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선거제」 직접·간접 아리송/국대 기능만 강화… 민의는 뒷전【홍콩=유동희특파원】 27일 대만 국민대회(국대)를 통과한 헌법개정안은 야당 및 재야세력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집권 국민당내 보수개혁 세력간의 타협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제일야당 민진당과 무소속 국대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민당 소속 위원들만의 표결로 처리된 이번 헌법개정안은 11조부터 18조까지의 조항을 수정한 것이었다.
그 주요내용은 ▲9대 총통(96년선거)부터 국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하되 직선제로 할 것이냐 간선제로 할 것이냐는 95년 5월20일 이전 국대 임시회의를 다시 소집,결정하며 ▲감찰원을 준사법 기관으로 변화시켜 총통에게 위원의 임명권을,국대에는 동의권을 부여하고 ▲헌법법원(헌법재판소)을 신설,정당의 해산여부를 심의토록 하며 ▲총통 부총통과 국대 위원의 임기를 현행 6년에서 4년으로 단축한다는 것 등이다.
이밖에도 민선 성장직을 신설하는 등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했으며 매년 한차례씩 국대의 소집을 정례화,국정 보고를 청취하도록 했다.
국민당주도의 이번 개헌은 당내 보수개혁세력간의 타협점을 찾는데 초점을 맞춘 관계로 연일 시위로 소연한 대만정국의 혼란을 진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개정을 목적으로 지난 3월20일 개막된 제2기 국민대회 임시회의는 출발부터 갈등을 예고하고 있었다.
국민당 위원들의 4분의 1에 불과한 74명의 국대의원을 보유한 민진당은 국민당의 독주를 막기위해 회의진행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저지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3월30일에는 국대사상 처음으로 의장이 경위권을 발동하는가하면 4월16일에는 여야 위원들간에 유혈 충돌이 빚어져 3명의 위원들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는 불상사까지 빚었다. 결국 민진당 위원들과 무소속 위원들은 5월4일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장외투쟁에 들어갔다.
이를 계기로 야당과 재야의 시위는 격화됐으며 구호도 국민대회의 폐지라는 급진적 방향으로 치달았다.
국민당과 야당세력간의 갈등 못지않게 심각했던 것은 이등휘총통과 학백촌 행정원장으로 각각 대표되는 국민당내 개혁,보수세력간의 첨예한 대립이었다.
양측은 「총통선거제」에는 합의했으나 선거방식을 놓고는 직선제와 선거인단 간선제로 대립했다.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되면 양측의 대립은 반정부 시위의 격화에 따라 타협점을 모색,총통직선 방식의 결정을 3년 뒤로 유예하는 대신 입법원(의회)를 기반으로한 보수세력의 견제를 받아온 총통의 권한을 제도적으로 대폭 강화하는 선에서 접근이 이루어진 것이다.
감찰위원의 임명권을 총통에 부여한 것과 국민대회의 소집을 정례화한 것 등은 총통의 권한을 강화한 구체적 예이다.
이번 개헌안은 국민당내의 보혁갈등을 수습하기는 했으나 야당이 폐지를 요구한 국대 기능을 오히려 강화했으며 대만 독립권을 주장하는 민진당을 염두에 두고 정당해산권을 지닌 헌법재판소를 신설하는 등 야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요소가 많아 대만정국은 앞으로 야당의 장외투쟁에 시달릴 것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국민당내 보수 개혁간의 갈등도 3년 뒤로 잠시 유예됐을 뿐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어서 대만의 정치개혁이 제자리를 잡기에는 아직도 걸어야할 많은 길이 남아있음을 이번 개헌안의 통과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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