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기근속 퇴직공무원들/“목돈보다 연금이 좋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기근속 퇴직공무원들/“목돈보다 연금이 좋다”

입력
1992.05.30 00:00
0 0

◎작년 50%가 「월급식」 선택/“경제력 있어야 자식한테 대접받는다”/지급액 10년새 4.4배… 유족도 수혜/해외여행 등 여유있는 노후생활 준비『퇴직금보다 연금이 좋다』

일시불 퇴직금보다 월급형태의 연금을 선호하는 공무원들이 크게 늘고 있다.

10여년 전까지만해도 장기근속 퇴직공무원들이 퇴직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자녀지원 등에 활용하는게 일반적인 풍조였으나 요즘 퇴직자들은 연금으로 여유있는 노후생활을 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사장 손관호)에 의하면 81년에 20년이상 장기근속 퇴직공무원 3천4백94명 가운데 연금을 선택한 퇴직자는 2백57명(4.7%)에 불과했으나 83년에는 6천1백99명중 1천8백75명(30%),지난해에는 8천7백89명중 4천3백43명(50%)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통계는 특별법에 의해 연금을 지급받는 군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제외한 것으로 연금수령자가 대부분인 이들까지 포함하면 현재 우리나라 20년 근속자중 연금을 선택하는 퇴직자는 절반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무원들의 퇴직금보다 연금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년의 연장과 연금제도의 대폭적 개선 및 최근의 경기침체때문.

일반직 공무원의 정년이 61세(교육직 65세)로 연장되고 연금제도가 개선돼 30년이상 장기근속자의 연금이 매달 약 80만원 수준으로 상승하자 연금선호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

60년에 도입된 공무원 연금제도는 81년까지는 본봉만을 기준으로 연금액을 산정했지만 83년에는 군복무 경력이,86년 정근수당,87년 장기근속수당,89년에는 봉급의 10%인 직무수당까지 공무원연금법상 보수월액에 포함돼 연금지급액이 지난 10년사이 약 4.4배나 증가했다.

85년부터는 본인사망의 경우에도 유족에게 절반을 지급하는 등 연금제도가 대폭 개선돼 연금선호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 공단측의 설명이다.

지난 2월 33년간의 서울시 공무원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한 김효준씨(61·서울 강동구 천호동 165)의 일시불 퇴직금은 1억2천만원. 김씨는 선배 퇴직자들과 상의한 끝에 매달 80여만원씩 연금을 받기로 결정했다.

연금 선호경향은 생활수준 향상과 가족관계·의식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퇴직금으로 자녀들에게 결혼자금 등으로 목돈지원을 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는 의식이 팽배했지만 요즘 부모들은 『매달 일정액을 받아 경제력을 유지하는 것이 자식들로부터 소외당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교직생활을 마치고 연금생활을 하는 이모씨(66·서울 동대문구 이문동)는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용돈까지 줘가며 큰 소리치고 살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정년퇴직자들 사이에는 퇴직후 연금의 일부를 따로 저축,부부가 해외여행 등을 즐기는 것도 유행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청 공원녹지과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퇴직한 강기호씨(59)는 『연금으로 생활비·손자들 용돈을 해결하고 나머지는 친구들과 계를 들어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김병철 기획실장은 『핵가족 사회에서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 삶을 영위하려는 사회분위기에 비추어 연금선호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원일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