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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후 실직·취업난 직면/동독여성 불임수술 급증(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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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후 실직·취업난 직면/동독여성 불임수술 급증(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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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노동력 손실” 기업들 채용 기피로/시술자 통일 전 3배… 증명서 직장 제출도【베를린=강병태특파원】 동독지역 여성들간에 치열한 일자리확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임수술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동독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시의 여성지위 보호담당관의 조사에 의하면 이곳 의학아카데미부설 산부인과병원에서는 지난해 1천2백명이 불임수술을 받았다. 통일전인 89년 이 병원의 여성 불임수술은 8건에 불과했고,동독전체에서도 연간 2백∼4백건으로 집계돼 왔다. 마그데부르크시 여성보호담당관은 「시민과의 대화」에서 『일자리를 위해 부득이 불임수술을 받고 있다』는 여성들의 호소를 듣고 조사한 결과,이처럼 「믿기 어려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독전역의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으나,작센주 라이프치히대학병원에서도 통일전보다 불임수술이 3배이상 늘어나는 등 다른 지역에도 일반적인 현상으로 확인되고 있다.

불임수술이 늘고 있는 주된 이유는 불임후 동독기업들의 과잉 인력정리와 관련,여성들이 남자들보다 훨씬 심각한 실직위기와 취업난에 처한 상황에서 비롯된다. 기업과 정부기관들은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임신 출산 육아 등에 다른 유급휴가로 인한 비용 및 노동력 결손이 많은 여성들을 우선적으로 해고하고 신규채용도 기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불리한 조건을 해소하고 다른 여성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불임수술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보호담당관의 조사에 의하면 불임수술을 받은 여성들은 수술증명서를 기존 직장에 내거나,구직원서에 첨부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원래 독일의 여성지위관계법률에는 고용주가 취업희망 여성에게 임신여부나 장래 임신계획 등을 질문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통일후 동독지역 기업들은 거의 예외없이 이같은 「불법질문」을 하고 있고,임신 사실이나 출산계획을 밝히는 여성에게 일자리를 주는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 이 때문에 이미 자녀가 있는 여성들뿐 아니라 자녀가 없거나 미혼인 여성들도 불임수술을 택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동독 여성들이 「사회적 강요」때문에 불임수술을 택하고 있는 상황은 동독 여성들의 지위가 체제 전환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전락한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독 여성들은 흔히 「통일의 가장 큰 희생자」로 규정된다. 동독 여성들은 사회주의 체제의 완전 고용 및 남녀평등이념에 따라 서독의 2배가 넘는 취업률 80%이상의 근로기회와 차별없는 지위를 누려왔다. 여기에는 사회주의 경제체제 유지를 위해 여성노동력을 동원하려는 체제의 필요도 작용했지만,어쨌든 동독체제는 전면적인 무료탁아소 운영 등을 통해 여성들의 취업과 사회활동을 뒷받침했었다.

그러나 통일후 여성근로자들이 남자들보다 앞서 대량 해고되고,탁아소 유치원들도 재정부족 등으로 대거 폐쇄돼 여성들의 취업은 크게 어려워졌다. 장차 동독 경제가 회생되더라도 과거 서독 수준이상으로 여성취업률이 회복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여성해방이란 용어를 사용할 필요조차 없던 위치에서 사회의 최약자로 버림받았다』는 비탄이 나오고 있다.

동독을 흡수한 서독체제는 서구에서는 가장 사회주의적 이상에 접근해 있고,통일은 전반적인 복지향상을 가져왔지만 모든 것이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동독여성들의 「비탄」은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사회에서도 미리 귀에 담아 둘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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