 수업은 명강의로 소문나 있었다.
이날 수업후 학생들로부터 사은의 카네이션꽃바구니를 받아든 김교수는 『고난속에서도 내곁을 지켜준 학생들에게 진정 감사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 학생들은 84년 김교수가 복직된후 첫 강의때 그를 맞으며 불렀던 「금관의 예수」를 다시부르며 상아탑을 벗어나 저 벌판으로 나서는 노교수를 배웅해 주었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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