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 투신사 정상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연일 약세를 보여온 증시는 2일 종합주가지수가 한때 5백64까지 떨어져 6공들어 최저 기록인 5백66.27(90년 9월17일)을 경신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종합주가지수는 지난 5월하순까지만해도 6백대이하로 떨어질 때마다 바닥권을 인식한 반발매수세로 다시 6백대로 반등되곤 했다. 그러나 이 반등세가 실종됐다.
특히 5·27조치이후 장세무기력의 상태가 심화된 것이 아이로니컬하다.
정부와 증시관계자들은 5·27조치가 장세역전의 전환점이 돼줄 것을 기대했었다. 물론 5·27조치는 증시부양을 직접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빚 5조9천억원에 짓눌려온 대한 등 투신 3사의 엄청난 원리금 상환부담을 덜어 경영을 정상화 해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은특융 2조9천억원을 동원하는 비상수단을 사용한 것은 증시의 침체심화를 막아보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나 실망스럽게도 증시는 너무 냉철하게 반응한 것이다. 오히려 5·27조치가 투신사의 정상화만으로 그친데 대해 실망한 것인지도 모른다. 증시의 침체가 어느 정도 더 심화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정부가 어떻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 같다. 증시는 주가,고객예탁금,거래량 등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해가는 「3저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묘방이 쉽게 떠오르기가 어렵다.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측정치가 되는 고객예탁금이 5월하순이후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30일에는 연중 최저수준인 1조2천5백81억원,올해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월10일의 1조6천9백12억원보다 4천3백31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거래량도 5·27조치이후 이틀동안 2천여만주 수준을 유지하다가 최근 1천5백여만주로 떨어진 것이다. 다른나라 증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증시도 실물경제와 동떨어져 움직일 수 없다. 현재 증시침체는 「거품경제」의 거품이 꺼진 상태를 반영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이제 안정이 정착하는 단계다. 4월중의 산업동향이 시사하듯 경기가 완전히 진정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철강,자동차,전자제품 등 다수의 제조업종은 이제 재고증대의 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아직 경기회복은 운운할 단계가 아니다. 증시의 침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이 실물경제의 안정인 것이다. 또한 지속되는 고금리와 높은 채권 수익률이 증시의 자금이탈을 부추기는 것도 증시무기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89년 12월12일의 증시부양조치와 이번 5·27조치는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은 증시부양책은 효과가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렇다고 방치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당분간은 우선 예의주시하는 수 밖에 없다. 무책이 상책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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