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합의 첫 일탈에 제동/대화문은 개방… 무성의땐 “강력한 대응”정부가 북한의 남북상호사찰 수용거부 태도와 관련,1일 상오 대북관계 고위전략회의를 가진뒤 북한에 상호사찰 조기실시를 촉구하는 정원식 국무총리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보낸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선 이 전통문은 남북이 5월말까지 사찰규정을 마련해 6월중에 최초의 남북상호사찰을 실시키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의 소극적 태도로 이 합의를 지키지 못한데 대한 강력한 유감의 뜻을 담고 있다.
남북한은 지난 90년 고위급회담이 시작된 이래 쌍방이 합의한 사항은 실제 내용이야 어떻든 반드시 지켜왔었다. 그러나 이번에 핵사찰 규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은 이러한 기본적 「틀」에서 일탈한 결과여서 정부는 강력한 톤의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전통문을 통해 남북상호사찰이 이루어지지 않는한 전반적인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북한측에 명확히 전달했다는 점이다.
물론 노태우대통령도 이미 북한의 핵문제해결없이는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고 정부관계자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점을 강조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고위급회담 수석대표인 정원식총리의 이름으로 공식문서를 통해 북측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은 이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인식을 보다 강력히 나타낸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북한의 핵무기개발 의혹해소를 위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한 국제핵사찰과는 별도로 남북 상호사찰이 필수적임을 확실히 하고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한 남북관계 진전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상호사찰을 지연시키고 있는 북측에 대해 공개적인 압력에 나설 뜻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같은 공개적인 의사표시는 앞으로 보다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키 위한 1단계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현재 북한의 상호핵사찰 지연에 대한 대응조치가 아직 구체화돼 있지는 않으며 정부내에서도 급박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의 대북관계 고위전략회의와 대북 전통문 전달을 계기로 북한의 핵문제해결 및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지금까지의 조심스런 낙관론이 퇴조하는 기미가 엿보이는 것도 유의해야할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핵문제와 연계해 당장 대북 대화의 문을 닫아걸겠다는 입장이 아님은 분명하다.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측과 합의한 8·15 이산가족 노부모 방문 및 예술단교환방문은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각종 분과위나 공동위 합의일정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며 두만강하구 개발사업 참여 등도 국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대북 협력사업도 별다른 변화가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핵문제에 끝내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에 대비,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오는 15일 열리는 IAEA 이사회에서 현재 진행중인 IAEA의 대북 임시사찰 결과가 밝혀진 후에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는 우선 미일을 비롯한 우방들과 협력,북한에 상호사찰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압력을 가해온 기존전략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공노명 핵통제공동위 우리측 위원장 등 정부고위 인사들은 1일 방한중인 레이먼 미 군축처장과 연쇄 접촉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한 한미간 공동대응방안을 협의한데 이어 2일에는 북일 수교 교섭회담 일본측 대표인 나카히라 노보루(중평립)와도 접촉,남북상호사찰 실현을 위한 한일간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핵통제공동위 우리측 관계자들은 1일 하오 아세안 6개국 대사와 EC 12개 회원국 대사를 외무부로 초치,남북상호사찰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을 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는 또 남북경협을 위한 사전조사활동 등 남북경협을 위해 비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활동까지 통제하는 등 대북 압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남북한이 이미 합의한 공동위 구성·운영과 부속합의서 발효 일정까지 유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북한이 상당히 집착을 보이고 있는 분야로 상당한 대북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팀스피리트 훈련재개,철수한 전술핵무기의 훈련중 재배치 등 초강경대응책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같은 「강경」대응책은 남북대화의 전면 중단으로 이어져 그동안 꾸준히 진전되어온 남북관계를 일시에 무산시킬 수 있다는 점때문에 채택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대응책의 강도는 IAEA의 임시 사찰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IAEA 사찰결과 핵물질 은닉 등 비밀 핵무기개발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될 때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대응책이 채택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북한이 IAEA 핵사찰에 불성실하게 응했을 경우,즉 비밀 핵무기개발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경우는 팀스피리트훈련 재개 등 초강경대응책을 취할 수 밖게 없게되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상호대응에 따라 난기류에 빠져들 소지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이계성기자>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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