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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증후군/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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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증후군/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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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운용의 기조를 일관되게 확고히 유지하여 정치상황으로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노태우대통령은 지난 5월 중순 과천 제2종합청사를 일부러 들러 경제장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치로부터의 국정보호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연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는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이 맡고 국정은 자신이 전담하여 국정을 정치로부터 차단하겠다고 엄숙하게 공언한 바 있다.그러나 3·24 총선때 노 대통령은 예년에 없던 지방순시에서 선거를 의식한 「선심공약과 정책」으로 여당인 민자당을 측면지원,대한민국 대통령보다는 민자당 총재의 역할에 더 충실하다는 비난을 샀다.

선거의 결과는 과반수 미달의 민자당 참패였다. 노 대통령은 공연히 식언을 한 것이다. 신뢰성에 큰 흠집을 냈다.

신뢰성을 상실하면 뭣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겠는가. 더구나 노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후보까지 선출된 이제 정말로 권력누수가 홍수를 이루게 되는 레임 덕(절름발이 오리)이 됐다. 더욱이 민자,민주,국민 등 3당의 대통령후보가 선출,12월 대선에의 초반전이 이미 시작됐다. 노 대통령의 국정과 정치의 차단지시는 시의 적절한 주의환기다. 그러나 김 후보와 같은 배를 탄 그로서는 스스로 지키기 어려운 주문이다.

정부·여당이 한몸이고 대통령이나 대통령후보가 민자당의 총재를 겸하게 되어 있는 권력구조 아래에서 「국정과 정치의 분리」는 애초부터 「말의 유희」.

벌써 그의 말은 다시 앞뒤가 달라지고 있다. 정부의 「선심행정과 정책」이 김 후보 선출이후 줄을 잇대고 있다.

노 대통령은 김영삼후보의 당선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을 철거하는 짐을 자청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어떻든 정부측은 민자당측에서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 알아서 「표밭갈이」를 해주는 것 같다. 지난 5월 한달동안에 ▲5·8 부동산투기 억제대책 완화 ▲중소기업 조세감면 및 세금납부 유예 ▲중소기업과 개인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사찰) 한시적 중단 ▲증시안정화를 위한 3대 투신사의 정상화 조치(한은특융 2조9천억원 등 제공) ▲농지전용 제한의 대폭완화 등 파급영향이 크고 문제성을 안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 결단내렸다. 특정 이익집단들의 이해관계가 직접 걸려있는 집단 민원의 성격을 띤 문제도 있고 획일적인 행정규제와 위협적인 세무사찰과 같이 만성화된 민원의 대상도 있다.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인 최고 권력자의 「시혜」형의 지원도 있다.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해 50대 재벌기업과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강력하게 묶어놓았던 행정규제를 대폭 해제했다. 수도권에 비공해성 공장의 신·증설 허용도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원래 시장경제체제 아래에서는 행정규제는 극소화 해야 한다. 수급과 가격이 「보이지 않는 손」(시장기능)에 의해 균형이 잡혀야 한다. 행정규제는 비용과 비리의 온상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규제는 의당 감축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주기적으로 투기의 열병을 앓아왔다. 지금은 투기가 죽었다. 다시 살아날때의 행패가 두렵다. 사슬을 너무 풀어줬는지 모르겠다. 확 풀었다가 확 조이는 냉온탕욕식의 시행착오가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선심행정」과 「선심정책」은 「선심」이란 말이 시사하듯 일과성의 변칙이다.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며 그릇된 기대를 갖게 한다. 결국은 배신감을 갖게하고 원성과 불신을 산다. 법과 질서를 잠식한다. 행정도 그렇지마는 정책은 더욱 그렇다. 정책이 왜곡된다. 중소기업 조세감면만 해도 그렇게 즉흥적일 수가 없다. 세무사찰도 이제는 위상을 바로 잡았으면 한다. 그것이 어떻게 「선심」의 대상이 되는가. 정치적으로 중화돼야 한다. 노 대통령은 정석게임을 해야한다. 지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는 금융긴축 등 경제안정화 정책의 기조를 견지해야 한다. 안정화의 성공이 정권 재창출에의 왕도같다. 6공경제는 마지막 시험대에 서있다. 실패하면 국가적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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