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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럽』 출발부터 “차질”/덴마크 국민투표 「통합안」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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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럽』 출발부터 “차질”/덴마크 국민투표 「통합안」 부결

입력
199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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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에 심각한 타격… 기본틀 재검토 불가피【런던=원인성특파원】 유럽공동체(EC) 12개국 가운데 가장 먼저 EC의 정치·화폐통합에 관한 마스트리히트 조약비준을 국민투표로 실시한 덴마크가 2일 반대 50.7% 찬성 49.3%로 조약비준을 거부함으로써 금세기 말까지 예정된 유럽통합의 일정이 중대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EC 국가들로서는 당장 덴마크의 결과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놓고 어려운 입장에 빠지게 됐다. 일부에서는 덴마크를 제외한 채 나머지 11개국만이라도 통합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벌써부터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덴마크의 이탈을 인정한다면 가장 강력한 통합 반대세력인 영국 등도 더욱 동요할 수밖에 없고 이는 EC 통합의 기본틀조차 뒤흔들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12개 회원국이 재협상을 거쳐 새로운 조약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일견 기본정신에 입각한 당연한 절차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통합을 바라보는 시각이 「12국 12색」인 회원국들이 다시 머리를 맞대고 수정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덴마크의 부결로 빚어진 통합과정의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자체가 회원국들 사이에 또다른 논란거리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7월부터 6개월 임기의 의장국을 맡는 영국으로서는 이 난제의 해결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할 입장이다. 하지만 영국 자체가 통합회의론이 득세하고 있는 나라인데다 존 메이저 총리도 정치·화폐 통합을 통한 「유럽합중국」 건설보다는 동구와 구 소련의 독립국들까지 모두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는 EC 확대론을 견지하고 있어 예정된 통합일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덴마크의 부결사태는 기존의 EC 질적 강화론과 양적 확대론이라는 논란과 더불어 통합의 앞길을 험난하게 만드는 또하나의 쟁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의 국민투표 부결이 맞는 가장 큰 의미는 EC의 정치 경제 통합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정치지도자들과는 크게 유리돼 있음을 확인한 점이다. 덴마크의 경우,의회에서 1백30대 25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비준했고 대부분의 정당은 물론 언론 재계 노조 등이 찬성을 유도했지만 국민은 이를 거부했다. 대다수 EC 국가들은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고 의회에서 통합조약을 비준했다. 따라서 덴마크의 투표결과는 주권의 변화를 초래하는 중대한 사항을 정치인들만이 결정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나의 유럽」 건설 여부를 국민에게 결정토록 할 경우 지금까지의 통합속도와 방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C 고위관계자의 말처럼 일반 국민들은 아직 「유럽연방」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지 않음을 덴마크의 투표결과는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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