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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우리의 산업선택/이형구 한국산업은행 총재(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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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우리의 산업선택/이형구 한국산업은행 총재(특별기고)

입력
199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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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농축된 변화의 과정을 밟고 있으며 21세기를 향한 세계의 흐름도 변화속에서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소연방의 붕괴이후 21세기 세계는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단일지도체제가,그리고 경제적으로는 EC·일본·동남아 등의 다극체제가 발전되어 나아갈 것으로 보여진다. 경제적 다극체제의 발전은 새로운 지역주의를 낳아 국가의 경제적 이해에 따라 결속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며 결국 세계질서는 경제적인 이해를 기준으로 재편되어 갈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은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힘을 활용하고자 할 것이며,때로는 막대한 시장의 힘을 활용하여 다자간 보다는 당사자간의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21세기에 예상되는 산업사회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완숙한 산업사회로 이행되어 갈 것이다. 세계인들의 가치중심이 지금까지의 생산에서 개인복지로 옮겨 가고,산업생산은 대량생산체제에서 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기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생산(Lean­Production)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어 자원,노동,토지 등 전통적인 생산요소가 산업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지식·정보의 생산요소로서의 중요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와 같은 세계질서의 재편과 산업환경의 변화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에 접근하여 나아가야 세계의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고 선진 산업사회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인가?

첫째,세계의 흐름인 개방과 무제한 경쟁시대에 우리의 사고를 일치시켜,과감한 시장개방과 공격적인 대응을 펼쳐 나아가야 할 것이다. 무역국가이면서도 그간 개방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였던 우리는 UR 등 다자간 협상에서도 경제적 이익을 보호받기 어려우며 미국,일본,EC 등으로부터도 일방적인 공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UR협상과 선진국과의 통상마찰 등 무역분쟁은 미봉책이 아닌 원천적인 해결책을 위하여 정부·기업의 합심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우리나라의 행정 및 관료사회는 민주주의 발전과 고도산업사회의 전개에 따른 개인복지와 환경보전 등 새로운 수요를 흡수하고 국가발전에 대한 기존의 우선순위를 새시대에 알맞도록 재조정하는 신사고(New Paradigm)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즉 법질서와 규율을 준수하는 선진국민으로서의 성숙된 의식이 폭넓게 함양되어야 한다. 또한 쾌적한 생활환경 보전의 필요성과 우리 경제의 질적 개선에 따라 성장과 생활여건의 개선속도가 다소 더디어지는 것을 감수하는 국민적인 합의를 이루어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속에서 재정의 기능도 생산지원 중심의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에서 생산과 수요가 함께 관리되도록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경제운용의 기본틀을 안정과 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두고 이의 실천을 위한 계획이 구체화된 청사진을 제시하여 효율적으로 이를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임금인상은 생산성 향상과 국가경제의 안정범위내에서 이루어지는 생산성임금제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제력 집중문제는 공정거래의 강화 등,부동산투기 문제는 토지공개념 관련법의 개선 등 「제도적 접근」을 통하여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함께 산업보호·국토이용관리·도시계획·농업보호 등과 관련된 각종 행정규제도 새시대에 알맞도록 최소화하여 자율성을 통한 효율화를 도모하되,신용사회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공정거래제도 등을 제도적으로 보완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산업의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을 통한 산업구조의 심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특히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이 대폭 확대되도록 하여 기술개발 투자를 촉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업이 21세기 무제한 경쟁시대의 극심한 경쟁을 이겨내려면 기술개발을 통한 비교우위의 확보밖에는 방법이 없으며,우리가 기술개발 투자를 크게 늘려나가지 않는 한 21세기 기술혁신의 시대에 해외시장에서 우리의 입지를 확보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다섯째,금융산업의 심화발전을 통하여 기업의 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지원하고 나아가 기술개발 투자와 자동화시설 투자 등 구조조정에 필요한 막대한 기업자금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이다. 이를 위하여 금융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와 제약적인 조치를 최소화 하는 등 금융자율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나가야 할 것이다. 금리자유화는 단계적인 자유화보다는 특정분야를 제외한 전반적인 자유화가 바람직스러울 것이다. 이와함께 우리 경제의 체질강화와 경쟁력 있는 산업구조로의 개편을 위해 필요한 설비투자 지원 등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장기설비 금융기관의 자금공급 기능을 보다 강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여섯째,환경·마약 등의 문제에 대하여도 능동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환경보전 문제는 규제를 보다 엄격하게 하고 이의 실천에 철저히 따라가도록 하는 제도개선과 행정추진이 병행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에따라 그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공해방지기기와 저공해제품 등 신산업군에 대한 육성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향후 21세기 물질문명의 압박이 가중되면서 예상되는 마약 등 향정신성 의약품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의 추진도 시급하다.

우리민족이 대망의 21세기에 숙원인 통일의 위업을 성취하고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하여는 모든 문제에 대하여 「말」만 하기보다는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바로 현재의 노력과 준비에 의하여 개척되는 것이며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선택의지에 달려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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