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가지도력/오인환(화요칼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국가지도력/오인환(화요칼럼)

입력
1992.06.02 00:00
0 0

87년 대통령선거때 김영삼·김대중 두 김씨는 진정한 문민정치의 시대를 열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나 후보단일화를 이루지못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때가 두 김씨시대의 최대 고비였다. 민주화 장정에 차질을 빚은 책임을 물어 속죄양이 될 분위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뒤이어 실시된 총선에서 불사조처럼 재기한다.5·6공의 갈등때문에 두 김씨의 인기가 바닥이던 2월에서 4월로 총선이 연기되는 바람에 재충전의 시간적 여유를 얻은 시리도 없지 않았으나 기백만으로 추산되는 지지세력이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소야대의 세칭 황금분할이 가능했던 것이다.

4년여뒤 두 김씨시대의 장기화 등 기존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세대교체의 물결속에서 두 김씨는 2수·3수라는 꼬리표를 단채 다시 여야의 대통령후보로 재기한다. 두차례 재기의 공통점은 역시 부동의 지지세력이 원동력이었다는 것이고 이번엔 만만치않은 성원에도 불구하고 차세대주자들이 그들을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게 다른 점이다.

그렇다면 두 김씨는 지역성을 무기로 대세에 따르는 불로소득을 따먹기만 하는 과점주주들인가? 우리 눈앞에 다시 나타난 두 후보를 먼발치에 서서 다시 한번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을듯 하다.

객관적으로 말해 두 김씨를 무임승차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이 나라의 정치발전을 위해 두사람은 그 어느 정치인들보다도 더 고민하고 더 노력했다고 볼 수가 있다. 변신의 과정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김영삼씨는 3당 통합을 통해 전통야당에서 여권으로 옮겨가는 도박을 감행했고,집권 여당의 2인자로서 국정운영에 참여하며 투쟁의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극복해보려고 했다. 김대중씨는 강성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유화적인 지도자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수권에 대비,야권통합을 이룩해냈다. 변신의 성격과 상황은 달랐지만 시대변화와 여건변동에 따르는 불가피한 적응과정에서 두사람은 사는 길을 다져 갔던 것이다.

○먼저 국론통일을

이제와서 두사람이 나라의 경제와 국민의 살림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크게 어색할 것도 없다. 투사로서가 아니라 치자로서의 이미지를 상당히 부각시켜가고 있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변화가 표피적이고 모양새를 갖추려는 분식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공존하고 있음도 외면할 수 없다. 사실 그들이 내걸고 있는 공약들을 훑어보면 후한 평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것을 단순확대한 것같은 인상을 주는 것도 있고,재탕삼탕돼 신선미가 떨어지는 것도 있으며 기존 고정관념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듯한 답답함도 눈에 띈다. 전체 국민의 공감대를 족집게처럼 집어내 시원스럽게 만져주는 예리하고 적절한 중량감에 미흡하다. 지역갈등이 더 심해질 전망인데 인사나 자원배분·개발 평준화로 지역감정이 손쉽게 해소될 것같지도 않고,금리,통화량,중소기업 육성같은 경제시책만으로 경제난이 순조롭게 풀려나가고 선진대열에 들어갈 것같은 기대도 갖기 어렵다. 온몸이 중환인데 대증요법이나 부분수술로 치유가 가능하다는게 그들의 현실진단인가.

정파를 대표하는 정치지도자의 입장만으로는 근본치유책을 이끌어내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비관론이 나온다. 『이래가지고는 안된다. 다시 하면 된다』는 국론통일부터 실현시키는 강력한 국가지도력을 국민은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민주정치를 하면서 강한 추진력을 겸비해야 하는 일이 상호모순의 난제긴 하지만 두 김씨의 입장은 누구보다도 운신폭이 큰 편이다.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반평생의 투쟁경력을 기반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두 김씨의 카리스마가 퇴색된 점이 지적될 만하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그것보다도 두 김씨의 이기주의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두 김씨의 반생은 정치사활이 걸린 격렬한 투쟁의 연속이어서 자기중심적 사고와 체질이 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큰 정치철학 절실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직도 남아있어 대권병 병자라는 비난을 받는 사태가 생기곤 한다. 때문에 「새로운 정치」에 대한 소리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고 그 저변이 만만치 않아지고 있는 것이다. 두 김씨가 자기제일주의를 벗어나 진정한 국민적 지도자로서 마무리 탈바꿈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가지 않는한 대선은 계속 어려운 고비이고,설령 승리한다해도 무난하게 국정운영을 해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가정을 세울 수가 있다.

우리 사회는 정말 어렵다. 국내외의 여러가지 여건으로 보아 더욱 어려워질 상황이다. 국정의 표류가 개선되기 어렵고 공직사회의 기강도 계속 느슨해질 계절이다. 재벌은 국제경쟁력 강화보다도 후반기의 정부를 공격하는데 주력하고 있고,있는 계층은 자포자기하듯 과소비·향락에 경쟁이다. 근로자는 일할 의욕을 잃고 권리만 요구한다. 요즘와선 노소간의 연령·세대갈등 현상이 보다 분화될 것 같은 조짐도 보인다. 나라의 전환점이 절실하다. 손바닥 뒤집기식의 얄팍한 임기응변이나 책략으로 대처할 때가 아니다. 국민에게 달콤한 선심공약으로 미시적 접근을 할 시점도 아니다. 국민적 각성과 분발을 촉구하고 유도하는 거시적 통치철학이 등장해야 할 순간이다. 부정적인 현상을 극복하고 다시 허리띠를 조일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국가지도력이 절실한 시대인 것이다.

도덕성,결단력,돌파력,포용력,결집력,갈등 조정능력이 이 시대 지도자의 덕목이어야 한다. 혁명적 개혁이나 개선없이 총체적으로 난국극복은 어렵다는 것을 지도노선으로 내걸 수 있어야 한다.<본사주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